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떠난 사람은 그만 놔주자

2019.10.28 11:00:57 호수 1242호

지난 1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리서 물러났다. 임명된 지 불과 35일 만의 일이다. 그러나 사퇴 이후에도 ‘조국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21일에 끝난 국정감사에선 마지막 날까지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질의가 이어졌다. 사퇴 이튿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감사서 “법무부장관이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비겁하게 사퇴했다”는 발언이 나왔다. 여러 이유로 사퇴해야 된다고 주장했던 측에서 정작 법무부장관이 사퇴하니 “비겁하다”고 비난한다.  

대학교수가 정무직에 임명돼 휴직한 경우 임기 동안에 한해 휴직할 수 있다. 지체 없이 복직원을 내는 것은 절차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선 ‘칼복직’이라는 단어를 쓰거나 “장관 면직 하루 전에 복직원을 냈다”며 비판조의 기사를 냈다. 

수업을 하지 않고 학교도 나가지 않으면서 월급을 받는다는 보도도 보인다. 대학 수업은 매 학기 시작 전에 확정된다. 학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라면 모르지만, 중간고사 기간인 지금 와서 수업을 맡을 수는 없다. 조 전 장관이 맡았을 강의를 대신하고 있는 교강사를 쫓아내기라도 하라는 말인가? 

법학 전공 교수가 대학에 출근하고 있는지를 따지는 것도 지나치다. 대부분의 인문사회계열은 이공계와 달리 연구를 위한 실험실이나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학술문헌 전문 검색엔진이나 대학도서관서 구입한 전자저널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만 갖춰지면 자택서도 연구는 가능하다.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 참고서적, 그리고 문구류만 있으면 충분하다. 연구를 하는지는 대학 출근 여부로 판단할 수 없다. 


설령 연구를 하지 않더라도 비난할 일인가? 잘못이 있는지 여부와 별개로, 전 법무부장관이 자연인으로서 받았을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대학교에 나가지 않고 연구를 쉬고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퇴한 지 이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월 급여는 규정에 따라 지급된 것이다. 교육공무원인 국립대 교수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조 전 장관에게 따질 일이 아니다.

조 전 장관은 요새 종종 산에 오르는 모양이다. 상처 받은 자신을 추스르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몇몇 언론은 거기까지 쫓아가 ‘출근하고 있는지’ ‘부인이 검찰조사 받는 것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 등 상처를 덧나게 하는 질문을 한다. 그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아 특별한 기사거리도 없는데도 보도한다.

조 장관은 정부를 떠나 30년 전부터 영위해 온 직업인 교수로 돌아갔다. 정무직에 있을 때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자리를 떠나면 놓아줘야 한다. 전직 법무부장관으로서 등산을 하는 게 아니다. ‘대학교수가 등산을 했다’는 뉴스가 될 수 없다. 

누구라도 법을 위반했다면 절차에 따라 조사를 받고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지금 조 전 장관을 향한 논쟁은 법률 위반 여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이 많고 대부분 부정적이고 악의적이다.

장관직에 35일 동안 재직했다는 사실이 사퇴하고 나서까지 이토록 난도질당할 일인지 의문이다. 국무위원 인사도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매번 옳을 수만은 없다. 그런데 법무부장관 인선 및 사퇴 문제를 내년 총선까지라도 끌고 가려는 듯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자리서 내려온 장관을 대상으로 옥신각신 할 때인가. 나라 경제가 좀처럼 나아질 줄을 모르고 있다. 정쟁이 길어져 처리할 법안도 산적해 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빌미로 다투기 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도모해야 한다.

‘조국 논쟁’은 이제 그만 하자. 떠난 사람은 그만 놓아주자. 여야는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주제를 가지고 치열하게 논쟁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허송세월 할 것인가.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