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정성호 “대검에 신중한 판단만 요청”

2025.11.10 15:46:01 호수 0호

여 “조작 수사” VS “외압” 공방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10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에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으로서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 게 제 원칙”이라며 “원론적으로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중요 사건은 검찰을 통해 법무부 보고가 이뤄지는데, 선고 결과를 보고받았던 당시에는 국회 일정 등으로 인해 신경 쓰지 못했다”며 “최종적으로 대검이 일선 부서에서 항소하려고 한다고 했을 땐 ‘신중하게 판단하면 좋겠다’는 언급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심 피고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8년을 선고했다”며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 항소하지 않아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설명은 항소를 언제 검토할지를 정한 대검 예규(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를 전제로 한 해석으로 풀이된다.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예규는 선고형이 구형의 2분의 1 미만인 경우 항소 검토 대상으로 본다.

다만 이는 우선 검토 지침일 뿐 금지선은 아니며, 기계적 항소 자제 등 예규 취지에 배치되지 않도록 법령 위반, 양형 부당 등 정당한 항소 이유를 갖춰 판단하는 것이 관례다.


앞서 대장동 개발 비리 1심에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7년, 김만배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뇌물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내렸으나, 정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선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의 관련성에 대한 물음에 정 장관은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나. 이 대통령은 별개로 기소돼서 재판이 진행되다가 지금 중단된 상태”라며 “지난달 1심 판결 이유 어디에도 대통령과의 관련성이 명시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엔 “장관 취임 이래 노 대행과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면서 “법무부 차관 및 국·과장 등이 당시 국회에 보고하러 왔을 때 얘기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검찰청 폐지로 수사권을 박탈하라는 국민 요구에 따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설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런 정치적 사건에 매달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검찰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대장동 수사·공판팀이 항소 제기를 준비했으나, 법무부 의견을 받은 대검이 ‘항소 포기’ 지휘를 내리면서 불거졌다.

수사·공판팀 검사들은 입장문을 통해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지난 7일,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제출을 보류시켰다”며 “그러다 자정이 임박한 시점에 ‘항소 금지’라는 부당하고 전례 없는 지시를 함으로써 항소장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9일, 노 권한대행은 “일선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입장문 공개 약 1시간 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대검의 지시는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하며 내홍이 재점화됐다.

정 지검장은 항소장 제출 마감 수시간 전까지 항소 필요성을 설득했으나, 대검이 최종 불허 결정을 내리자 수사팀에 ‘항소 포기’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검찰 내홍을 넘어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수사팀과 일부 검사가 ‘항소 자제’를 부당한 지시라며 왜곡하고 있다. 재판에 패하자 반성은커녕 항명으로 맞서는 것”이라며 “원칙 운운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를 즉시 항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왜 한마디도 없었나? 내란이 정당하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한 줌도 되지 않는 친윤(친 윤석열) 정치 검찰들의 난동”이라며 “수사팀은 일부 무죄가 나오면 기계적으로 항소하는 게 관례라는 이유로 고집을 피우면서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장동 개발 비리, 대북 송금 사건 등을 이 대통령을 겨냥한 조작 수사로 규정하면서 “국정조사와 청문회, 상설 특검을 적극 검토해서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이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장동 사건 관련 비리 자금 7800억원의 국고 환수가 불가능해지게 만든 게 이번 항소 포기 사건의 핵심적 실체”라며 “국회 차원의 긴급 현안 질의를 즉시 열고, 국정조사부터 신속히 진행하자”고 촉구했다.

송 원내대표는 “또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공소 취소 빌드업의 1단계 작업으로 이해된다”며 “이 사건을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 규정지으며 이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를 추진하겠다는 뜻이고, 나아가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해 완전 무죄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11일엔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들의 요구로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한 법사위 긴급 현안 질의가 열릴 예정이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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