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버려지는 아기 품는 ‘베이비박스’ 찬반논란

2011.11.29 10:50:00 호수 0호

“원치 않는 아기는 아기바구니에 놓고 가세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유난히 추운 겨울. ‘보호’와 ‘유기’ 사이에 위태롭게 놓여있는 ‘베이비박스’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남몰래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2009년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처음이자 유일하게 이것이 설치된 후 베이비박스를 그대로 둬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도 베이비박스를 놓고 온라인상에서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 “버려진 아기의 생명을 보호한다”라는 의견과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측 “길에 버려지느니…최소한의 생명보호다”
반대측 “아기가 물건이냐! 영아 유기 조장하는 것”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의 집’ 앞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이곳은 지난 2009년 12월 겨울 교회 대문 앞에 버려진 유아가 저체온증으로 숨질 뻔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이종락(58)목사가 교회에 설치한 사설 ‘긴급 구제처’이다.

베이비박스는 문을 열고 아기를 넣으면 집안에서는 벨소리를 듣고 아기를 꺼내 올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옆에는 “불가피하게 아이를 돌보지 못할 처지에 있는 미혼모의 아기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긴급 ‘구제처’

서울관악구청에 따르면 이 박스 통로를 통해 지난 2년간 베이비박스에 26명의 신생아가 들어왔다. 이 아이들은 대부분 장애가 있거나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는 미혼모의 아이로 현재 이 목사 부부는 6명의 아이를 입양하고 4명에 대해 후견인 역할을 하며 돌보고 있다.

함부로 버려진 연약한 아기들이 동사할 수 있는 추운 겨울이 다가오면서 베이비박스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찬반양론은 여전하다.

아이디 Twins***는 “갓난아기들이 차가운 휴지통과 차가운 시멘트바닥에 처참하게 버려지는 것 보다 오히려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베이비박스가 나을 듯하다”며 “이런 점에서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유기하라는 박스가 아닌 ‘생명의 박스’이며 이것은 좋은 취지의 생명보호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ysy8***이란 아이디의 네티즌도 “어쨌든 버려지는 아이라면 안전하게 받아주는 것이 맞다”며 “생활고 등으로 영아유기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보육시설에도 이런 것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비박스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 세태를 꼬집으며 이것에 대한 시각을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아이디 knigh***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낙태율과 아이 수출국의 위엄을 보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이면에서 베이비박스는 어쩌면 사회의 최소한의 양심일지도 모른다”며 “‘아이를 버리는 곳’이 아니라 ‘버려진 아이의 생명을 보존해 아이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시설’이라는 것이 베이비박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는 아이를 버리는 유기를 조장하거나, 편의를 돕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버려질 수밖에 없는 아이라면 그 아이가 생존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아이디 her***도 “베이비박스는 버리는 사람이 있으니 받는 사람이 방법을 고안한 것 뿐”이라며 “버리는 사람이 잘못되었지 받는 사람이 잘못된 건 아닌 것 같은데 부모가 버린 아이를 좀 더 낫게 받아야 겠다는 마음에서 베이비박스를 만들었지 유기를 조장하는 건 절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베이비박스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기 조장이 아닌 유아보호”이며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한다고 보는 편협적인 시각을 가진 이 사회가 더 문제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반면 “아이들은 낳은 부모가 최선을 다해 돌봐야 되는데 많은 고민 없이 아이를 버리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 “부득이 한 경우는 보호시설에 맡기면 될 것이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아이디 emotion***는 “‘얼마나 어려운 상황이면 자기애를 버리기 까지 할까’라고 생각하면 베이비박스의 존재 취지가 어느 정도 공감 되지만 아이를 버리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며 “유아보호라는 명목으로 이런 불법행위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준 다는 것은 불법적인 일을 마치 합법적으로 하라고 만들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이가 물건도 아니고…”라는 의견을 냈다.

아기가 물건?

또 다른 아이디 jk***도 “베이비박스가 무조건적으로 유아 유기를 조장하지는 않겠지만 태어난 아기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라며 “합법적 유기환경을 조성해 주는 건 정말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 철거를 요구하기에 앞서 키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아기를 맡길 수 있도록 복지환경부터 마련하라는 찬성의견과 사회안전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기할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줘서는 안 된다는 반대주장.

반 년 이상 이어지는 논란 속에 베이비박스에는 지금도 갈 곳 잃은 아기들이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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