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지난 21일부터 전국 각지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맹렬한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24일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축구장 1만900개 면적에 달하는 7700ha의 산림이 소실됐다. 특히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아 피해 면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발화 원인은 대부분 성묘객, 용접 불꽃 등 인재(人災)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산불로 전국에서 총 4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으며 의성 1554명, 산청 316명, 울주 118명 등 1988명의 주민이 임시 주거시설로 대피했다.
경남 산청군에선 지난 21일 발생한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진화율 70%로 화마가 꽤 잡힌 듯 보이지만, 강풍 탓에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날 산청군에는 최대 풍속 15m/s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보돼 추가 확산 우려가 제기된다.
소방 당국은 헬기 36대와 인력 2341명, 차량 249대 등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총력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강풍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강풍으로 인해 헬기 작업에 어려움이 크다”며 “지상 인력을 중심으로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경북 의성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1일 발생한 산불은 6000ha에 가까운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현재 진화율은 68%에 머물고 있으며, 불길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의성군에는 헬기 59대, 인력 2602명, 장비 377대가 투입돼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짙은 연무로 인해 헬기 투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초속 15m에 달하는 강풍 예보까지 겹쳐 난관이 예상된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진화 작업이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진화율은 69%로, 전날(72%)보다 오히려 3%p 하락했다. 밤사이 남동풍을 타고 불길이 거세지면서 피해 면적은 278ha까지 늘어났다.
울주군 역시 헬기 12대와 인력 1929명이 투입돼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강풍 예보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경남 김해군에서는 헬기 철수 후 진화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재확산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날 오전 8시30분 기준 김해군 산불 진화율은 75%로, 전날 오후 6시(96%)보다 20%p 넘게 하락했다.
소방 당국은 헬기 5대를 긴급 투입해 화마를 잡고 있지만, 강풍이 지속될 경우 이 지역 역시 진화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그나마 희망적인 비 소식은 오는 27일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강수량이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7일 강수가 예상되지만, 봄철처럼 많은 양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강수량과 지역은 추후 예보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울산, 경북, 경남에 재난 사태를, 피해가 큰 산청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재난 사태가 선포된 3개 시도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긴급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최 권한대행은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이번 산불을 완전히 잡을 때까지 모든 자원을 아끼지 않고 투입하겠다”면서 “유가족과 피해자 지원, 이재민의 일상 회복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