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배민 방문 포장 수수료 논란

2024.06.13 10:31:21 호수 1483호

날벼락 통보에 뿔난 점주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배달의민족이 다음 달부터 포장 주문을 받는 자영업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포장 주문 뒤 식당서 음식을 찾아갈 때 식당 주인에게 수수료를 물리는 것이다. 이에 배달의민족 입점 가맹점주·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음식점주들에게 배달뿐 아니라 포장 주문을 받는 경우에도 중개 이용료를 받기로 했다. 배민은 다음 달 1일부터 신규 입점 점주들에게 포장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기습 발표?

이달 말까지 입점을 마친 기존 점주들의 경우 다음 해 3월31일까지 유예해 준다. 하지만 다음 해 4월부터 배민을 이용하는 모든 매장에서는 포장 주문에 대해 수수료가 발생하게 된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3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7월1일부터 포장 주문 서비스에 새로 가입하는 점주를 상대로 포장 중개이용료 6.8%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고객이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포장으로 주문 시 음식점주는 1360원의 중개이용료를 내야 한다. 동일하게 고객이 3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했을 경우에는 음식점주가 배민 측에 중개이용료 2040원을 내야 한다.


배민은 “소비자의 포장 주문도 배민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거래므로 사용료와 같은 개념인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포장 주문 중개이용료 정책 개편을 계기로 앱 가격과 실제 매장가격이 다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배달업계에선 시장점유율 60%를 넘긴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자사에 유리하도록 바꿔가며 독점 횡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포장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는 부담에도 새로 문을 여는 가게는 배민에 입점할 수밖에 없다.

배민은 지난 2008년 포장 주문 서비스를 시작할 때 수수료 부과를 검토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영업자들을 위해 지금까지 미뤄왔다. 

그러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배달앱 자율규제 이행점검 자료’를 통해 포장 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상생방안 후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잠정 연기한 바 있다. 기존 수수료 정책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자영업자들은 향후 포장 주문 수수료 유예 종료로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될 전망이다. 

결국 배달 수수료나 포장 수수료를 부담해야 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음식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별도 기준 7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남긴 배달의민족이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어려운 시기에 상생을 외면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더 이상 남는 게 없다”
“독점 횡포 막아야 산다”

한편 쿠팡이츠는 당분간 포장 주문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고수 중이다. 쿠팡이츠는 지난 2021년 10월 포장 주문 서비스를 개시한 후 한번도 수수료를 받은 적이 없다. 이후 지난 4월 공정위 이행점검 결과서도 다음 해 3월까지 무료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향후 지속 여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또 요기요는 가맹점주로부터 이미 배달 수수료와 같은 수준으로 포장 주문 중개이용료로 12.5%를 받고 있다. 땡겨요, 위메프는 공정위 이행 방안 점검 결과에 밝힌 대로 기존 상생 방안을 계속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상생 방안은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비난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금까지 배민 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을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는 경우 점주들은 수수료를 내지 않았다. 점주들은 배달 기사가 필요 없는 포장 주문까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들은 “배민 막 나간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냐” “포장은 전화로만 받아야겠다” “메뉴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남는 게 없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포장 주문 수수료에 관해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광진구서 치킨집을 운영 중이라는 A씨는 “배달 주문이 배민서 제일 많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게 월세, 재료비, 배달 수수료까지 해서 빼면 남는 게 없는데 포장 주문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니 너무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포장하면 할인까지 해주고 있는데 그만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A씨와의 질문을 나누는 사이에도 배민의 주문 알림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또 인근서 피자가게를 운영한다는 점주 B씨는 “현재 가게 매출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은데 포장 주문까지 수수료를 받아버리면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배달앱 업계의 무료 배달비 경쟁이 촉발한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음식값 올려야 하나
소비자 부담 떠안기

무료 배달 서비스 유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각종 서비스 수수료를 올리고 유료화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배민은 구독제 서비스 배민클럽 운영을 시작했다. 배민클럽은 무료 배달을 받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다. 배민클럽 표시가 있는 가게서 알뜰배달의 경우 배달비 무료, 한 집 배달은 배달비 할인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다.


현재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체험 기간을 진행 중이며 종료 후에는 유료화가 된다. 입점 업주가 배민클럽 표시를 달기 위해서는 수수료 6.8%의 배민1플러스에 가입해야 한다. 점주가 부담하는 배달비도 별도로 부과된다. 

소비자는 배달비 무료를 위해 유료 구독제에 가입해야 하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업주들은 수수료와 배달비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새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배민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이미 지난 4월에 공지된 건이 있고 정상화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기습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며 “포장 주문 수수료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 왔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장 서비스를 통해 퀄리티를 높이는 게 일단 1차적인 목표고 이를 통해 더 나아진 서비스로 매출 증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를 받음으로써 얻게 되는 자원을 재투자해 서비스의 퀄리티를 높이겠다는 취지였다”며 “확실하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다”고 부연했다.

배민은 이번 포장 주문 수수료 부과와 관련된 활성화 정책도 내놨다. 가게 마케팅 지원과 서비스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점주들이 포장 주문서도 수익을 낼 수 있게 한다는 정책이다.

상생 후퇴

먼저 배민은 가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포장 할인 마케팅 시 고객 할인 비용의 50%를 환급해 준다. 매장과 같은 가격으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포장 할인을 통해 가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점주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방안이다. 또 배달앱서도 매장과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마케팅 홍보물을 지원할 예정이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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