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박현종 bhc 회장에 대한 위증 고발 논란이 7개월이 지나도록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 의아한 부분은 집권 여당 의원이 요청한 고발 조치가 야당도 아닌 같은 여당 의원 선에서 막혀 있다는 점이다.
“선서, 본인은 국회가 실시하는 2020년도 국정감사와 관련하여 정무위원회에서 증언을 함에 있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및 제8조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박현종 bhc 회장, 2020년 10월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박 회장이
대표 선서
박현종 bhc 회장은 지난해 10월22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이종민 광복회 의전팀장,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를 대표해 증인 선서를 했다.
윤관석(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장은 박 회장의 증인 선서에 앞서 “선서를 받는 이유는 국회가 국정감사를 실시함에 있어서 증인으로부터 양심에 따라 숨김없이 사실대로 증언하겠다는 서약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국회증언감정법) 14조(위증 등의 죄)에는 ‘이 법에 따라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서면답변을 포함한다)이나 감정을 했을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박 회장은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박 회장의 국감 잔혹사는 2018년 첫 출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치킨업계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이익구조 때문에 해마다 논란이 됐지만, 3대 치킨업계(교촌·bhc·BBQ) 경영진이 국감에 출석한 것은 박 회장이 처음이었다.
2018년 10월15일 정무위 국감에 등장한 박 회장은 당시 전국 bhc가맹점협의회(이하 가맹점협의회)가 지적했던 광고비 횡령과 치킨 기름값 폭리 의혹 등에 대한 질의를 집중적으로 받으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앞서 가맹점협의회는 박 회장을 비롯한 bhc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박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부당한 광고비 의혹 ▲보복성 가맹 계약 해지 ▲불공정 거래행위 ▲갑질행위 등 bhc와 가맹점협의회 간에 불거진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국감 위증 고발 7개월째 감감무소식
여당 의원 요청…여당 간사가 뭉개?
bhc가 국감에 앞서 전 의원에게 제출한 상생방안도 질의사항에 포함됐다.
박 회장은 전 의원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기업 의무 차원에서 상생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신선육 가격 인하가 상생방안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bhc 상생방안에는 ▲매주 첫째 주 월요일 가맹점협의회와의 대화 정례화 ▲정기회의와 별도로 이슈 발생 시 수시 설명회 개최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해 국감에서 박 회장은 또다시 증언대 앞에 섰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박 회장이 2018년 국감에서 언급한 상생방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전 의원은 “(2018년 국감에서)보복 가맹 계약 해지 철회, 신선육 가격 인하 등 이런 상생방안을 약속했는데 이후에 지켜진 내용은 전혀 없고 오히려 점주들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송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조사와 처분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공정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묻지 않겠다”고 부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단체행동을 한 가맹점의 계약을 끊은 bhc에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bhc는 가맹점협의회 설립과 활동을 주도한 울산 옥동점 등 7개 가맹점에 대해 계약을 끊었다.
위증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bhc와 경쟁사 제네시스BBQ 간의 갈등에 대한 박 회장의 답변이었다. 당시 bhc는 경쟁사인 BBQ 윤홍근 회장의 회삿돈 횡령 수사 배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정무위 국감을 앞두고 언론보도를 통해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 것.
경쟁사 갈등
해명했지만…
2018년 11월 윤 회장이 회삿돈으로 자녀의 미국 유학비를 10억원 넘게 댔다는 언론보도가 나왔고 경찰 수사가 뒤따랐다. 이후 지난해 10월 <한국일보>는 언론보도와 경찰 수사의 배후에 bhc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박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경쟁업체 죽이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고 보도한 것이다.
사건의 단초가 된 윤 회장의 횡령 사건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제보자 A씨는 윤 회장의 횡령 의혹을 제보하는 과정에서 bhc와 박 회장 등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회장은 A씨를 언론사에 연결해준 일 밖에 관여한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bhc는 A씨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 의원은 박 회장의 해명을 ‘거짓’이라고 봤다.
