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량진본동지역주택조합이 13년째 사업을 멈춘 배경이 드러났다. 조합장의 180억 횡령, 시공사의 지급보증 거부, 1000억원 행방불명 등으로 조합은 붕괴됐다. 이후 사업지가 공매에 넘겨졌으나, 일부 조합원은 합의를 거부했다. 미합의 조합원들은 부동산업자 김명자, 사채업자 이복원의 주도하에 ‘재산보호연대’를 결성해 사문서 위조, 알박기 등을 통해 부동산 시세조작에 나섰다.
‘노량진본동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의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는 1982년 군사정권의 권력과 금융권의 신뢰를 악용한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 사건’과 닮았다. 장영자는 ‘정부 실세와 연계된 재벌 여성 투자자’를 자처하며 위조 어음과 무담보 어음을 마구 유통시켰고, 당시 국가예산의 7%에 해당하는 6400억원대 자금을 빼돌렸다.
판결도 무시
결국 금융시장 전체가 마비됐고, 장영자는 ‘국가 신용을 무너뜨린 사기범’이라는 상징으로 남았다. 2020년대 서울 노량진 본동에서 일어난 ‘재보연 알박기 사건’은 형태만 다를 뿐, 같은 DNA를 공유하고 있다. 장영자가 금융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면, 김명자는 부동산 개발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재보연을 이끌고 있는 김씨와 이씨는 ‘조합원 권익보호’를 내세운 재보연을 결성해 재개발사업을 방해했다. 현재 허위 공정증서, 소송 사기, 가등기 알박기를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수사 결과 이들은 노량진 본동에 에이스빌라, 영본빌라 등 빌라 2채에만 60명 이상 명의의 가등기를 반복하며 공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업지를 법적으로 정당하게 공매로 매입한 대우건설에 합의금 10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일요시사>가 만난 재보연 탈퇴 관계자는 “시행사가 합의금 1000억원과 사업 시행권을 돌려주기 전까지 가등기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사업은 13년째 중단 중이다.
검찰은 “허위 가등기가 반사회적 통정행위”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보연 회원들의 가등기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10년 넘게 이어온 조합 부지 소유권 분쟁은 결정적 전환점을 맞았다. 하나자산신탁이 원고로, 피고는 재보연 소속 조합원 및 전 노량진본동지주택 조합원들이었다.
노량진본동지역주택조합은 2008년 11월 설립인가를 받아, 서울 동작구 본동 441번지 일대에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추진했다. 시공사는 대우건설, 자금관리와 시행 위탁은 ㈜로쿠스, 그리고 관리형(분양형) 토지신탁을 맡은 수탁사는 하나자산신탁이었다.
조합은 2012년 자금난으로 사실상 부도가 났다. 이후 일부 조합원들은 “재산권 보호”를 명분으로 재보연을 결성하고, 사업 부지 내 일부 빌라를 ‘지분 공유’ 명목으로 매입한 뒤, 김주학 등 명의로 매매예약 가등기를 대량으로 설정했다.
13년 알박기 카르텔…일대 장악 시도
‘재산보호연대’ 실체 파헤쳐 보니…
이들은 조합 부지에 대한 처분권을 막기 위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실제 소유 의사 없이 가등기를 방패막이로 이용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월, ‘떼거리 가등기’ 주요 가담자 25명 전원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 재판부는 “피고들은 진정한 소유권을 취득할 의사 없이 김주학과 통모해 조합 사업 부지 처분을 막기 위한 통정허위표시를 한 것으로, 민법 제108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결했다. 또 일부 사건에서는 재보연의 행위가 반사회질서행위(민법 제103조) 및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명시됐다.
법원은 이들이 “조합 해산 이후 사업주체의 정당한 신탁 및 분양 절차를 방해하기 위한 집단행동”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재보연의 내부 운영 규정과 의결 문건을 구체적으로 인용했다. 운영 규정에는 조합 해산 후에도 “공매 대비, 사업방식 변경, 공동 대응” 등을 명시했으며, 재보연 운영자들은 실제로 2013년 4월과 5월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에이스빌라 매입 및 매매예약 가등기 추진’을 의결했다.
