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쟁이’ 최 회장 미스터리

2015.10.19 11:29:10 호수 0호

거물급 인사 연루설 ‘사실일까’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중견그룹 회장이 죽었다. 한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집에서 어마어마한 마약이 나오면서 사건이 커지는 양상. 어디부터 어디까지 파문이 확산될지 아무도 모른다.

 


숨진 사람은 중견그룹 최모 회장이다. 최 회장은 서대문구 소재 자신이 소유한 오피스텔 건물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최 회장이 화장실에 들어가 너무 오랫동안 나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비서가 따라 들어갔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최 회장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최 회장은 누구? 정확한 사인은?
 
최 회장은 기계장비와 건설·제조·여행업체 등 계열사 5개를 거느린 중견기업 T그룹 오너다. 올해 58세인 그는 전북 시골마을에서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 1학년 때 출세를 목적으로 무작정 상경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학을 다녀온 아버지가 특별한 직업 없이 백수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집을 뛰쳐나왔다”며 “커피숍 심부름꾼 등 사회 밑바닥에서 안 해본 일 없이 많은 경험을 해봤다”고 회상한 바 있다.
 
최 회장은 30여년 전인 20대 당시 T물산을 설립하면서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사업을 확장해 5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탄탄한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갖은 고생 끝에 성공한 최 회장은 최근 심각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오피스텔도 자택 겸 사무실로 사용했다. 그는 아내와 이혼한 뒤 혼자 살고 있었다.
 
최 회장은 수년 전 고향에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현지에 공장 등을 짓기 위해 1000억원대 투자를 결정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엔 은행에서 3억원 상당의 당좌수표를 발행했다가 갚지 못해 고발당하는 등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본인 오피스텔 화장실서 숨진채 발견
어마어마한 마약 나오면서 사건 확대
 
회사 안팎에선 어려운 처지를 이유로 혹시 최 회장이 자신의 상황을 비관해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 근무시간에 같은 건물에 있던 자택으로 들어간 점도 수상하게 여겨졌다.
 
경찰의 판단은 이랬다. 경찰은 “부검 결과 최 회장의 사인은 필로폰 과다 투약으로 드러났다”며 “최 회장이 숨진 현장에선 필로폰 5g이 든 작은 봉투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이 마약 전과가 없었던 점,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최 회장이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 등은 경찰의 공식 발표를 의심케 했다.
 
 
최 회장 사건이 크게 회자되는 것은 그의 집에서 어마어마한 마약이 나왔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오피스텔에선 필로폰 200g이 담긴 봉투가 발견됐다. 최 회장이 숨진 뒤 유품을 정리하던 가족들은 최 회장의 개인금고에서 필로폰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에도 또 발견돼 필로폰은 총 250g으로 늘어났다. 이는 8000∼1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희석해서 사용하면 더 늘어난다. 시가로 따지면 약 13억원에 달한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최 회장이 무슨 돈으로 필로폰을 구입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중국에서 밀수한 필로폰을 캄보디아를 거쳐 국내에 반입하려던 일당들이 검찰에 적발된 바 있다. 시가 33억원에 이르는 필로폰 1kg인데, 이는 동시에 3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지난달엔 사상 최대 규모의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오려던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필로폰 18kg, 무려 600억원 어치로 6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마약범은 공범이 있기 마련이다. 마약이 오간 경위를 파악 중인 경찰은 최 회장에게 마약을 판매한 용의자들을 특정하고 뒤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전과가 없는 최 회장이 다량의 필로폰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경로를 수사하고 있다”며 “최 회장에게 마약을 공급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3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거물급 인사 연루설이 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최근 정관계는 ‘마약 괴담’으로 뒤숭숭하다. 고위층 자녀들의 투약설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발단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였다.
 
그의 딸 현경씨와 지난 8월 결혼한 이상균씨는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필로폰 등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범으로 유명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공범이 있나? 왜 이제서야?
 
두달 전 사건이 왜 이제서야 공개됐냐는 의문도 있다. 최 회장 사체가 발견된 것은 8월25일. 관할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그로부터 5일 후인 같은달 30일 최씨의 유품을 정리하다 금고에서 필로폰을 발견했다는 최씨 아들의 신고도 접수했다.
 
이후 진전이 없었다. 사건은 한 언론이 지난 14일 기사화 하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최 회장 사망과 마약 발견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그때까지 경찰은 시치미를 뗐다. 경찰은 두달 넘게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최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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