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고립무원’ 현실로? 최측근들 잇따라 ‘진술 번복’

2025.07.14 14:30:24 호수 0호

김성훈 “대통령 지시 있었다” 번복
김태효, ‘VIP 격노’ 직접 목격 증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잇따라 기존 진술을 뒤집고 불리한 증언을 내놓으면서, 윤 전 대통령이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밝힌 ‘고립무원’의 상황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최근 내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저지 관련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그는 경호처 내 ‘강경 충성파’로 분류되며, 탄핵 심판 국면에서도 “경호관의 최고 명예는 대통령 안전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최근 특검 조사에서 기존 입장을 뒤엎고 윤 전 대통령의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특검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에는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 “총을 갖고 있다는 걸 좀 보여줘라” 등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지시한 구체적인 발언이 담겼다.

또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김 전 차장에게 세 차례 전화해 “쉽게 볼 수 없어야 비화폰이지. 조치하라”라고 말하는 등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둘만의 통화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김 전 차장 진술 없이는 파악이 어려운 내용이다.


특검은 김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사가 입회하지 않은 이후부터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는 내용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전 차장의 이 같은 태도 변화를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하며 “윤 전 대통령이 회유나 압박으로 진술 번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한 실세 참모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역시 지난 11일 순직해병 특검 조사에서 기존과 상반된 진술을 내놨다.

김태효 전 차장은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질책하며 경찰 이첩을 보류시켰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으로부터 한 장짜리 채 상병 사망사고 보고를 받고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년 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당시 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관련 보고도, 윤 전 대통령의 격노도 없었다”고 주장했던 것과 상반된 발언이다. 특검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을 조만간 소환해 추가 진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한때 복심이었던 이들이 줄줄이 등을 돌리자 적잖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구속영장 심사에 자신의 처지를 ‘고립무원’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최후진술에서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졌다. 국무위원들도 각자 살 길을 찾아 떠났고, 변호사를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구속 이후에도 특검의 대면조사 요청에는 좀처럼 응할 의지도 비추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특검팀의 피의자 출석 요구에도 윤 전 대통령 측은 “당뇨와 눈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조사에 응하기 힘들다”며 “출석 의지 자체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날도 오후 2시 예정돼있는 소환 조사에 불응하면서 특검의 대면 조사가 재차 무산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번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상황이 변경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핵심 측근들의 진술 번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의 조사 불응이 장기화될 경우, 특검이 강제 인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제 인치는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에 불응할 경우 법원이 경찰이나 검찰의 요청에 따라 강제로 조사장에 출석시키도록 하는 제도다.

특검은 사유의 타당성을 검토해 인치 지휘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내놓은 새로운 진술을 수사 동력으로 삼아 추가 증언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사후 조작’ 정황과 계엄 국무회의의 위법성 인정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해제 이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요청으로 서명란이 포함된 계엄 선포문에 사후 서명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왔다.

또 ‘내란 방조’ 혐의를 받는 국무위원들의 진술 번복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의 대통령실 CCTV 분석 결과, 한 전 총리,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기존 진술과 배치되는 행적이 포착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지시 의혹,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이 전 장관의 ‘계엄 사후 대책 논의’ 의혹 등도 수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핵심 측근들이 심리적 압박을 느끼며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추가적인 반전 진술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1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