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업계 잇따른 가격인상 <논란>

2010.04.13 09:28:23 호수 0호

“아이스크림에 금가루라도 뿌렸나요?”


빙과업계를 향한 소비자와 중소 상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업계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슬그머니 가격 인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50%의 가격 인상이 단행된 가운데 또 다시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원유 값과 환율 등 주요 물가 인상 요인이 안정된 상태에서 가격이 40% 이상 급등하자 빙과업계를 향한 볼멘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해태·빙그레·롯데삼강 성수기 앞두고 가격 인상
700→1000원, 6000→7000원 등 최대 43% ‘급등’ 


평소 아이스크림을 즐겨먹던 최모씨(33)는 최근 인근 상점에서 무심코 아이스크림을 골랐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얼마 전 까지 6000원이던 빙그레의 ‘투게더’가 7000원으로 훌쩍 올랐기 때문이다. 최씨는 “평소 퇴근길에 자녀들을 위해 사서 가던 아이스크림이었는데 이마저 크게 오른 걸 보니 ‘이젠 아이스크림도 서민 음식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고 전했다.

가격 더 오른다(?)



최씨의 사연처럼 최근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의 가격 변동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까지 6000원대에 판매됐던 ‘홈’용 대용량 아이스크림이 7000원대로 훌쩍 올랐는가 하면 700원짜리 ‘바’ 형태의 막대 아이스크림도 대부분 1000원으로 인상됐다. 이제는 매장에서 7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찾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렸다.

최근 들어 해태·빙그레·롯데삼강 등 국내 대표 빙과업체 대부분이 아이스크림 가격을 슬며시 인상했다. 빙그레는 ‘홈’용 대용량 아이스크림인 투게더(6000원→7000원), 그라시아 쿠앤크(6000원→7000원), 엑설런트(8000원→9000원) 등의 가격을 17% 가량 인상했고, 튜브 아이스크림인 더위사냥을 기존 800원에서 1000원으로 25% 인상했다.

해태도 최근 막대 아이스크림인 누가바의 가격을 기존 700원에서 1000원으로 43%나 올렸다. 다만 해태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기존 70ml에서 80ml로 늘려 ‘좀 더 커진 누가바’를 선보였다. 롯데삼강은 지난 2월19일 돼지바의 가격을 기존 700원에서 1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제품 출시 28년 만에 캐릭터 변경 등 전격적인 패키지 리뉴얼을 실시하면서 가격도 함께 올린 것이다.

당시 일부 언론을 통해 용량(80ml)과 가격(700원)이 종전 그대로라고 보도됐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3월초까지 시중에 유통됐던 제품들은 예전 디자인 제품으로 가격이 700원이었지만 최근 리뉴얼돼 생산된 제품들이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가격 인상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롯데삼강 관계자는 “돼지바를 리뉴얼하면서 배합비를 조정하고 맛을 개선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빙과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이 최대 43%까지 치솟은 가운데 조만간 나머지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도 이어 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이미 업계 전반에 아이스크림 가격이 조만간 더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서울시 논현동 한 중소상인은 “업체에서 배달하는 사람들이 말하길 이미 공장에는 가격이 올라 새로 출시된 아이스크림들이 즐비하다고 하더라”며 “지난달부터 최소 25%에서 40% 이상 오른 아이스크림들이 출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상인도 “최근 업체 사람이 와서 당분간 700원짜리 ‘바’ 제품이 골고루 수급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유를 묻자 조만간 700원짜리가 1000원으로 다 올라 새 제품 출시로 수급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부분의 업체들이 “아직 정확히 결정된 바가 없다”며 발뺌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삼강 한 관계자는 “3월 들어 돼지바 이외에도 두 종류의 아이스크림 가격을 추가로 인상했으며 조만간 ‘바’ 형태의 막대 아이스크림 가격도 인상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이 아이스크림 가격이 대폭 상승하자 일각에선 업체들의 과도한 가격인상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네티즌(아이디 totoro)은 “불과 2년 전만해도 500원 하던 제품이 1000원으로 올랐다”며 “아이스크림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몇 해 사이 국내 아이스크림의 가격은 쉼 없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최근 가격이 오른 빙그레 엑설런트의 경우 2008년 8월, 기존 6000원이던 제품이 8000원으로 오르더니 이젠 9000원에 이른다. 불과 2년 사이 50%나 가격이 오른 것이다. 해태의 누가바와 롯데삼강의 돼지바는 2008년 초 500원이던 제품들이 같은 해 하반기 700원으로 오르며 막대 아이스크림의 ‘700원 시대’를 열더니 이제는 개당 1000원으로 몸값이 100%나 뛰었다.

특히 과거 가격 인상의 경우 국제적인 원유 값 상승 또는 높은 환율로 인한 부대비용 증가 등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는 명분이 있었지만 최근엔 환율까지 안정된 상태다. 이에 일각에선 업체들이 명분도 없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과도한 가격 인상만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체들은 하나같이 “원가율 상승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며 입을 모았다.

2년 만에 100% UP

빙과업체 한 관계자는 “물가가 올라 원가율 뿐 아니라 임금과 물류비, 제품 리뉴얼 등 부대비용도 크게 늘었다”며 “이에 업체도 전략상 출고가를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너무 과도한 가격 인상이 아니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요즘 아이스크림을 제 값 내고 사먹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만큼 고객이 체감하는 상승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6000원 아이스크림은 50% 할인하면 3000원인데 7000원으로 올라도 3500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니 500원 더 오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빙과업체들의 가격인상은 물가 상승 뿐 아니라 ‘반값할인’으로 인한 출혈경쟁에 따른 손실보전의 역할도 크다”며 “과도한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업계 전반에 걸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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