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한 번쯤 나갔다 왔거나 살아본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한 가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그것이다.
음식물 알레르기는 음식물을 섭취한 후 체내에서 발생하는 면역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유해반응이다.
발병기전은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알레르기를 잘 일으킬 수 있는 음식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발현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땅콩 알레르기’를 예로 들어 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행기에서 땅콩을 기본적으로 나눠주던 것이 음식물 알레르기는 반드시 먹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흡입이나 접촉으로도 증상이 생긴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제공되지 않도록 바뀌고 있는 추세다.
아메리칸 항공은 약 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내 땅콩 알레르기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땅콩 스낵 공급을 중단했으며 땅콩잼 병과 같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높은 위험이 있는 음식은 엄격히 반입 금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항공을 예로 들어보면,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땅콩 성분이 함유된 식재료와 식용유 및 기타 땅콩제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조리과정에서 의식적으로 땅콩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내식에 땅콩 성분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땅콩성분제한식(Nut-Free Meal)을 별도로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승객들이 땅콩 제품을 기내로 반입하는 것을 제지하거나 소지한 땅콩 제품을 기내에서 개봉하거나 먹는 것을 금지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해마다 땅콩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병원을 찾는 2500명 가운데 125명이 숨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을 만큼 심각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여행도중 승객이 위급한 상태에 처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땅콩이 알레르기 과잉 반응자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며 특히 비행 중에는 천식발작이나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과민성 알레르기 쇼크반응)와 같은 치명적인 상황으로까지 몰고 갈 위험이 있다고 독일 의학·생물과학 연구센터 우테 레프 박사가 경고한 바 있어 우리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 외에도 미국의 야구장은 땅콩 알레르기 환자들을 위한 ‘땅콩 안전 지대(Peanut free zone)’을 따로 설치해 놓고 있으며 캐나다의 한 학교에서는 “학교에 땅콩이 들어간 어떤 음식도 가져오지 말 것”을 학교에 입학하면 제일 먼저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진국의 대처방법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레르기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주위에 음식물 알레르기가 있어 조금이라도 그 근처에 가길 꺼려하거나 목숨을 걸고 피하는 사람들을 보면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떠냐” “일부러 계속 적응을 해야 한다”는 식의 반응을 나타내기도 해 우리가 얼마나 ‘알레르기’에 무지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전문의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식물 알레르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편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일명 ‘보릿고개’라고 불리는 어려운 시절을 겪으며 음식이 없어서 먹지 못했던 경험이 은연중에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식생활이 어려웠던 30~40년 전에는 영양이 매우 부족해 많은 유아들이 모유조차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빠졌고 심지어 죽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유로 만든 인공 영양식을 개발해 유아의 건강을 지키고자 했고 그에 따라 영유아의 영양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됐으나 이른 나이에 유단백에 노출되면서 유단백에 의한 음식물 알레르기의 유병율이 올라가는 뜻밖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음식물 알레르기는 아토피 피부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음식물 알레르기 환자들을 위한 성분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식품의 정확한 성분 표시는 음식물 알레르기 환자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실시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실제 외국의 한 식품회사가 파는 땅콩 봉지에는 겉면에 주의사항으로 “Cautions: May contain nuts/seeds”(주의: 땅콩이 포함돼 있음)이라고 쓰여 있어 우리와 다른 인식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음식물 알레르기 치료의 목적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의 제거에 있다. 원인 항원을 제거하면 증상은 소실되기 마련이지만 항원 식품 중에서도 계란, 우유, 콩 등은 가공 식품 중에 널리 들어있으므로 음식물의 구성을 미리 알아두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음식물 알레르기 환자는 어린 나이에 많으며 이 시기는 성장과 발달이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기간이므로 원인의 규명 없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진 음식들을 무조건 제한하는 일은 옳지 않다.
이와 관련해 알레르기·아토피전문 양·한방협진 아토미 부천점(www.atomi.co.kr) 김인중 원장은 “성장기의 아이는 반드시 정밀한 과학적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고 특정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에 대해 식이제한을 하며 그 음식의 영양을 대신하는 대체식이로 영양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음식물 알레르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 환자 개인의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음식물의 성분 표시와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라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홍보가 필요하며 아울러 환자들의 주변 사람들의 음식물 알레르기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도움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