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내몰린 신준호 푸르밀 회장

2009.12.08 09:33:54 호수 0호

털어서 먼지 나오면 ‘휘청’

신준호 푸르밀(옛 롯데우유) 회장이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선주조 ‘먹튀’ 논란과 관련해 검찰이 신 회장을 소환 조사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유에서다. 실제 검찰은 대선주조 매각 과정에서 신 회장의 배임혐의를 포착하고 연내로 소환조사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수년을 끌어온 신 회장 일가의 대선주조 ‘먹튀’ 논란에 대한 전말이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업계 일각에선 신 회장의 혐의점이 드러날 경우 최근 롯데그룹 계열 분리 후 종합식품기업으로서의 성장을 외쳤던 그의 사업계획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선주조 인수 후 3년 만에 3천억원 ‘먹튀’ 논란
롯데 이름 벗고 ‘마이웨이’ 외치자마자 최대 위기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과 외아들, 며느리, 손자 등 일가 5명은 사돈 최병석 전 대선주조 회장이 경영해 온 대선주조의 주식 38만5880주(50.79%)를 매입했다.

6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자해 대선주조의 주식을 사들인 신 회장 일가는 이후 대선주조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러던 신 회장 일가는 3년여 만에 회사에서 손을 뗐다. 2007년 11월, 한국금융지주 산하 사모펀드인 코너스톤 에쿼티파트너스에 대선주조의 주식 전량을 3600억원에 판 것이다.

“막대한 시세차익만 챙겼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신 회장 일가가 3000억원이란 막대한 시세차익만 챙겼다며 이른바 ‘먹튀’ 논란을 제기해 왔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이 나섰다. 검찰이 신 회장을 향해 서슬 퍼런 칼날을 겨눈 것. 지난 10월29일 신 회장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 신호탄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신 회장의 자택, 부산시 동래구 사직동 대선주조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동시에 진행됐다. 

검찰은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추가 압수수색과 함께 대선주조와 거래하는 부산지역 대형 주류도매업체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뿐만 아니다. 2007년 11월 신 회장 일가로부터 대선주조 주식 전량을 사들인 전 임원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전방위로 벌리고 있는 검찰 조사의 초점은 이들 업체가 대선주조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동원됐는지 여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수사로 검찰은 신 회장의 혐의 중 탈법혐의에 대한 꼬리를 먼저 잡았다. 지난달 30일 부산지검 특수부 등에 따르면 신 회장 일가는 대선주조 매각을 위해 사모펀드에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7년 11월 신 회장은 대선주조 매각에 나선 사모펀드 코너스톤 애쿼티파트너스의 금융권 대출을 위해 대선주조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했다. 사모펀드는 이를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2000억원을 대출을 받았다.

실탄을 마련한 사모펀드는 3600억원을 들여 대선주조를 매입했고 이 돈은 주식매매를 통해 신 회장 일가의 주머니로 되돌아갔다. 검찰은 이와 같은 차입인수(LBO) 방식의 기업 매매를 회사에 손해를 끼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으로 보고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을 최대 위기로 내몰고 있는 것은 또 있다. 검찰이 신 회장 일가가 사모펀드와 담보 제공 외에도 추가적인 이면계약을 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에 있다는 사실이다.

신 회장이 사모펀드에 200억여 원을 재투자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검찰은 이를 이면계약과 연관 짓는 분위기다. 아울러 검찰은 초기 인수자금인 600억원의 출처와 매매 차액의 행방, 탈세 혐의 등에 대해서도 전방위로 추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신 회장의 대선주조 관련 배임혐의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선 푸르밀에 대한 경영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실제 업계 일각에선 푸르밀이 롯데그룹 계열분리 이후 최대의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 회장의 입장에서 최대 위기는 자신의 포부가 꺾여버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이는 신 회장이 롯데란 그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행보를 걷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에 기인한다.

푸르밀이 지난 29년간 롯데그룹의 계열사로 있다가 그룹에서 분리한 것은 지난 2007년 4월의 일이다. 당시까지 롯데우유였던 사명은 올 1월 신 회장이 종합식품회사로의 새 출발을 선언하며 푸르밀이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신 회장은 새 출발과 함께 자신의 포부를 마음껏 펼치기 시작했다. 종합식품회사로의 성장을 위해 기존 우유에 한정되어 있던 사업을 비타민 음료, 컵 커피 등 음료 부문으로 확대한 것.

지난해에는 ‘비타민워터 V12’와 ‘제로 사이다’ ‘푸르티 복숭아티’ 등 음료제품을 잇따라 출시했고 최근엔 디저트 제품인 ‘위저트’도 내놓으면서 가공식품 사업진출을 모색했다. 게다가 5년 내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목표도 계획했다.

‘배임혐의로 발목 잡혔다’

그러나 검찰이 옥죄기 시작하면서 그의 포부도 자신의 배임혐의에 의해 발목이 잡혔다. 검찰 조사 결과 신 회장의 편법 매각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푸르밀 사업에 대한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신 회장은 검찰의 소환 조사에 앞서 별도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신 회장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그의 행보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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