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나간 경찰들이 판을 치고 있다. ‘민중의 지팡이’란 별칭을 무색케 하는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 최근에는 지적장애를 가진 소녀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현직경찰이 덜미를 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이 경찰은 자신을 신고하려는 피해자에게 신고를 하지 말라는 설득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상부에는 ‘허위신고’라고 보고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도를 넘어선 경찰들의 행각이 속속 벌어지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적장애소녀 불러내 성범죄 저지른 지구대 간부 충격
성폭행을 성매수로 축소 수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지난 4일 오후 3시30분쯤 경기도 분당경찰서 모 지구대 김모(56)경위는 근무 시간 도중 A(17·지적장애 3급)양을 불러냈다. 김 경위가 A양을 알게 된 것은 지난 3월 경이었다. A양은 경찰제복을 입고 순찰하던 김씨에게 ‘경찰관 아저씨’라고 부르며 다가와 처음 만나게 됐다. 이날 김씨는 A양에게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물어봤고 A양은 별다른 의심 없이 이를 알려줬다.
그리고 지난 4일 A양이 알려줬던 번호로 전화를 건 김 경위는 A양을 집 앞으로 불러낸 뒤 자신의 승용차에 태웠다. 그 후 김 경위는 인적이 드문 야탑역 지하 환승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가 그 안에서 A양과 성관계를 가진 뒤 3만원을 줬다. 경찰 근무복을 입은 채로 파렴치한 행각을 벌였던 것. 그리고 김 경위는 A양을 다시 집 앞에 내려 주고 오후 4시54분 지구대로 돌아왔다.
성매수? 성폭행?
아무도 모르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한 김 경위. 하지만 김 경위의 행각은 곧 세상에 알려졌다. 김 경위와 헤어지고 50여 분이 지난 뒤 A양은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 아저씨와 주차장에서 성관계를 갖고 돈까지 받았다”고 신고한 것. 이에 112지령실은 김 경위의 지구대에 사실관계 확인을 지시했다.
당시 지구대에 있던 김 경위는 이 지시를 들은 뒤 A양의 집 앞으로 찾아갔다. A양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그 뒤 김 경위는 상부에 “현장 출동했으나 허위신고로 밝혀졌다”고 보고하고 신고사건 처리를 마무리 지으려고 시도했다.
이렇게 묻히는 듯 했던 사건은 사흘이 지난 7일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112신고 사건의 적정처리 여부를 점검하던 분당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포착된 것. 이에 다음날 여경이 진상파악을 위해 A양을 만나 다시 수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A양은 부모와 협의하겠다며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다. 이에 청문감사관실은 지난 9일 김 경위를 불러 3시간 동안 감찰조사를 벌였고 ‘성매수 혐의’를 자백 받았다.
이에 분당경찰서는 지난 13일 김 경위에 대해 ‘심신미약자에 대한 간음’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애초에 경찰은 김 경위가 폭력 및 협박을 통해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성매수 혐의를 적용하려 했으나 A양과 부모를 상대로 진술을 받은 결과 김 경위 주장대로 단순히 성매수를 한 것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적용혐의를 변경한 것이다. 경찰은 또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경위를 파면조치하고 송갑수 분당경찰서장에 대해서는 관리책임을 물어 인천경찰청으로 인사발령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은 남아있다. 김 경위의 주장대로 성매수를 한 것인지 경찰신분과 무력을 이용해 성폭행을 한 것인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단체 등은 성명서를 내고 엄정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먼저 ‘성남여성의전화’는 지난 13일 ‘경찰은 축소수사를 중단하고 김 경위를 법대로 엄정하게 처벌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김 경위는 지적장애 소녀를 성폭력하고도 합의된 성매매라고 주장하고 피해신고를 허위신고로 은폐했다”며 “(경찰은) 가해자의 진술에 치중해 성폭행 사건을 성매매 사건으로 축소하는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성폭력특별법 제8조의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여자를 간음하거나’에서 ‘항거불능’은 장애 그 자체를 의미한다”며 “미성년자이며 지적장애를 지닌 피해자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수사결과는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성폭력 범죄에 대해 가해자의 진술을 근거하는 것은 성폭행에 대한 경찰의 몰이해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경찰은 지적장애 소녀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성폭력특별법에 따라 법대로 처벌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시민단체 반발 확산
지난 14일에는 거제사계절장애인성문화상담소, 경남여성장애인연대부설마산여성장애인상담소 등이 ‘경찰에 의한 지적장애청소녀 성폭력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성폭력사건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 안에서의 권력과 힘에 의해 발생한다. 때문에 성폭력사건을 접할 때 피해/가해자의 사회적 관계망과 특수성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피해자의 상황이다”라며 “피해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충격과 좌절감으로 몸을 떨고 있다. 그런데 마치 이번 사건이 돈 거래를 빌미로 한 성매수인 것처럼 왜곡되면서 피해자와 가족은 더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상담소는 이번 사건이 법의 공정한 잣대로 엄중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촉구한다. 검찰은 본 사건의 가해자를 성폭력 범죄로 기소함은 물론, 가해자의 신분과 피해자의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따라 그 죄를 가중하여 물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