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지난 달 24일 파주와 31일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가 모두 북한에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확실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이 무인항공기에서 찍은 사진의 결과물도 당초 발표와는 달리 위성사진 이상으로 더 자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 정도로만 여겨졌던 북한의 대남 정찰과 정보수집 활동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의 파주 무인기 보도 이후 군과 정보당국은 실체는 물론 북한 연계 가능성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부인했었다.
특히 당시 관계 당국은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성급하게 서둘러 발표하는 등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당국은 보도 이후 무인기가 내비게이션 지도를 제작하는 데 쓰인다거나 동호회 등이 날린 것으로 보인다거나 청와대 등을 찍은 사진의 화질이 떨어진다며 사건 무마에만 열을 올렸다.
북한 소행일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불과 어제까지도 군과 정부는 진실을 알려 대비책을 마련하려 하지 않고 잘못 판단한 자신들의 실수를 덮는 데만 급급했다.
북한이 해상사격을 대규모로 진행한 지난달 31일, 백령도에서 같은 모습으로 위장한 무인기가 또 다시 발견되면서 더 이상 무인항공기에 대해 숨길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국방부는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전날(2일)에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내놨다. 소형 항공기를 잡을 수 있는 레이더 등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특히, 함구하고 있던 정부는 지난달 31일, 무인항공기가 북쪽에서 우리 상공으로 접근해 해병부대에서 벌컨포 300여발을 발사했으나 무인기 고도가 너무 높아 격추하지 못했다고 전날(2일), 급하게 발표했다.
더불어 이 무인기를 어떻게 발견하게 됐는지, 격추하지 못한 직후에 어떤 보고라인으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러다가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들이 잇달아 이어지면서 뒤늦게 정부는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무인항공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백령도에서 추락했던 항공기의 크기는 길이 183cm, 폭 245.7cm인데, 육안으로 이를 식별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항공기의 고도가 5~6km 정도였고 동체의 색상도 하늘 색상과 유사해 판별해내기는 더더욱 힘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현재 배치된 군 지상 레이더망은 일반 항공기를 탐지하기 위한 것으로 소형 해당 무인항공기가 레이더에 잡혔을 리도 만무하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국방부의 이번 발표조차도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실제 벌컨포의 최대 사거리는 2km. 당시 무인기의 고도는 5~6km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격추가 가능한 거리가 아님에도 해병부대는 '의미없는' 대응사격을 했던 셈이었다.
무엇보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번 일처럼 국가 안보에 중차대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처리하는 군과 정부 당국의 자세가 아마추어 수준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함에도,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음에도 그 누구하나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의 한 관계자는 서북도서 방공망이 뚫리지 않으려면 지대공 유도탄을 장착해 적기와의 교전능력을 대폭 향상시킨 30mm 대공복합화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 무인기 사고와 백령도 무인기가 북한제로 확정되면서 청와대 경호라인은 물론 우리 군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항공촬영에 주로 쓰이는 광각렌즈까지 장착되어 북한이 이를 이용해 서울 및 청와대 상공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며 정찰과 정보 수집활동을 한 것은 국방부의 수치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북방한계선(NLL)을 포함한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우리 부대의 위치 등 군사적 요충지는 물론 청와대 등 서울의 주요 거점을 그대로 노출시켜 대통령까지 사제 폭탄 테러 등 위험에 무방비로 놓이게 했다는 매우 심각한 문제도 안고 있는 것이다.
강주모 기자 <kangjoom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