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헌법 제10차 개정(이하 개헌) 논의가 재점화된 가운데, 이재명(더불어민주당)·김문수(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개헌론을 내놨다.
지난 18일, 두 후보는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임기 제도, 권력구조 개편 등의 내용이 담긴 개헌안을 발표했다.
대통령 임기 제도와 관련해 이 후보는 이날 “대통령의 책임을 강화하고 권한은 분산하자”며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도입해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가능해지면, 그 책임성 또한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만든 후 빠르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진다고 해도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서 국민 뜻을 물어 진행하자”며 구체적인 개헌 시기와 방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가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안을 제기한 데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힌다”면서도 “‘연임제’라는 표현 속에 장기집권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4년 ‘중임제’는 한번 재선의 기회를 허용하되 그 기간이 8년을 초과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데, ‘연임제’는 대통령이 2회 재임한 후 한번 쉬고 다시 2회를 재임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이를 악용해 사실상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사례를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5년 단임으로 규정돼있어 사실상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제도로 정착돼왔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제안했다.
권력구조 개편에 있어선 두 후보의 입장 차가 극명했다.
이 후보는 “공수처, 검찰청, 경찰청과 같이 중립성이 필수적인 수사기관과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중립적 기관장을 임명할 때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권력 기관을 사유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에 대해서도 “국회 통제 권한을 강화해 대통령이 비상명령이나 계엄을 선포하려면 사전에 국회에 통보하고 승인을 얻도록 해야 한다”며 “긴급한 경우에도 24시간 내 국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하게 해 ‘아닌 밤중에 비상계엄’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검찰의 수사권 독점 규정 폐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제한 ▲대통령실 소속인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대통령을 견제하는 개헌안을 내놨다.
반면 김 후보는 국회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는 안건들을 제시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완전히 폐지하겠다”며 “또 직접 민주주의제를 강화하고, 국민에게 그 권력을 되돌려 드린다는 취지서 국민입법제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하겠다”며 “이를 위한 방법으로 추천위원회를 법정 기구화하고, 국회 3분의 2의 동의를 받도록 해 특정 정치 세력이 사법부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023년 6월19일, 이 후보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를 선언했으나 이후 대장동 비리 등으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상정되자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부결을 요청해 비판받은 적이 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이를 악용할 경우 비리가 발생해도 해당 의원의 소속 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체포를 막을 수 있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이미 개헌을 공개 찬성하고 나선 이 후보와의 즉각적인 개헌 협약 체결을 제안한다”며 “(이 후보가)개헌과 관련해 수 차례 말 바꾸기를 일삼아 왔으니 국민 앞에 문서로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꼬집기도 했다.
한편 ‘10차 개헌’ 논의는 이번에 처음이 아니다. 여야가 의견을 좁히지 못해 흐지부지 되거나, 선거 시즌에 개헌을 발표한 후 번복하는 등 합의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앞서 2017년 5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8일 만인 제37주기 5·18 민주화운동 연설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6월 개헌특위서 로드맵을 발표해 개헌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권력구조 개편 등을 놓고 여야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2018년 5월 국회 본회의서 ‘투표불성립’으로 부결된 바 있다.
지난 제19대 대선을 1년가량 앞둔 시점인 2016년 10월24일에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서 “개헌을 임기 내 완수하겠다”고 깜짝 발표했으나, 12시간 뒤 일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무산됐다.
지난달 4월6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특별담화를 열고 “12·3 비상계엄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며 “비상계엄이 헌법 잘못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헌법을 보완해 구조적 방벽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이 후보(당시 민주당 대표)가 “개헌은 필요하나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며 반대했으나 사흘 만인 9일,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은 6·3 조기 대선 이후 개헌을 진행하는 데 대해 합의했다. 지난 1987년 10월29일 개정된 이후 유지되고 있는 현행 헌법이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진 점에 대해 여야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현재 5·18 민주화운동 정신 수록 등 기본권 측면에선 이견이 없는 상태지만, 권력구조 개편 등 일부에선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이번 대선 이후 여야가 개헌 논의를 합의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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