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불났어요!” 8·90대 영덕 주민 구조한 외국인 화제

2025.04.02 10:46:46 호수 0호

법무부, 장기거주 자격 부여 검토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할매, 산에 불났어요. 빨리 대피하세요!”



지난달 22일 경북 의성서 시작된 산불이 인근 영덕의 해안마을까지 번지면서 주민들의 대피가 시급한 상황이 벌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8년째 한국서 선원으로 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31)씨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마을 주민들을 구했다.

이날 수기안토씨는 화마가 마을을 덮치자 이장, 어촌계장 등과 함께 몸이 불편한 고령 주민들을 직접 대피시키는 데 앞장섰다. 경사가 심하고 좁은 길로 이뤄진 마을 특성상 노약자들이 신속히 대피하기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300m 떨어진 방파제까지 80~90대 노인 7명을 업거나 부축해 구조했다.

8년 전 한국에 입국했던 수기안토씨는 오랜 생활로 인해 지역 사투리에 능숙할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할머니들을 ‘할매’라고 부르며 각별한 정을 드러냈다.

수기안토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할매가 걸음을 빨리 못 걸으니깐 일일이 집에 가서 업고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등에 업혀 대피한 90대 주민은 “(수기안토가)없었으면 우린 다 죽었을 것”이라며 “테레비(TV)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불이 났다는 고함에 일어나 문밖을 보니 수기안토가 와있었다. 등에 업혀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고국에 다섯 살 아들과 부인이 있다는 수기안토씨는 3년 후에 집으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법무부가 그의 선행을 인정해 체류 자격을 완화키로 했다.

법무부는 지난 1일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지시로 수기안토씨에게 ‘공익에 기여한 외국인’에 대한 예외 조항을 적용해 장기거주(F-2) 비자 자격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F-2 비자는 내국인과 결혼했거나, 기업투자(D-8) 비자로 3년 이상 거주하며 50만달러 이상 투자한 외국인 등 취득 조건이 다소 까다롭다.

유사 사례로 지난 2020년 강원 양양군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서 화재가 발생한 것을 발견하고 현장에 뛰어들어 입주민 10여명을 대피시킨 카자흐스탄 출신 율다셰프 알리 압바르씨가 있다.

당시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압바르씨는 법무부로부터 한국서 6개월간 체류할 수 있는 임시 비자(G-1)를 발급받았고, 그해 말 영주권까지 얻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0조의2에 따르면 장기체류자격이 주어지면 대한민국에 90일을 초과해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체류기간의 상한 범위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비자 심사는 통상 1~2주가 소요될 전망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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