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다음은 그린란드?⋯백악관 “미군 활용도 선택지”

2026.01.07 16:04:15 호수 0호

덴마크 “미국은 합병 권리 없어”
유럽 7개국도 공동성명 내 반발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확보 구상과 관련해 백악관이 미군 활용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6일(현지시각) 백악관은 <로이터 통신>의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획득이 미국 국가안보 최우선 과제며, 북극 지역에서 적들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중요한 외교 정책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물론 미군을 활용하는 것은 언제나 최고사령관의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백악관의 발언은 같은 날 발표된 유럽 7개국의 공동성명과 맞물리면서,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 외교적 긴장이 커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덴마크 7개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는 현지 주민의 것”이라면서 “관련 사안을 결정하는 주체도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뿐”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북극권이 우선순위라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며 “우리와 많은 다른 동맹국은 북극권의 안전과 적대 세력 억제를 위해 주둔군 배치와 활동,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와 이웃한 북유럽 국가들도 이날 외무장관 공동 명의의 성명을 내 “그린란드 사안은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힘을 실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우리는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옌스 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SNS를 통해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우리를 베네수엘라 및 군사 개입과 연관시키는 것은 잘못됐을뿐 아니라 무례한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같은 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도 “미국은 그린란드를 합병할 권리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발언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린란드 내부 여론도 미국 편입에 부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베리안이 덴마크 일간지 <베를링스케>와 그린란드 현지 언론 <세르미치아크>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그린란드가 미국에 편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미국 편입에 찬성하는 비율은 6%에 그쳤고, 답을 유보한 층은 9%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해 1월22일~26일 그린란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시민 497명을 대상으로 웹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미국 편입 찬성(예)’ 응답의 오차 범위는 ±2.1%p, ‘반대(아니오)’는 ±3.1%p로 집계됐다.

외교가에선 미국이 그린란드 획득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배경과 관련, 미·중 패권 경쟁 국면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자원안보 카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린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이지만 지리적으로 북미와 가깝고,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포함한 자원 잠재력이 큰 지역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베네수엘라 사안도 함께 거론된다. 미국은 지난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을 전개하며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베네수엘라가 원유 매장량 세계 1위국이라는 점에서 정치·안보 이슈와 별개로 경제적 계산이 깔린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작전 이후 “석유회사들이 먼저 돈을 쓴 뒤 미국이 보전하거나 수익으로 보전받게 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 재건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강행할 경우, 베네수엘라 사안보다 훨씬 더 강한 정치·외교적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에도 이 문제로 동맹국인 덴마크와 갈등이 불거진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지난 2019년에도 그린란드 매입 구상을 거론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프레데릭센 총리가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국빈 방문 계획을 돌연 취소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 파장이 커진 바 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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