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포주’면 정부는 ‘왕포주’”

2011.04.28 13:00:00 호수 0호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 사무국장 깜짝인터뷰

취재기자가 영등포 집창촌을 찾은 지난 20일 그곳에서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58) 사무국장을 만났다. 조용하지만 강한 어투로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다음은 강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 영등포 집창촌 업주들과 성노동자들이 철거 반대 시위를 적극적으로 벌이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 처음 시작은 타임스퀘어가 영업을 시작한 이후라고 보면 된다. 건물을 지을 당시만 해도 타임스퀘어 측은 우리 집창촌 업주들에게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영업이 시작되고 유입인구가 많아지면서 집창촌 폐쇄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쇼핑몰을 찾는 손님들에게 집창촌은 보기 흉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더니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자신의 홈페이지와 방송 기고를 통해 영등포 집창촌 폐쇄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고, 일주일 후 경찰이 투입됐다. 일주일 말미를 줄테니 정리하라는 통보였다.



- 집창촌 폐쇄 통보에 대한 반발이라는 뜻인가.
▲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몇 번이나 겪었던 일이다. 단순히 폐쇄하고 철수하라는 대목에 발끈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업주나 성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대안을 마련해놓고 폐쇄를 해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장 어디로 나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 의원 역시 집창촌 폐쇄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성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약속했다. 하지만 적절한 대안이 무엇인지 성노동자들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시위를 진행하면서 몇 차례나 면담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다. 성노동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보지도 않고 어떤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 미아리 집창촌은 그래도 아직 건재해 보이던데.
▲ 애초에 규모가 큰 구역이었다. 하지만 절반가량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업주들이 강력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올해 8월이면 나올 수밖에 것이다.
 
- 올해 8월이라면 어떤 의미인가.
▲ 미아리 집창촌 양 옆으로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다. 아파트가 완공되고 입주가 시작되면 영등포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지 않겠나.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말이 딱이다. 집창촌은 과거 60~70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데 자기들이 건물을 지을 때 뻔히 봐놓고도 다 짓고 나면 보기 흉하니 나가라는 식이다.    

- 한터전국연합회에서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성매매의 합법화인가.
▲ 나는 성매매를 합법화 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법은 있되, 그 법 안에서 성매매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제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성매매는 ‘합법’ ‘규제’ ‘불법’으로 나뉜다. 그 중에 내가 주장하는 것이 ‘규제방식’의 성매매고, 레드존으로 구역을 정해 그 안에서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업주와 성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이고 규제적인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한국형 민주주의가 있다면 한국형 성매매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성매매 규제화의 장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성매매가 규제와 제도적 장치 속에서 이뤄진다면 수많은 유사성행위 업소와 조폭이 개입하거나 음성적이고 강압적인 업소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나아가 여성단체에서는 규제화의 장치 안에서 성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탈성매매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금껏 대화하면서 보니 경찰차들이 꽤 많이 지나다닌다. 이렇게 단속이 이루어지는 것인가.
▲ 하루에도 수십번 경찰차가 지나다닌다. 하지만 매번 단속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간과 업소를 정해 단속을 실시한다. 손님이 들어가 성노동자와 관계를 하는 현장을 덮쳐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경찰인력이 동원되지 않는 이상 업소 전체를 한꺼번에 할 수 없다. 이에 경찰들은 순번을 정해놓고 일정기간 동안 한 두 집 정도를 단속하고, 해당 업소는 벌금을 내고 영업정지 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 그 중간에 다른 업소가 단속되는 식이다.


- 상상은 했지만 직접 말로 들으니 단속 시스템의 문제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
▲ 우리는 차라리 한꺼번에 싹 쓸어가 버리라고 한다. 법이 있는데 왜 못하느냔 말이다. 똑같은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유사성행위부터 성매매까지 한번에 일망타진해버리면 불만이라도 없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우리를 ‘포주’라고 부른다. 우리 포주들은 모이며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포주면 정부는 왕포주지.’ 실효성 없는 법을 만들어놓고 성노동자들이 벌어들인 돈을 벌금 명목으로 거둬가면서 영업은 계속하게 하는 정부야말로 성매매업소의 ‘왕포주’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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