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김해을 재보선 친노 암중혈투 내막

2011.02.22 09:57:31 호수 0호

예선은 유시민 ‘승’ 본선은…


김해을 재보선을 두고 친노(親盧) 진영이 전초전을 치렀다. 독자 후보를 낸 국민참여당과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출마를 독려해온 민주당 안팎의 친노 인사들 사이에 불꽃이 튄 것. 김 국장의 출마 시 당적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졌으나 김 국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번 승부는 국민참여당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친노 진영 한가운데 갈등의 씨앗을 남겼다는 점에서 재보선 결과에 따라 2차전까지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다. 

김해을 출마 고려하던 김경수 불출마로 선회
재보선 부담감 유시민에게로, 2배로 커진 배팅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의 연대와 후보 단일화가 중요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각 정당은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통 큰 연대’의 이면에는 적잖은 잡음이 따르고 있다.

밥그릇 싸움부터 ‘시끌’



민주노동당은 야권 연대를 위해 민주당에게 ‘순천’과 ‘김해을’ 지역구의 양보를 요구했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달 28일 “야권 연대를 이루면 모든 선거구에서 다 이길 수 있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국민참여당이 원하는 곳은 김해을이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나선 만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김해을의 상징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이번 재보선에서 1석이라도 얻어 다음 총선을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 출신인 이봉수 참여당 경남도당위원장을 후보로 세우고 재보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이 고른 인재는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었다. 친노 인사라는 점과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김해 봉하마을로 내려간 후 지역 기반을 단단히 다져놓아 재보선 출마 시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 

친노 486 인사들이 지난 14일 김해 봉하마을에 집결, 야권 단일화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과 유기홍·김태년 전 의원 등 20여 명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리를 함께 해 김 국장의 출마 여부와 출마 시 당적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을 나눈 것.

김 국장의 출마가 확실시된 상황에서 당적 등을 챙기기 위한 자리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김 국장은 불출마로 급선회했다. 그는 지난 16일 “누군가 나서는 게 선거이지만, 누군가 나서지 않고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선거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꽃’이 되기보다는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고 싶다”면서 재보선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친노 대표주자인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과의 경쟁 구도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월 전당대회 후 국민참여당을 이끌 것으로 알려진 유 원장은 4월 재보선과 관련, 김해을 보궐선거 선대위원장을 맡아서 총력전에 들어갔다. 여기에 독자 후보를 낸 국민참여당을 제외한 나머지 친노 진영이 김 국장을 지지하며 김해을 재보선이 유시민 대 김경수의 대결 구도로 비춰지자 압박을 느꼈다는 것.

어찌됐든 김 국장은 당초 예상을 뒤엎고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는 곧 국민참여당과 유 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김해을 후보 단일화를 둔 국민참여당의 강한 반발이 김 국장으로 하여금 불출마를 결단케 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참여당은 김해을 재보선 출마 후보와 관련, 민주당이 친노 원로들에게로 지원을 요청하자 크게 반발했다. 사실상 김 국장으로는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친노 단일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민주당 당적으로 출마를 하나,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나 국민참여당과의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으며,  친노의 분열을 막고 야권의 연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김 국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꽃이 되기보다 거름이 되겠다는 건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한다”면서 “(김 국장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국장의 불출마는 유 원장에게도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김 국장은 친노 원로 인사 등 국민참여당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민주당 안팎의 인사들이 김해을 출마자로 의견을 모은 인물로, 김 국장이 불출마 선언으로 유 원장에게 ‘기회’를 줬는데 선거에서 패하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길 수 있는’ 김 국장 대신 국민참여당 후보를 무리하게 내세웠다 실패했다는 책임론과 함께 친노 진영의 분열을 부를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김 국장의 불출마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지난 17일 친노 인사들이 4월 재보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읽혔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가 주도하는 친노 모임인 ‘시민주권’은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운영위를 열었다. 이 전 총리는 “김해는 총선을 치룰 때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지금은 누가 후보가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반드시 승리를 이뤄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김해을 재보선과 관련된 친노진영의 갈등 수습에 나섰다.

친노 진영 ‘부글부글’

한 전 청리는 “뼛속 깊은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범 노무현 진영이 확장할 수 없다”며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이번 김해 재보선이 도약과 발판의 계기가 돼야 한다. 각오를 다잡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러 압박이 있었더라도 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참여당 임찬규 대외협력위원장은 “내부적으로는 굳이 국민참여당만 고집하지 않고 더 좋은 후보라면 양보하자는 논의도 있었는데…”라며 잔뜩 날을 세운 친노 진영의 반응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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