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허영섭 회장은?

2009.11.24 09:21:47 호수 0호

‘백신 주권’ 외친 1세대 개성상인

지난 15일 숙환으로 별세한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은 ‘송방’또는 ‘송상’이라 불리는 1세대 개성상인이다. 경기도 개풍 출생인 허 회장은 1964년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1968년 독일 아헨 공과대학을 나와 1970년 박사과정을 마쳤다.

학창시절 공학도로써 과학자를 꿈꾸던 허 회장은 독일 유학시절 선진국과 비교해 척박한 국내의 보건 환경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1970년 귀국한 뒤 바로 제약업계에 투신했다.

이후 국내 필수의약품 분야를 개척해 수입에 의존하던 값비싼 의약품을 국산화하는 데 평생을 헌신했다. 그는 세계 최초의 유행성출혈열 백신을 비롯해 세계 세 번째 B형 간염 백신, 세계 두 번째 수두 백신을 잇달아 개발하면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바이오 의약품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정부가 2004년 백신사업자를 공모하면서 외국계 회사와 녹십자의 합작 형태를 요구했지만 허 회장은 “백신 자급이 핵심인데 외국계 자본이 주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 녹십자가 독자적으로 개발·공급하게 된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백신도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백신 자주권을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녹십자 측은 “만약 외국회사와 합작했다면 지금처럼 백신을 전량 국제 시세의 절반 가격에 국내에 공급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회장은 한국제약협회 회장, 사단법인 한독협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이사장, 한독상공회의소 이사장 등을 지냈다. 국민훈장 모란장,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독일 정부로부터 십자공로훈장, 산업기술부문 인촌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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