그는 A씨와 bhc 홍보팀장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bhc가 담당 임원의 주소, 차 번호 등 경찰에 진술해야 할 내용을 ‘밀착 코칭’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의 해명과는 달리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일을 진행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현재 사건과 관련해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인 만큼 답변하기 어렵다”며 “(증거로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은) 대화 맥락의 앞뒤를 모두 확인해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항변했다. A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준 사실이 있느냐는 전 의원의 질문에도 박 회장은 “제가 알기로는 선임해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라는 사람이 제보 내용을 요약하고 의도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라며 “변호사가 누군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bhc는 경쟁사인 BBQ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갖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저는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bhc 분리매각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전 의원이 “BBQ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2013년 당시 계열사인 bhc를 분리매각할 때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고 주장하자 박 회장은 “매각 업무는 제가 총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 의원은 “당시 업무 기록을 갖고 있다”고 박 회장을 압박했다.
위원장도
“협의해야”
전 의원은 박 회장의 발언 중 ▲‘A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해주지 않았다’ ▲‘매각 과정을 총괄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bhc 분리매각)업무 기록을 포함해 증거자료를 행정실에 제출할 수 있도록 위원장님께서 해 주신다면, 정무위원회에서 위증 고발 조치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윤관석 정무위원장은 “전 의원님이 의사진행발언 때 요청한 자료는 간사님들과 협의해서 다시 알려 드리겠다”고 했다. 문제는 전 의원이 박 회장에 대한 위증 고발을 요청한 지 7개월이 넘도록 아무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를 두고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현행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회에서의 위증죄는 해당 상임위원회의 고발이 전제돼야 한다. 국회증언감정법은 ‘친고죄’(범죄의 피해자 또는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고발이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상임위원회 등의 고발이 없다면 기소되지 않는다.
국회증언감정법 15조(고발)에는 ‘본회의 또는 위원회는 증인·감정인 등이 12조(불출석 등의 죄), 13조(국회모욕의 죄), 14조(위증 등의 죄)의 죄를 범했다고 인정한 때에는 고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고발은 증인·감정인 등을 조사한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의장 또는 위원장 명의로 한다고 제한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박 회장을 위증죄로 고발하기 위해서는 정무위원회 의원들의 통일된 의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무위원회는 박 회장의 위증 고발 조치를 두고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욱 의원 측에서 박 회장에 대한 위증 고발을 뭉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상임위원회에 안건이 올라오면 논의를 거쳐 고발 조치를 진행한다”며 “이때 여야 간사들이 의원들의 의견을 모은 후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속조치 두고 여당서 핑퐁
야 “테이블에도 안 올라와”
당시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는 김 의원, 야당 간사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위증 고발 조치와 관련해서는 여야 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성 의원실 관계자는 “박 회장의 위증 고발 관련 논의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적이 없다”며 “당초 민주당 의원들끼리 자체적으로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간사인 김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에서 (박 회장에 대한)위증 고발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이 고발 조치를 요구한 사안인데, 야당에서 나서서 고발 조치하자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박 회장을 위증죄로 고발 조치해야 한다고 처음 주장했던 전 의원실 관계자는 “(김병욱)간사 쪽에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 그쪽이 협상을 해줘야 하는 문젠데 안 된 걸로 알고 있다”며 “여당 간사실에서 논의가 멈춰 있는 상황이다. (야당 간사인)성일종 의원실에 확인해 봤을 때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면 크게 반대 의견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협상 테이블 자체에 안 올라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님께서 직접 현장에서 위증 고발을 하겠다고 했고 일반적으로 국정감사 보고서를 채택할 때쯤 협의가 다 끝나는 편인데, 이번에는 좀 이상하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도 “저희들은 위증이라고 확신하고 고발했으면 하는데, 제 개인 이름으로 고발하는 게 아니고 상임위 전체 이름으로 고발하는 것이다 보니(어떻게 할 수가 없다). 우리 김병욱 간사가 굉장히 신중하다.(박 회장의 위증 고발 조치는)김 의원실에 딱 멈춰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반면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에 바뀐 보좌진이 많아서 내용을 잘 모른다. (박 회장에 대한 위증 고발 요구는) 전재수 의원실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그쪽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지난해 국감 이후로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저희가 질의한 사항이 아닌데 이걸 저희가 답변하는 게 마땅치 않은 것 같다. 전재수 의원실에서 주장하셨기 때문에 관련한 진행 상황은 그쪽에 문의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