신한카드 내부관리시스템 구멍<구설수>

2009.12.15 09:22:04 호수 0호

“딱 한 번 직원 실수일 뿐인데…”

신한카드가 내부관리시스템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직원의 실수로 수년간 고객에게 카드대금 지급을 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한 탓이다. 게다가 신한카드는 고객의 항의 이전까지 사고의 발생여부조차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원성을 사고 있다. 사고 후 신한카드는 모니터링시스템을 자동화로 바꾸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업계 일각에선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 그는 지난해 5월 식당의 카드매출과 카드사의 입금액이 차이가 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휴가 많아 5월의 매출이 평소보다 높았음에도 카드사의 지급액이 상당수 부족했던 탓이다.
이상한 느낌이 든 A씨는 카드매출 영수증과 카드사의 입금 통장 내역을 하나하나 대조했다. 확인 결과 카드 거래사 중 신한카드(구 LG카드)에서만 입금이 되지 않고 있었다.

4년간 6천만원 미지급



2004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신한카드로부터 지급되지 않은 원금은 6893만원. A씨는 즉시 신한카드 창원지점에 항의했다. 다음 날 신한카드는 회사측에 잘못이 있음을 확인하고 고객의 통장에 원금 전액을 입금했다. 6000만여 원의 돈이 4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신한카드는 고객의 돈이 장기간 미지급된 원인에 대해 A씨에 대한 지급보류 해지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직원 실수로 고객 카드대금 4년간 미지급 ‘황당’
구멍 난 모니터링시스템…회사, 뒤늦게 자동화 수습


신한카드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시작은 200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한카드는 A씨가 연대보증을 해 준 B씨의 할부금융이 연체돼 A씨를 지급보류 대상으로 분류했다. 카드업계 관련법상 지급보류 대상으로 분류되면 연대보증인의 연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A씨는 가맹점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두 달 뒤 B씨의 연체 문제는 해결됐지만 신한카드는 여전히 A씨에게 카드매출에 대한 지급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A씨의 지급보류를 해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신한카드는 고객에게 정상적으로 대금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신한카드는 사고의 원인이 회사측에 있음을 인정했다. 신한카드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직원의 단순 실수로 발생한 사고”라며 “담당 직원이 고객의 지급보류를 해지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엔 지급보류 시행 및 해지의 경우 담당 직원이 직접 수기로 등록해야 하는 일종의 수동시스템이었다”며 “때문에 직원이 실수로 누락시킨 건에 대해 회사는 장기간 사실 확인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신한카드의 낙후된 모니터링시스템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이 실수로 고객에 대한 지급보류를 해지하지 않을 수는 있다”며 “문제는 이 같은 내부 오류를 4년 동안 회사가 확인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애초 회사가 충분한 자체 모니터링시스템을 갖췄더라면 사전에 예방됐을 사고”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중 카드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지급보류 시 일정 자격조건이 갖춰지면 자동으로 해지되도록 하는 자동모니터링시스템을 갖춰 문제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

시중 카드사 한 관계자는 “본사는 수년 전 자동화시스템을 갖췄다”며 “고객에 대한 카드사의 미지급금, 회계처리 불일치 부분 등이 각각 코드화되어 자체적으로 문제를 확인 및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한카드는 사고 당시 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신한카드 한 관계자는 “과거 담당자의 실수가 있을 시 지점 모니터링을 통해 1차적으로 걸러지는 게 통상적인 절차였다”며 “당시 이외엔 별도의 모니터링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내부 모니터링시스템의 부재가 원인으로 지적되자 업계 일각에선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신한카드는 고객들의 추가 피해는 없다고 일축했다.

낙후된 시스템이 원인

신한카드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신한카드가 통합되기 이전인 LG카드 시절 발생한 문제로 당시 카드사의 자체 연체율이 30% 이상을 기록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상황에서 발생한 직원의 실수일 뿐”이라며 “사고 확인 후 전 지점에 대해 스캐닝을 해 본 결과 추가 피해 고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8월 신한카드와 LG카드가 합병법인 출범 후 10개월 만에 시스템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자동모니터링시스템도 구축했다”며 “이미 통합시스템이 완료된 이상 현재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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