재보연 의결서에는 “매수자는 대표단이 지정하며, 외부 상황 변화에 따라 본등기 시점과 방법은 대표단에서 결정한다”고 적혀있다.
이에 따라 조합원 일부는 에이스빌라 및 인근 다세대주택에 대해 1/70 또는 1/65 지분으로 가등기를 마쳤으나, 법원은 이 일련의 행위를 “형식만 존재하는 허위 법률행위”로 봤다.
재보연의 가등기 명의자였던 김주학은 과거 2013년 매매계약을 통해 재보연 측 명의로 토지를 분할 매도한 인물이다. 이후 하나자산신탁이 2017년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아 분양형 신탁을 추진했다. 그러나 잔여 토지에 다수의 가등기가 걸려있어 사업이 지연되자, 하나자산신탁은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나자산신탁이 김주학의 권리를 대위해 가등기 말소를 청구할 법적 이익이 있다”며 이를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총 60여명의 피고를 상대로 한 가등기말소소송에서 모두 하나자산신탁이 승소한 것으로, 법원은 “피고들의 매매예약은 조합 부지 매각을 저지하려는 위장 행위로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하나자산신탁과 로쿠스는 동 사업부지 전체를 아우르는 주택법상 정상적인 개발 절차를 재개할 수 있는 권한이 발생한 것이다.
시세조작 조건으로 용역비 10억 요구
“통정허위표시, 반사회적 행위로 무효”
재보연 대표인 김씨와 이씨는 “피해자 단체”를 자처하며 여론을 호도했고,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 현직 대학 교수,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등 회원들의 이름으로 각종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조합원·시행사·시공사 모두 피해를 입었으나, 이익은 김씨와 이씨만 챙겼다는 것이 판결문과 수사 결과의 일치된 결론이다.
취재에 따르면, 재보연의 김씨와 이씨는 노량진 본동 파탄 이후에도 인근 한강지역주택조합(노량진 삼원연립 일대)의 부지 매입 과정에 개입해 부동산시장 교란과 이중착취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와 이씨는 삼원연립 내 빌라 소유주들을 선동·규합해 조합과의 개별 협상을 전면 중단시킨 뒤 ‘가격 결정권’을 자신들이 독점했다. 그 결과 평당 3000만원 수준이던 빌라가 평당 1억원으로 급등하면서 시장 가격의 교란을 주도했다.
김씨와 이씨는 한강지주택을 압박하면서 수십억원의 용역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강지주택이 95% 부지 확보에 절박하자, 김씨는 “우리에게 용역을 주면 가격을 낮춰주겠다”며 압박했고, 결국 김씨의 딸이 운영하는 법인 ‘광장이앤씨’를 통해 10억원을 받아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김씨와 이씨는 한강지주택과 사업지 내 부동산 소유주 측으로부터 양쪽에서 이익을 취했다. 노량진 본동에서 알박기로 시행사를 압박한 재보연을 본 한강지주택은 이들의 영향력에 굴복해 시세(4억~5억원)보다 3배 이상 비싼 19억~22억원에 매입했다.
특히, 사업지 내에 재보연 대표 이씨가 5년전 5억3000만원에 매입한 빌라를 한강지주택이 19억원에 샀다.
한강지주택은 이씨 명의 빌라를 포함해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재보연은 한강지주택으로부터 용역비를 받고, 비싸게 판 부동산 주인들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챙겼다. 취재 결과 이씨는 이 과정에서 약 30억원 이상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결국 분양가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
동일한 수법
한편, 재보연은 장승배기와 상도교회 부지 등에서도 반복된 ‘이중 계약 패턴’을 사용했다. 이들은 과거 장승배기 상도교회 부지 개발사업에서도 동일한 수법으로 수억원의 용역비를 챙긴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에도 ‘T’ 시행사와의 부지 매입 용역계약을 통해, 조합과 토지주 양측으로부터 돈을 빼내는 ‘양면 협상’ 패턴을 반복했다.
최근에는 공공개발까지 마수를 뻗었다. 차기 표적은 노량진교회 부지로 최근 확인된 부동산 등기부에 따르면, 김씨의 사무실은 노량진교회 옆 공공개발 예정지 인근으로 이전했다.
<smk1@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