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회장>원화건설 ‘수상한 임원진’ 수수께끼

2009.12.08 09:27:12 호수 0호

정체불명 새파란 이사님들 ‘누구냐 넌’

거침 없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이 오너로 있는 원화건설의 ‘어린 임원진’을 놓고 말들이 많다. 박 회장을 제외한 등기임원이 모두 20∼30대 인사로 채워져 있어 선임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무리 재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젊어지는 추세지만 젊어도 너무 젊다는 이유에서다. 박 회장의 의도가 뭘까. 그 속사정을 캐봤다.

감사, 이사 등 등기임원직 20∼30대 인사들 장악
27세 여성도 포함…“기준 뭐냐” 선임 배경 의문


<일요시사> 확인 결과 원화건설 등기임원(대표이사 제외한 3명)들의 평균 나이는 32세다. 각종 기업 조사에서 나타난 임원들의 연령대가 50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가 아닐 수 없다.
대법원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오너인 박덕흠 회장을 제외한 원화건설의 등기임원이 모두 20∼30대 연령대로 채워져 있다. 원화건설은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이사, 감사 등으로 등기임원진이 구성돼 있다.
현재 이 회사의 감사를 맡고 있는 이모(여)씨는 올해 27세(1982년생)다. 원화건설 대표이사인 박 회장이 56세(1953년생)란 점에서 나이 차이가 무려 29세나 나는 셈이다. 이씨는 2005년 3월 23세 때 감사에 올랐다.

박 회장과 30세 차이



2007년 3월 이사에 취임한 김모(여)씨는 31세(1978년생)이며, 지난 4월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모(남)씨는 38세(1971년생)다.
이들이 중용되기 직전 임원을 역임한 인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문모(남)씨는 1998년 3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이사로 재직했는데 선임 당시 그의 나이가 25세(1973년생)였다. 1998년 3월부터 2005년 3월까지 대표이사(2000년 12월부터)와 이사직을 동시에 역임한 권모(남)씨는 28세(1970년생) 때 임원진에 합류했다.

또 따른 김모(여)씨는 2005년 3월 28세(1977년생) 당시 이사직에 올라 2007년 3월 사임했다. 원화건설은 그전까지 1950∼60년대 생으로 등기임원진을 구성한 바 있다.
‘신풍’은 박 회장이 사실상 오너로 있는 다른 관계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박 회장의 형인 박정흠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원하종합건설의 감사는 36세(1973년생)의 윤모(남)씨다. 그는 2년 전 감사로 선임됐다.

이밖에 ▲혜영건설 사내이사 문모(남)씨 36세 ▲비큐공영 감사 이모(여)씨 27세, 이사 김모(여)씨 39세 ▲용일토건 이사 권모(남)씨 39세, 감사 윤모(여)씨 38세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12년 전부터 현재의 임원직을 맡아 왔다.
일각에선 ‘어린 임원’들의 선임 배경에 의문을 제기한다. 경영 노하우 등 실무 경험이 거의 전무한 20∼30대 인사가 회사의 중책을 담당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거친 건설업종의 특성상 젊어도 너무 젊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다른 회사 임원들의 평균 나이만 봐도 그렇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달 공개한 ‘2009년 상장사 임원 현황’에 따르면 비등기 임원을 포함한 상장기업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53.3세다.
또 코스닥협회가 지난 9월 밝힌 코스닥 임원들의 평균 나이는 52.4세, 잡코리아가 지난 10월 발표한 30대 기업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51.7세로 조사됐다. 40∼60대가 대부분인 임원들 중 간혹 20∼30대가 눈에 띄지만 극히 드물다.

재계 관계자는 “등기임원진은 회사 경영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내외 명망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되기 마련”이라며 “아무리 재계의 전체적인 인사 분위기가 갈수록 젊어지는 추세라지만 1∼2명은 몰라도 전체가 20∼30대로 구성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건설업체 한 임원도 “젊은 임원들이 나오는 분야는 법무나 마케팅, 디자인 등 전문 업종으로 현장 위주와 조직 장악력이 필수인 건설업의 경우 극히 드물다”며 “친인척 등 오너와의 특수한 관계가 아니면 어린 나이로 등기임원에 오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박 회장이 원화건설 경영보다 외부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임원진에게 회사를 맡긴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토목 하청업체인 원화건설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박 회장이 활발한 대외 행보에 나서면서다.
박 회장은 1983년 원화건설 설립 이후 회사가 2000년대 전후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 한나라당 재정위원회 부위원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충북협회장 등 굵직한 외부 직함을 꿰찼다.

2006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총선 땐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하면서 ‘정치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회장은 두 번 모두 공천 탈락했다.
특히 박 회장은 2003년 대한전문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장을 역임한 데 이어 2006년부터 협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협회장에 재선된 그는 협회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하루하루 소화하고 있다.

“왜, 뭐하러 묻냐?”

원화건설 측은 예민하다 못해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등기임원의 선임 배경을 묻자 “그런 것을 뭐 하러 묻냐. 남의 회사 일에 왜 그리 관심이 많냐”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어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며 “다만
주주총회 등을 거쳐 적법하게 선정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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