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SNS 계정은 온라인 명함과도 같다. 신원을 확인하는 신분증이 되기도 하며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매개체도 된다. 이 SNS가 사회초년생을 속이는 데 미끼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초년생은 재무설계사의 화려한 SNS만 믿고 자산을 맡겼다가 큰 낭패를 보고 있다. 사회초년생 자산을 먹튀하는 무자격 재무설계사들의 실체를 파헤쳤다.
2030세대의 SNS는 일상 그 자체다. SNS를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유명 연예인과 소통하기도 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기도 한다.
명품 브랜딩
최근 이들의 금융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면서 SNS엔 재무설계 광고도 등장했다. 금융 지식이 전무한 사회초년생에게 재무설계 광고는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재무설계란 미래를 위해 현재 자산을 분석한 후 단계별로 소득, 지출, 저축, 투자, 보험 등을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재무설계사 SNS에는 스포츠카, 명품시계, 초호화 호텔 등의 사진을 게시해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재무설계사 능력을 고급스럽게 포장해 사회초년생에게 동경심을 생기게 만든다. 마치 ‘나만 믿고 따라오면 나처럼 부자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재무설계사와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달의 우수사원상, 이달의 조기 달성자 등 수상하는 사진도 함께 게시한다. 성실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성공, 행복, 진심 등 긍정적인 단어가 포함된 명언까지 함께 올리기도 한다.
스포츠카, 명품시계 등 사진으로 유혹
화려한 생활만 믿고 자산 맡겼다 낭패
알고 보면 이들은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고 상품가입만을 권유하는 무자격 재무설계사다. 사회초년생이 재무설계사의 SNS를 통해 연락을 해오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끌어들인 뒤 자신을 금융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영업을 시작한다.
무자격 재무설계사는 사회초년생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보험’ 대신 FC(Financial Consultant), FP(Financial Planner), RC(Risk Consultant), PA(Prime Agent), LC(Life Consultant) 등 이라고 소개하며 상품 가입을 권유한다.
실력 있는 재무설계사는 AFPK(국제공인재무설계를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 CFP(국제재무설계사), 종합자산관리사, 자산관리사(은행FP), CPM(국제 자산관리사), ChFC(종합금융 투자자산관리) 등 다양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데 부동산, 보험, 주식, 펀드 등에 지식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무자격 재무설계사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회사에서 길어야 한 달인 마케팅 및 가벼운 재무설계 교육만 받기 때문이다. 고객을 상대하기 위한 기초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바로 영업에 투입되기도 한다. 회사에서 하는 자체 교육과 자격증 취득을 보장하지만 사실상 허울뿐인 교육에 불과하다.
대부분 영업 전략, 화술 강의 등 고객에게 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재무관리 설계사로 1년 동안 근무했던 A씨는 “우수한 사내 교육과정을 장담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교육은 정작 2주밖에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격증도 사실상 글만 읽으면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재테크에 취약한 사회초년생들은 무자격 재무설계사의 화려한 언변에 속아 엉터리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무자격 재무설계사는 고객 목적에 맞는 상품보다 자신의 수익성과 판매실적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한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또 다른 수법으로 고객이 대면상담을 요구하면 코로나19나 바쁜 스케줄을 핑계로 비대면을 고집한다. 통화는 실제 휴대폰번호가 없는 카카오 보이스톡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화번호 확인 등의 실명 추적이 어렵다. 돈을 입금하면 이후 연락을 끊고 사라지기 일쑤인 경우도 많다.
일회성에 끝나지 않고 사기 금액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10만원 이하의 소액 투자금을 수령해서 높은 투자수익률로 원금과 수익금을 함께 되돌려주다가, 신뢰가 어느 정도 쌓였다고 판단하면 1000만원대 이상의 고액 투자금을 유인한다.
영업 전략·화술 강의 교육
고객보다 본인 수익성 위주
결국 고객이 손해를 보게 되면 무자격 재무설계사는 연락을 끊어 버린다. 고객이 연락을 시도해보지만 “다른 재무설계사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게 되는 식인데 이게 바로 전형적인 재무설계 사기 수법이다.
이 같은 재무설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재무설계사에 대한 경력을 파악해보는 게 좋다. 실제로 무자격 재무설계사는 근속연수가 1년 미만이 대부분이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지인과 사회초년생 위주로 다단계식 영업을 하다가 금방 탄로가 나는데 이후 고객이 줄어들어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담당 재무설계사가 우수인증 설계사인지 확인해보면 좋다. 우수인증 설계사란 불완전판매 건수가 ‘0건’으로 안정적인 계약을 유지 중인 설계사임을 의미한다. 국내 보험사 전속설계사는 20만명 수준이며, 이 중 우수인증 설계사 비중은 14~15%다.
또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재무설계사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세무사, 법무사, 변호사, 공인중개사, 손해사정사 등 여러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지 여부 확인은 좋은 잣대가 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재테크에 대한 공부를 스스로 하는 것이다. 고정적인 수입을 어떻게 지출하고 얼마나 현명하게 관리할 것인지 재테크 지식만 있어도 무자격 재무설계사가 말하는 허술한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믿을 수 있는 업체와 전문가를 통해 투자설계 상담을 받고, 장기적으로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투자로 무작정 돈을 불려준다며 타인계좌로 송금하라고 하는 것은 사기임을 의심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