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 재범 사태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지난 2월27일 2PM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와 팬들의 간담회가 열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좋은 결론을 내심 기대했던 JYP 측이나 팬들 모두 낙담만을 얻었을 뿐이다. 팬들은 ‘JYP의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자칫 공멸의 길로 빠져버릴 수 있는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갈지 JYP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소속사 해명 불구 팬들과 대립 첨예
이성교제 등 정황사진 언론사 제보
JYP는 지난 2월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재범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해 사실상 영구제명이라는 조치를 내렸다”고 고지하고 “그동안 재범군의 2PM 3월 컴백을 준비했으나 작년 12월22일 본인이 사적으로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해 왔다”며 “이 문제의 내용은 작년 9월 팀 탈퇴 시의 문제보다도 훨씬 더 안 좋고, 또 사회적으로도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소속사 계약해지와 2PM 탈퇴 이유를 밝혔다.
영구 탈퇴 올 초 예견(?)
JYP 측이 계약해지 사유를 설명하면서 재범이 사적인 큰 잘못을 했다고 언급하면서 연예계와 팬들 사이에 그 잘못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JYP는 “재범의 사생활이고 명예훼손의 문제도 일 수 있어 더 이상 밝힐 수 없다”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법적인 잘못을 했을 것’ ‘도덕적으로 책임을 질 만한 일을 한 게 아니냐’는 등의 여러 기지 추측과 ‘JYP가 재범을 내쫓기 위해 만든 이야기’라는 음모론까지 혼재돼 있다.
마침 원더걸스의 선미가 최근 연예활동 중단을 선언한 후 재범의 계약해지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두 사안이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들도 나돌고 있다.
JYP의 공식적인 영구 탈퇴 발표가 있기 전까지 재범은 오는 4월 2PM 앨범 발매시기에 맞춰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2월 셋째 주에 귀국, 컴백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터라 그를 기다리던 많은 팬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재범의 영구 탈퇴는 올해 초부터 예견됐다. 지난 1월 중순부터 핫티스트 등 2PM 팬클럽 사이에서 ‘재범 영구 탈퇴설’이 제기됐고, 이 무렵 2PM은 ‘6인조 2PM’으로 CF를 계약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애틀에 머무르고 있는 재범의 행보에서도 이런 징후는 감지됐다. 재범은 작년 12월 현지 비보잉 대회에 참가했지만 이후 JYP의 만류로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듯 했다. 그러나 1월 중순부터 다시 5~6개의 비보잉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JYP의 통제에서 벗어났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JYP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지난 2월27일 서둘러 팬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간담회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재범을 옹호하는 팬들과 6명의 2PM의 멤버와 함께 JYP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JYP의 정욱 대표는 이날 “본사가 채택한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JYP는 소속 연예인의 사생활을 관리할 책임이 없으며 모든 책임은 1차적으로 재범이 져야 한다”면서 “도식적으로 이 건을 본다면 재범은 가해자이고 6명의 2PM 멤버들과 사측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이어 2PM의 멤버들도 “도저히 덮어줄 수 없는 사안이었다”면서 “재범이 2PM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없으며 새 멤버, 리더를 선출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준호는 “1월3일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솔직한 심정으로 재범이 미웠다”면서 “우리는 그동안 그의 복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왔으나 지금은 이 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그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이 전해지면서 팬들은 멤버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는 회사와 2PM의 다른 멤버들에 대해 분개하며 배신자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2PM은 죽었다’는 의미로 국화꽃을 들고 청담동 JYP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멤버들의 개인사를 들춰내고 이들의 신상정보까지 유출하는 등 폭로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는 2PM 멤버들의 주민번호 등이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렇게 유출된 개인정보로 이들이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와 방문한 쇼핑몰 등을 알아내 또 다른 폭로전을 펼치고 있다. 또 몇몇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네티즌들은 이를 도용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몇몇 네티즌은 멤버들이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까지 인터넷에 유포하는 등 사생활 폭로전은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팬들은 일부 회사 관계자들의 전화번호까지 알아내 이들에게 막말 등이 담긴 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이쯤 되자, JYP 측은 2일 홈페이지를 통해 “며칠 전부터 몇몇 네티즌들이 멤버 6명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신상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유포하고 또 그 정보들을 도용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따라서 본사는 멤버 6명을 대신하여 본 사안에 대해 경찰에 도움을 의뢰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일부 팬들은 또 2PM 활동에 대한 보이코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2PM이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제품의 불매 운동을 펼치고, 멤버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하차를 요구하자고 뜻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택연·우영 등이 고정출연 중인 SBS <인기가요>와 <패밀리가 떴다> 시즌2, KBS 2TV <승승장구>의 시청자 게시판에 이들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지만 당사자인 재범과 2PM멤버들, 그리고 JYP는 괴소문 양산과 사태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재범의 문제의 사생활에 대해 언급을 일체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더욱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팬들 역시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입장에 따라 옹호와 비판, 비방만을 쏟아내고 있다.
탁월한 대외 능력으로 유명한 박진영이 자신은 물론 모두에게 상처만 남는 길을 선택했다. 박진영은 연예계에서 영리한 처세로 소문났다. 뛰어난 언변과 논리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작년 9월 ‘제2의 유승준’으로 낙인될 뻔했던 재범 논란도 사흘 만에 자진 탈퇴로 처리하면서 거센 비난을 동정 여론으로 뒤바꿔 놓았다. 선미의 경우도 재빠르게 팬 간담회를 열어 여론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박진영 답지 않았다.
JYP는 재범과의 전속계약 해지와 관련 비교적 자세한 경위를 공개하며 의혹과 왜곡을 피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특히 사생활 문제의 거론은 확인되지 않은 온갖 추측들을 야기해 재범에게 큰 짐을 떠안겼다.
무리수 둔 ‘JYP’
한 연예계 관계자는 “JYP가 정면돌파 카드를 꺼냈지만 앞뒤를 뒤집어도 헛패다. 자세히 설명했다고 여기지만 더 큰 의구심만 양산했다”며 “이제 재범, 2PM멤버, 그리고 소속사가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표명해야한다. 문제가 있다면 잘못을 시인하고 그에 대한 대중의 판단을 기다려야한다. 2PM와 재범에 대한 괴소문과 비방이 난무하다보면 대중은 이내 이들에 대한 시선을 거둘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