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예식업체가 갑자기 부도를 냈다. 이 때문에 생긴 피해는 계약했던 70여쌍의 예비 신혼부부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현재 사무실은 비어있고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 피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부도를 낸 웨딩업체는 드레스, 신부화장, 신혼여행까지 해결해준다며 상설 전시관서 결혼 박람회까지 열었다. 지난달까지도 박람회로 분주했지만 이달 초 갑자기 경영악화를 이유로 부도를 통보했다.
피해자 속출
이로 인한 피해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드레스와 화장, 촬영 비용까지 이미 모두 지불했지만 보상은 커녕 추가 비용까지 내야 할 상황이다.
예비신부 A씨는 “이미 171만 원을 결제를 완료를 했는데 지금 추가로 한 90만원 정도를 더 지불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결혼까지) 30일 남은 상황서 다 무너져가지고 지금 다시 해야된다는 생각에 너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A씨 이외에도 또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이 속출했다.
B씨는 “대표는 전화도 받지 않고 책임회피 중”이라며 “신고해서 관련돼있는 사람들 모두 다시는 이 업계에 발 들이지 못하도록 할수 있는 조치를 다 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C씨는 “결혼식 24일 남겨두고 부도소식을 접했다. 곧바로 사무실을 찾아가니 싹 다 비우고 없었다”며 “담당 웨딩 플래너도 퇴사했다. 믿고 맡겼는데 뒤통수 맞은 느낌이다. 결혼을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업체에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 업체와 계약한 예비 신혼 부부는 70여쌍 이상 피해 금액도 1억원이 넘는다. 업체 측은 노력은 하겠지만 전액 보상은 해줄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업체 관계자는 “다 받을 수는 없다. 피해액이 얼마인지 정확한 서류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예비 신혼 부부들의 무더기 고소를 접수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웨딩업체 대표를 출국금지하고 수사에 나섰다.
웨딩홀이 부도·폐업하는 경우 속출하고 있다. 위의 업체뿐만 아니라 강남의 L웨딩홀, 강북구에 있는 S웨딩홀도 폐업했다. 결혼을 하는 예비부부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스몰 웨딩으로 추세가 바뀌면서 대형 웨딩홀이 갑작스럽게 폐업하는 일이 늘고 있지만 마땅한 구제책도 없는 상황이다.
박람회까지 홍보…경영악화 부도?
텅빈 사무실… 70여쌍 1억 피해 추산
이로 인해 계약을 맺은 소비자에게 폐업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뒤늦게 피해를 호소하는 제보가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대부분 폐업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계약금 환불을 요구했지만 사업주뿐 아니라 직원들과도 연락이 되지 않아 계약금을 날리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실제 서울에 위치한 L웨딩홀을 비롯해 S웨딩홀, K웨딩홀, 부산 E웨딩홀 등은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예식장표준약관에 따르면 계약의 해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사업자의 책임일 경우 사업자가, 소비자의 책임일 경우 소비자가 위약금 및 손해배상을 하는 식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사업자의 귀책일 경우 예식일로부터 90일 이전까지 계약 해제를 통보할 경우 계약금 환불 및 계약금 100%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며, 89일이 채 남지 않았다면 예식비용까지 배상해야 한다.
다만 동일한 내용 및 조건으로 다른 호실서 식을 진행할 수 있다면 손해배상액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예식사진 등 협력업체와의 문제 역시 사업자의 귀책이라면 소비자에게 제품가 환불 등 보상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부도 및 폐업 처리로 인해 사업주가 배상할 수 없을 경우 민사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예식장 표준약관 제13조에 따르면 ‘사업자와 이용자 간의 소는 민사소송법상 관할 법원에 제기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규제가…
그렇다고 사기죄를 적용하기도 어렵다. 일부러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목적, 또는 계약금 등을 환불하지 않을 목적으로 파업 신청을 했다면 ‘사기’로 볼 수 있지만 대부분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업을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웨딩홀의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예비 부부들이 늘고 있는 만큼 폐업 고지나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