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대장동 항소 포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검찰 쇼’

2025.11.13 10:11:31 호수 1558호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검찰 조직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에 따라 검찰 내부에서는 집단적 반발도 거세다. 검사장들의 집단 성명과 대검 연구관들의 반발까지, 언뜻 보면 ‘부당한 지휘에 맞서는 정의로운 검사들의 항명’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정의는 유독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듯하며, 그 저항의 방식은 지극히 우스꽝스럽다.

검찰은 정권에 휘둘리는 약자가 아니라 스스로 작동하는 권력이다. 검찰의 행위를 돌이켜보면 선택적 침묵과 선택적 항명이 교차할 때, 신뢰는 ‘이유의 부재’에서 불신이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당시 저런 반응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의 지적은 이번 집단 반발의 위선적인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정의가 아닌 항명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선택적 분노’ 때문이다.

임 동부지검장의 지적은 너무나도 핵심적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었던 윤 전 대통령의 즉시 항고 포기 때는 그토록 조용했던 검사들이, 유독 이번 대장동 사건에만 마치 거대한 불의를 본 것처럼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는 이들의 반발이 법리나 정의가 아닌, 조직 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욱 공교로운 지점은 타이밍이었다. 수사팀과 검사장들은 “지휘부의 지시가 부당한 외압이었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렇게 판단했다면, 검사로서 해야 했을 행동은 단 하나였다. 임 동부지검장이 명확히 짚었듯 “항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징계 취소 소송을 각오하고 항소장에 서명해서 제출했으면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 부당한 지시에 맞서는 것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징계를 각오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항소 시한이 지나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항소 불능’ 상태가 되고 나서야, 뒤늦게 “사실은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정의를 위한 저항이 아니라, 책임은 지지 않고 명분만 챙기려는 비겁한 변명에 가깝다. 싸워야 할 순간에는 침묵하고, 모든 것이 끝난 뒤에야 “싸우지 못하게 막았다”고 외치는 모습은 희극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리더십이 붕괴한 지휘부가 있다. 노 권한대행은 스스로 용산과 법무부의 눈치를 본 ‘전달자’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고백했다. 심지어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후배들에게 령이 서겠느냐”며 반발한 사실까지 공개하는 등 철저히 책임을 떠넘겼다.

조직의 수장이 법리적 소신이 아닌 정무적 고려로 굴복했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런 리더십의 공백 상태에서 일선 검사들은 정의는 외치지만 행동은 하지 않는 모순을 보인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정의를 내세운 검사들의 선택적 항명, 타이밍을 놓친 이들의 사후약방문식 반발, 그리고 책임 전가에 급급한 지휘부의 모습이 뒤엉킨 총체적 난국이다.

임 동부지검장이 이번 집단행동에 “동참할 수 없어 단박에 거절했다”고 밝힌 것은, 그가 이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음을 방증한다. 국민에게 이 사태는 법리를 위한 진지한 저항이 아닌, 검찰 조직의 이익을 위한 ‘정치 쇼’이자 위선으로 비칠 뿐이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사건에서는 침묵했던 반면, 대장동 사건의 선택적 항명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 뿐임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권 남용과 조작 기소의 진상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겠다”며 수사팀 반발에 대해 ‘조직적 항명’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검찰이 민주당이 만만해 보이는 것 같은데 이번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대장동·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상설특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 재판의 핵심 당사자로, 그의 재판이 중단된 상황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는 몸통을 지키기 위한 꼬리 자르기식 면피라는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법무부의 재판 개입 정황까지 드러나며 ‘국정 농단’ 의혹으로까지 비화할 우려가 크다”며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국정조사 합의는 불발됐으며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금명간 원내대표 간 회동을 갖기로 했지만 팽팽한 힘겨루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유인즉슨, 복잡한 여야의 속내는 다름 아닌 프레임 싸움으로, 조사 대상과 목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과반을 넘기는 압도적 의석수를 갖고 있지만 국정조사가 자칫 대통령 비호 프레임으로 흐를까 섣불리 합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성사를 위해 민주당을 압박하겠지만, 이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피한 만큼 어떤 당근을 제시할지도 미지수다.

딩분간은 이에 따른 청문회나 긴급 현안 질의 등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치열한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hntn1188@naver.com>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