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산업현장 안전사고 <주의경계령>

2010.02.09 10:00:00 호수 0호

“연초부터 생산 현장엔 국화꽃 향기만 가득…”


연초부터 재계 곳곳에서 안전사고로 인한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경인년 새해 벽두부터 대우조선해양 직원 4명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더니 최근엔 동국제강 생산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 안타까운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다. 업계에 공개적으로 알려진 사망자만 10여 명이다. 연초부터 산업재해 소식이 잇따르자 노동계에선 업체의 미흡한 안전관리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매년 잦은 안전사고로 도마에 올랐던 전력이 있는 기업들은 노동계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올 들어 동국제강·대우조선해양등 산업재해 잇따라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먹구름’ 가득…1월 사망자 4명
 

지난달 28일 오후 5시쯤 인천시 송현동에 위치한 동국제강의 고철 선별 작업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협력업체 직원 윤모(63)씨 등 2명이 숨지고 송모(53)씨가 몸에 파편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중상을 입은 송씨는 인근 인하대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다.



동국제강
사망사고 소식 ‘당혹’

사고가 발생한 곳은 대형 창고형태의 고철 선별 작업장이다. 숨진 인부들은 이곳에서 크레인이 골라낸 고철 중 군용폭발물, 밀폐형 물건 등을 확인하고 골라내는 작업을 맡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선별하는 압력용기(LPG통, 가스통, 소화기 등), 군용폭발물, 밀폐용기(폐드럼통) 등은 본래 용광로에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어 반입이 금지된 물품들이다.

경찰은 “작업 중 크레인이 한 물체에 닿자마자 폭발했다”는 현장 진술을 확보하고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주변 인부들을 상대로 현장에서의 안전관리 대책에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동국제강은 사고 직후 폭발 원인 파악에 나서는 등 사태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동국제강은 사고 후 재발방지를 위해 사전 검수 체계를 보다 강화하고 납품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도 철저히 해 사전 위험 가능성을 배제시킬 것이라는 내부방침을 밝혔다.

안타까운 소식은 대우조선해양에서도 들려왔다. 특히 경남 거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의 옥포조선소는 올 초부터 산업재해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폭발·추락·질식 등 다양한 사유로 지난달 20일까지 이미 4명의 사망자와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옥포조선소에서는 선박 블럭에 스프레이 도장 작업을 하던 이모(44)씨가 폭발사고로 사망했다. 협력업체의 도장공인 이씨는 작업 중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작업장에 차 있던 인화성 가스가 폭발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씨는 폭발에 의한 화상으로 그 자리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발사고는 옥포조선소에서 올 들어 세 번째 전해진 사고 소식이다. 지난달 8일에는 안벽과 선박을 연결하는 대형 사다리가 바다로 추락해 작업 중이던 직원 1명이 바다에 빠져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2일에는 건조중인 선박 안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인 박모(28)씨와 이모(53)씨 등 2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돼 목숨을 잃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작업장에서 해양구조물 점검 작업을 하던 중 가스가 누출된 것을 알지 못한 채 밀폐된 작업장으로 내려가다 변을 당했다.

연초부터 잇따르는 사고 소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사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잦은 인명사고로 노동부 선정 ‘산재불량 사업장’으로 꼽혔던 대우조선해양이 새해에 들어서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덕분에 업계 곳곳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여전히 직원들의 안전관리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에선 대우조선해양이 안전규정을 위반해 사망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지난달 20일 도장 작업 중 폭발사고로 직원 이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작업 시 규정된 ‘방폭등’이 아닌 ‘LED랜턴’을 사용한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우조선 ‘최악의 1월’
20일 만에 4명 사망

지난달 22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이번 사고는 ‘LED랜턴’을 이용해 작업하던 중 랜턴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흔히 도장작업의 경우 스프레이 작업은 페인트와 시너 등 인화성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의 위험에 대비, 폭발을 방지하는 전등인 ‘방폭등’을 사용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돼 있다.

그러나 금속노조 확인결과 이번 사고현장에서는 ‘방폭등’이 아닌 랜턴이 사용된 것이다. 이에 노조는 회사측이 법 규정을 위반하고 안전관리 감독에 소홀했다며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선 대우조선해양의 최고책임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민주노총은 성명서 발표를 통해 ‘많은 목숨을 앗아간 대우조선해양(주) 대표이사를 구속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안전규정강화 및 책임자 경질까지 사태수습 ‘분주’
민주노총 “한국, OECD 가입국 중 최악의 산재왕국” 비판


또한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노동조합 등은 지난달 노동부 통영지청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특별관리 감독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노동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열흘간 옥포조선소 전 사업장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연초부터 연이어 전해지는 사고소식에 회사 입장에서도 당황스럽다”면서 “회사는 세계 2위의 조선소로 안전관리시스템이나 장비들은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거듭된 사고 소식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현장 재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사장님의 지시 아래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4~5명이 경질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연초부터 재계 산업현장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사망소식이 들려오자 민주노총은 지난달 27일 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고 현장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서를 통해 “2010년 1월 벽두에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2명의 산재사망을 시작으로 지난 25일까지 조선업에서만 6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다”며 “노동자는 살기위해서 일했지만 결국 죽어야 하는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불행은 해당 사업자에게 책임이 있다”며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만연한 ‘물신주의’가 산업재해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민주노총은 산업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현황이 OECD가입국 중 최악”이라고 지적한 민주노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노사정이 참여해 감독 관리하는 산업안전보건정책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정책심의위원회’를 폐지시켰다”고 질타했다.

노조 ‘정부·업계’ 비판
책임자 엄중처벌 요구

또한 민주노총은 “현재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관리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관’은 고작 300여 명에 불과하다”며 “이는 OECD평균의 1/5수준이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정책 수준은 정부가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감독에 대해 소홀한 것을 알면서도 책임자에 대한 책임 추궁과 처벌을 방치하고 있는 것과 같다”며 “선진국형의 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과 제도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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