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군’과 관련, 심기 불편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안 대표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연평도를 찾았다. 포격으로 부서진 민가 주변을 돌아보던 중 검게 그을린 쇠로 만든 통 2개를 찾아 들어올리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 바로 여기 떨어졌다는 얘기네”라고 말했다.
동행한 안형환 대변인이 “이게 몇 ㎜ 포입니까”라고 물었고, 육군 중장 출신인 황진하 정책위부의장이 “이게 76.1㎜짜리이고, 이것은 아마 122㎜ 방사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대표가 들어올린 쇠통은 포탄이 아닌 보온병으로 밝혀졌다. 안 대표 일행이 자리를 뜨자 현장에 남아있던 사람이 쇠 통의 먼지를 털어내며 “상표 붙은 거 보니까 포탄 아닌데…”라며 “포탄 아니에요. 마호병(보온병)이에요”라고 말한 것.
이 모든 상황은 당 지도부의 연평도 방문에 동행했던 언론사를 통해 고스란히 알려졌고, 트위터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되며 논란을 키웠다. 안 대표는 병역기피 의혹에 휘말린 적 있던 터라 비난의 강도가 셌다.
안 대표는 지난달 2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병역기피 논란에 대한 질문에 “군을 완전히 마치지는 못했지만 군법무관으로 입대했다. 훈련을 한 달 받던 중 지병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고 퇴교당해서 군에 가지 못했다. 형님이 육군사관학교 졸업했고 아들 둘도 현역 갔다 왔다”면서 “지금이라도 전쟁이 발발하면 입대해서 맞서 싸우겠다”고 적극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연평도 방문 당시 군복을 입어 따가운 시선을 받은데 이어 포탄과 보온병을 착각하며 ‘군 미필자’임을 되새기게 했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
안 대변인이 해명자료를 내고 “피해현장을 안내하던 사람이 ‘이것이 북한군 포탄’이라고 설명했고, 동행한 방송카메라 기자가 안 대표에게 ‘포탄’을 들고 포즈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처참했던 현장상황, 안내한 분의 설명으로 누구도 포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긴박한 현장에서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변웅전 자유선진당 최고위원은 “아무리 군 미필자모임인 현 정부와 여당이라고 해도 보온병을 들고 이것이 포탄이라고 하면 보온밥통은 핵무기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아냥거리며 “소총도 안 쏴본 사람이 대포 한 대 맞더니 정신 못 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명 민주당 대변인도 1일 논평을 내고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분이니 착각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체하다 구긴 체면이라 한심스럽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