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울리는' 영화쿠폰 사기주의보

2015.10.19 11:16:07 호수 0호

‘반값 티켓’ 꼬셔놓고 증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영업자들을 울리는 영화쿠폰 사기주의보가 발령됐다. 마케팅 회사 지오플랜이 영화 쿠폰을 미끼로 전국에 있는 자영업자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이 회사는 폐업했으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수백명에 달한다. 그런데 지오플랜 사업자는 고고플랜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똑같은 사업을 또 벌이고 있다.

    


“진심으로 다들 힘들게 고생하며, 푼돈 버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조금이나마 매출 올리고 싶은 자영업자들 마음을 이용한 사기꾼입니다.”
 
지오플랜은 보증금 150만원에 반값 영화 티켓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고 자영업자들에게 접근했다. 지오플랜은 매달 가입자에게 반값 티켓 300∼500장을 지급한다고 했다.
 
믿었는데…
 
의무사용 기간 8개월 이후에는 보증금 전액을 환급해주며, 보증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시 24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지오플랜은 자신들이 홍보 및 광고 대행사라고 소개하며, 무료로 매장 홍보도 해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부산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태헌씨는 지난 6월 가입했다. 지오플랜과 ‘매월 300장 반값 영화 티켓 무료 제공’ ‘의무사용기간 8개월 보증금 100% 환급(8, 16, 24개월 회차)’ ‘동종업 중복 계약 불가’ ‘검색어 키워드 : 부산대 카페, 빙수, 와플’  등으로 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보증금도 돌려준다고 했으며, 매출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했다”고 가입 이유를 설명했다. 
 

반신반의했던 자영업자도 많았다. 그런데도 지오플랜에 가입한 이유는 잘 만든 홈페이지와 지역 내 독점 계약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4년 9월 가입해 충남 천안시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현지호씨는 “3km 이내 지역 독점계약이라는 말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올해 2월에 가입한 조아라씨는 “홈페이지가 마음에 들었고, 유명 업체들도 가입 돼 있어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지오플랜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주요 극장과 계약을 했다며 자영업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오플랜 홈페이지에도 주요 극장 마크가 있어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한눈에 봐도 관계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도 의심이 가지 않은 몇몇 가입자는 직접 영화 쿠폰을 사용하기까지 했다. 절차가 까다롭긴 했지만, 영화 쿠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가입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지오플랜의 행보는 수상했다. 가입자들과 했던 계약을 제대로 이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의무 사용 기간인 8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증금 환급이 대부분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폐업한 가입자에게 보증금 전액을 환급해준다고 했지만, 이 역시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오플랜 관계자는 “보증금은 2년 동안 나눠서 준다고 계약서에 적혀 있다”고 말했다. 그 단서 조항으로 대부분 가입자 계약서에 적시한 ‘(8, 16, 24 회차)’ 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입자들은 이 문구가 당시 ‘연장 계약’을 의미했다고 한다. 지오플랜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봐도 의무 사용 기간보다 보증금 환급 기간이 더 긴 계약을 누가 할지 선 듯 이해가지 않는다.
 
지오플랜은 신용카드로 보증금을 결제하면 24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결제 첫 달부터 이자가 붙었다. 가입자들은 24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말에 대부분 신용카드로 보증금을 결제했다. 이런 탓에 평균 10만원 이상의 카드 이자가 나왔다. 이에 대해 가입자들이 항의하자 지오플랜은 “이자까지 같이 환급해주겠다”고 한 채 답변을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가입자들은 카드 할부이자는커녕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확인한 결과 지오플랜은 앞에서 언급한 영화사들과 그 어떤 계약관계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지오플랜이라는 업체는 처음 들어봤으며, 메가박스와 전혀 무관한 업체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 다른 영화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지오플랜 홈페이지에 나온 영화관 중에는 이미 합병되거나 사라진 영화관들도 있었다. 이 사실은 인터넷으로 검색 한 번만 해봐도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회사가 사라진 영화관을 버젓이 협력사라고 놔두는지 의문이다. 
 
지오플랜 ‘사장님’ 상대로 사기 의혹
1년도 안돼 폐업…사명 바꿔 또 사업
 
지오플랜 관계자들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항의 전화를 한 가입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한 채 바쁘다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하거나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나눠서 주겠다고 답했다. 나중에는 아예 전화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오플랜은 올해 6월23일 돌연 폐업했다. 대부분 가입자는 지오플랜이 폐업한 사실도 몰랐다.  그런데도 지오플랜은 마치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속이고 다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25일 한 가입자와 지오플랜 관계자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지오플랜 관계자는 “경찰에 가맹관련 신고하셨죠? (중략) 법적분쟁 끝날 때까지 이용제한입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미 사라진 회사가 어떻게 가입자에게 이용 제한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상식적인 회사라면 폐업한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고, 보증금을 돌려주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지오플랜을 폐업한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마음대로 계약을 파기하거나, 나를 사기꾼으로 몰아가서 도저히 영업할 수 없게 됐다”며 “현재 가입자들에게 환급금을 돌려주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바실련)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법망을 피하려는 전형적인 사기꾼이다”고 말했다. 바실련은 더 나아가 지오플랜이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실련은 “지오플랜은 8개월 안에 보증금을 줘야 하는데, 그걸 안 주고 있다. 어쨌든 지오플랜 입장에서 그건 ‘수익’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거나 마찬가지다”며 “더 나아가 과대광고로 소비자보허법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건은 서울 중랑경찰서로 입건됐다. 중랑경찰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지오플랜이 가입자들을  기망한 행위가 더 강한지 민사 성이 강한지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중랑경찰서에 들어온 것은 단 두 뿐인 것으로 전해진다. 
 
가입자들은 현재 고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에서는 피해가 소액으로 단순 사기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또 가입자들이 자영업자인 탓에 가게를 비우고 경찰서를 다녀갈 시간이 없어 신고가 미진한 상태다. 가입자 박미리씨는 “열심히 하루 벌어 일하는 자영업자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의욕상실이 아닐 수 없다”며 “한 달 동안 수익이 200만원도 안 된 업체도 한둘이 아니다. 자영업자에게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지오플랜 관계자들은 현재 고고플랜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만 새로 설립했을 뿐, 지오플랜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홈페이지만 봐도 지오플랜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보증금 날려
 
지난 5일 서울시 중랑구 용마산로에 있는 고고플랜 사무실을 찾았다. 회사 간판이 없는 탓에 한참을 헤맸다. 사무실은 20∼30평 남짓 됐으며, 여직원 둘만 있었다. 이들은 텔레마케팅으로 영업을 한다고 밝혔다. 고고플랜 직원은 “지오플랜은 폐업됐으며, 가입자들에게 보상이 다 끝난 줄 알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지오플랜과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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