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샘 수상한 대행사 실체

2024.06.13 10:11:23 호수 1483호

계약 직전 설립했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유진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부사장이 한샘 대표에 취임한 후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의 실적 향상 뒤에는 공격적인 구조조정과 효율성 개선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과정서 김 대표는 홍보팀을 대표 직속 본부로 흡수하면서 축소했다. 그러면서 그 역할을 신생 광고대행사에 넘겼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광고대행사는 김 대표가 에이블씨엔씨에 재임할 때부터 연을 맺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에 인수된 후 적자의 늪에 허덕이던 한샘이 김유진 대표집행임원 체제로 전환된 후 다시 수익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수익 창출에는 IMM PE가 김 대표에게 주문한 경영 효율성 제고를 통한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 구조조정

IMM PE는 지난 2021년 롯데쇼핑과 공동으로 한샘을 인수했다. IMM PE는 당시 인수 금액 1조4500억원 중 7500억원을 투입하고 지분 27.7%를 확보했다.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만큼 한샘 인수는 긍정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시장은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심리 위축,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한샘이 주력하는 리모델링·홈퍼니싱 수요는 급감했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결국 한샘은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2022년 3분기의 적자는 상장 20년 만에 첫 적자였다.


부진에 빠진 한샘은 이투스와 지오영그룹 사장 출신인 김진태 전 대표를 1년 반 만에 경질했다. 김 전 대표에 대한 표면적인 경질 이유는 실적 부진이지만 내부에서는 김 전 대표가 경질이 결정되기 전날 ‘회사 구성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을 지양한다’는 내용의 사내 공지를 발표한 것을 이유로 꼽는다.

김 전 대표의 사내 공지 이후 이사회를 열어 김 전 대표부터 긴급 경질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가 경질되고 새로 김 대표가 취임하자 한샘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에 시달렸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대표는 할리스F&B와 에이블씨엔씨를 운영하며 대대적으로 인력을 줄여 실적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 대표는 에이블씨엔씨에 재임할 동안 전 직원의 25% 안팎을 줄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취임을 하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유사한 ‘충격파’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취임 후 100여명 퇴사
인사·홍보·총무 직속으로

김 대표는 올 초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상무 이상 고위 임원을 단 1명도 승진시키지 않았다. 승진자 수는 단 5명에 그쳐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DT 부문은 해체되고 부문 수장들도 줄줄이 퇴사했다. 실제 지난해까지 DT 부문을 총괄한 박해웅 부사장, 재무를 맡은 박성훈 전무(CFO)와 최성원 전무(CHO) 등이 ‘일신상의 사유’로 각각 퇴사했다.

임원이 아닌 정규직서도 구조조정은 두드러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 내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 수는 2022년 12월31일 기준 2174명서 2023년 12월31일 기준 2081명, 2024년 3월31일 기준 2075명으로 김 대표가 취임한 후 100명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영업직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영업직의 정규 직원 수는 454명서 372명으로 82명이 줄었다. 이외 관리/연구직은 1429명서 1422명으로, 기술직은 64명서 58명으로, 마지막으로 생산직은 242명서 229명으로 각각 7명, 6명, 13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간제 근로자(단시간 근로자 제외)가 59명서 107명으로 급증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직원 수는 2248명서 2188명으로 60명 줄었다.

한샘 관계자는 “지난해 말 회계 보고(분기 및 사업보고서) 시기에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 늘어나 비정규직 영업사원이 늘어난 것뿐”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현시점 정규직으로 전환한 상태고, 나머지는 자연 감소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급여총액도 2021년 1513억9000만원서 지난해 1127억4200만원으로 386억4800만원(25.5%) 축소됐다. 직원 평균 연봉도 6000만원서 5200만원으로 800만원이 줄었다.

또 조직개편을 통해 인사·총무·홍보 등을 총괄하는 경영지원본부를 대표 직속 조직으로 편제했다. 이 과정서 홍보조직(홍보팀→PR전략팀 변경)도 축소했다. 

한샘은 홍보조직을 축소하면서 한 광고대행사와 계약을 맺었다. 경영지원본부를 대표 직속으로 편제하면서 김 대표가 해당 업무를 직접 맡는 등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펼치면서도 외부 계약에 의존한 셈이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와 해당 광고대행사의 관계에 주목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해당 광고대행사는 김 대표가 재임하던 시절부터 에이블씨엔씨의 홍보대행사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가 바뀌고 홍보팀의 역할이 축소되자 김 대표의 전 회사인 에이블씨엔씨에서 광고대행을 맡았던 업체가 이번에도 광고대행을 맡게 된 것이다. 

전 회사도…과거 인연 주목
에이블씨엔씨서도 광고 대행

한샘 관계자는 “홍보팀을 구조조정한 적 없으며 기업 및 마케팅 PR을 강화하기 위해 팀명을 PR전략팀으로 변경해 홍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며 “홍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유수 기업들의 홍보대행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그룹인 대행사의 제안, 역량 등을 관련 본부들이 절차에 따라 평가 및 검토해, 4월부터 업무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광고대행사 관계자도 “자사는 기존에 크리에이티브 부티끄 에이전시 내 PR을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 브랜드”라며 “사업영역 강화를 위해 지난 3월 스핀오프해 법인으로 설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자사는 능력을 인정받아 한샘과의 계약을 진행하게 됐다”고 항변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해당 광고대행사는 지난 3월8일 법인으로 설립됐다. 즉 에이블씨엔씨 광고대행을 담당할 때에는 개인사업자로써 계약을 맺은 후 대행업을 진행한 셈이다. 광고업계에서는 신생 기업이 대기업의 계약을 따내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에이블씨엔씨는 연 매출 3000~4000억에 달하고 한샘의 매출은 1조가 넘는다”며 “이 같은 기업들이 개인사업자에게 광고를 맡기고 법인을 설립한 지 한 달도 안 지난 업체와 계약을 맺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샘 같은 경우 기존 홍보팀이 기업 홍보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기존 홍보팀과 같은 홍보 효과를 얻으리라고 기대하기엔 대행사의 연혁과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광고업계 관계자는 “보통 광고대행사와 맺을 때 대행사의 연혁을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례 같은 경우 계약 한 달 전에 갑자기 법인을 설립했음에도 계약이 성사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의아해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광고 전략이 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대표는 디자인파크 등 주요 거점 매장 외에도 한샘몰을 통한 과감한 마케팅을 통해 모바일 전환 전략을 펼쳤다. 이로 인한 한샘의 모바일 앱 한샘몰의 순 이용자 규모는 140만명대에 달한다.

“이상하다”

경쟁사인 현대리바트(리바트)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는 12만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광고업계 관계자는 “한샘이 보유하고 있던 수많은 데이터와 김 대표의 공격적 경영, 그리고 광고대행사의 합작으로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온 시너지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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