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두 번 죽인 유골 ‘도난 사건’ 누가 ‘왜’?

2009.08.25 12:06:44 호수 0호

지상에서도 지하에서도 ‘대성통곡’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에 안치된 고 최진실의 유골함 도난 사건의 수사가 아직까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도 양평경찰서는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녹화화면을 확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2일 새벽, 낙뢰를 맞아 사건당일 작동하지 않은 납골묘 주변에 설치된 CCTV가 고장나기 전인 6월27일~8월12일까지의 녹화화면이 남아있어 범인의 사전답사 유무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단서를 포착했다. 도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런 초유의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찰 측 “손망치 이용해 분묘 깨고 유골함 훔쳐가는 장면 찍혔다”
소주병에 지문 남긴 인물·최진실 쫓아다닌 광팬은 사건과 무관



경찰 관계자는 “최씨 납골묘 20여m 주변에 설치된 CCTV에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이달 초 늦은 밤 묘에 접근해 손망치를 이용해 분묘를 깨고 유골함을 훔쳐가는 장면이 찍혔다”고 말했다.

이 남자는 최씨 묘에 1시간 여 동안 머물렀으며 초기 화면엔 모자를 안 쓴 모습이었으나 중간에는 다시 모자를 뒤집어 쓰는 등의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동종 전과자 수사와 주변 탐문 등을 통해 이 남자의 신원을 파악 중이다.

“제3의 인물이 유력”

묘지 관리인의 진술과 사건발생 신고 시점에 따라 당초 범행추정시간이 14일 오후 6시~15일 오전 8시 사이로 알려졌으나 범행이 찍힌 녹화 화면에 따라 범행은 이보다 10일 이상 앞선 이달 초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12일 새벽 낙뢰를 맞아 사건 당일 작동하지 않은 납골묘 주변에 설치된 CCTV가 고장나기 전인 6월27일~8월12일까지의 녹화화면이 남아있어 범인의 사전답사 유무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단서를 포착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CCTV 분석에서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 것은 언론보도를 통해 범인이 숨어버릴 우려가 커 심리수사 차원에서 이를 숨겨왔다”고 말했다. 중요한 단서를 잡은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알려진 증거 물품 외에 또 다른 증거 자료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인물이 아니다. 또 다른 제3의 인물이 유력한 용의 선상에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알려진 용의 선상의 인물은 소주병에 지문을 남긴 인물, 10여 년간 고 최진실을 쫓아다닌 광팬, 그리고 갑산공원 묘역에 전화를 수시로 한 남자 등이다. 경찰은 이 중에서 소주병에 지문을 남긴 인물과 10여 년간 고 최진실을 쫓아다닌 광팬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돈 노린 도굴꾼 정신이상자 무속인 소행 등도 배제 못해
유족측  “묘지 측 이해관계자 소행일지도 모른다” 의혹 제기


사건 발생 초반 유력한 증거물로 알려졌던 현장에서 발견된 2개의 소주병에서 채취한 지문은 최진실의 팬을 자처하는 K씨의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결과 K씨는 15일 오전 2시쯤 일행 2명과 함께 구리에서 출발해 2시30분쯤 소주 2병을 들고 최씨의 납골묘를 찾아 1병은 묘에 뿌리고 1병을 나눠 마신 뒤 1시간가량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K씨 등 3명은 16일 오전 4시30분쯤 경찰서로 직접 전화를 걸어와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이들의 진술과 현장상황이 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평경찰서 우재진 수사과장은 “동업자 관계인 K씨 등은 전에도 3~4차례 최진실 묘를 다녀간 사실이 있었다”며 “이날도 술을 마시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최씨 묘를 찾은 것으로 조사돼 범인으로 추정할 만한 근거는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광팬 또한 통화 내역과 최근 행적을 조사해보니 알리바이가 입증됨에 따라 유골함 도난과는 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현재 또 다른 증거를 확보한 후 이 인물이 이번 사건과 관련돼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이 인물이 사전에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돈을 노린 도굴꾼의 소행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과거 유명 인사들의 유골 도난 사건 전례에 비춰봤을 때 고 최진실의 유골 도난범도 보상금을 노린 절도범일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의에 빠진 가족들

지난 2004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조부의 유골 도난 사건 당시 범인들은 회장 비서실로 전화해 돈을 요구하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당시 범인들 중 한 명은 1999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부친 묘를 파헤친 후 거액을 요구하다 실형을 산 전과가 있었다. 이번 최진실 유골함 도난 사건 역시 절도범이 쇠망치 같은 둔기로 납골분묘 남쪽 벽면을 10여 차례 내리친 점을 볼 때 우발적인 범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깨진 벽면은 화강암 재질로 두께가 7㎝나 돼 쇠망치와 같은 대형 공구 외에는 부수기 어렵다. 현장까지 공구를 들고 갔다는 점에서 전문가의 계획된 범죄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유가족 관계자는 “아직까지 유골함과 관련해 금품 등을 요구하는 전화는 없었다”며 “오리무중인 유골함의 행방을 두고 남겨진 가족 모두가 시름에 빠져있다”고 귀띔했다.

잘못된 신념을 가진 무속인의 소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속인들이 질병 치료나 여러 가지 미신적인 이유로 사체나 유골을 대상으로 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유족 측은 “묘지 측 이해관계자의 소행일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유족 측은 범인이 분묘 관리가 소홀한 시간을 알고 있었다는 점, CCTV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 유골함에서 가장 가까운 분묘의 후방부위를 훼손해 유골을 빼냈다는 점 등을 들어 이 같은 의혹의 근거로 제시했다.

유족의 한 측근은 “CCTV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묘역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또 유골함에서 가장 가까운 벽면을 파손시켰다는 점도 분묘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0월 최진실의 분묘가 이곳에 마련된 뒤 갑산공원의 업계 위상이 급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시기한 라이벌 업체의 소행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냐”며 문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갑산공원 측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선을 그었다. 갑산공원 전병기 관리소장은 “주위에 팔당공원과 무궁화공원 등 더 큰 규모의 추모공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쪽을 의식할 만큼 업계 관계자들의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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