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취재 LG 두얼굴 6탄] 어린 주식부자 29인 실체

2010.02.09 09:20:18 호수 0호

정체불명 새파란 갑부들 ‘누구냐 넌’


‘정도(正道) 경영’. 구본무 회장이 1995년 회장 취임식에서 처음 화두로 던진 이후 줄곧 추구해 온 경영철학이다. 한마디로 부당·편법 없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는 뜻이다. 이는 곧 LG그룹 경영방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회사와 가족들은 구 회장이 강조하는 ‘바른 길’을 걷고 있을까. 연속 시리즈로 이를 가늠해봤다.


30세 미만 대부분 수억∼수백억 상장사 지분 보유
유치원생 등 미성년자도 수두룩…평가순위 상위권


LG일가엔 ‘어린’주식부자가 유난히 많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대 지분을 소유한 미성년자가 수두룩하다.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그룹 순위에서 상위권을 휩쓸 정도다. 여기에 현재 학업 중인 미취업 LG가 4세들까지 합치면 ‘어린 갑부’들은 더 늘어난다. <일요시사>가 범LG그룹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가운데 30세 미만(1980년 1월 이후 출생)의 주식지분 가치를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30여 명이 1억원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지주회사인 ㈜LG와 지배력 상위 계열사인 LG상사 등에 집중돼 있는 이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약 3000억원으로 조사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차녀 연수(14)양은 ㈜LG(5만5064주·0.03%)와 LG상사(4만3339주·0.11%) 등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5억7800만원에 이른다. 연수양은 1994년 외아들 원모씨를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낸 구 회장 부부가 2년 뒤 얻은 늦둥이다. 구 회장과는 51세 차이가 난다.

구 회장의 첫째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늦게 얻은 딸이 있다. 바로 연서(11)양이다. 연서양은 1억2300만원 상당의 LG상사(4446주·0.01%) 지분을 갖고 있다. 1996년 본부인과 사별한 구본능 회장은 1998년 17세 연하인 지금의 ‘안방마님’차경숙씨와 재혼한 후 이듬해 연서양을 낳았다. 구본능 회장이 50세 때 일이다.

따라서 구본무 회장 양자로 입적한 구본능 회장의 친자 광모씨와 연서양은 ‘배다른 남매’인 셈이다. 올해 32세인 광모씨와 차씨의 나이차는 겨우 12세 밖에 나지 않는다. 구본무 회장 둘째동생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외아들 형모(23)씨는 ㈜LG(82만8857주·0.48%)와 LG상사(16만9427주·0.44%) 주식을 보유해 556억3400만원의 지분 평가액을 기록 중이다.

구본준 부회장의 딸 연제(20)씨도 ㈜LG(31만386주·0.18%)와 LG상사(8만4720주·0.22%) 지분으로 214억1900만원이 넘는다. 막내동생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세 자녀는 아직 학생 신분으로 모두 미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장남 웅모(21)씨 역시 ㈜LG(75만3190주·0.44%)와 LG상사(18만7173주·0.48%) 지분을 보유해 514억6800만원에 육박한다.

두 딸 연승(26)·연진(24)씨는 각각 165억2600만원, 19억1800만원의 지분을 쥐고 있다. 연승씨는 ㈜LG 26만3147주(0.15%)와 LG상사 1만2426주(0.03%), 연진씨는 ㈜LG 3만90주(0.02%)와 LG상사 2451주(0.01%)를 갖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바로 아랫 여동생 구훤미씨의 아들 김주영(18)군은 46억6300만원 정도의 ㈜LG(9300주·0.01%), LG상사(14만8770주·0.38%)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김군의 누나가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대림산업 부사장과 결혼한 선혜씨다. 구본무 회장 사촌들의 자녀 중에서도 주식 부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첫째동생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 구본걸 LG패션 사장 일가다. 구본걸 사장의 가족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어린이 갑부’는 현모(14)군이다. 현모군이 보유한 ㈜LG(10만654주·0.06%)와 LG상사(13만4789주·0.35%) 지분 평가액은 98억9700만원이다.

㈜LG, LG상사에 집중
소유 주식 총 3000억

또 구본걸 사장의 친인척으로 등재된 성모(17)군이 LG패션 지분 18만1844주(0.62%)로 48억3700만원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민정(21)씨 46억9500만원(LG패션 17만6491주·0.60%) ▲수연(20)씨 34억5900만원(LG패션 13만22주·0.44%) ▲경모(13)군 8억2200만원(LG패션 3만908주·0.11%) 등으로 조사됐다.

눈에 띄는 4세는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지수양이다. 올해 6세로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지수양의 지분 평가액은 5억3200만원(LG패션 2만주·0.07%)이다. LG가 방계인 LS일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넷째동생 구평회 E1그룹 명예회장의 어린 손자·손녀들이 대거 주식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LG가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 금액이다.

구 명예회장 장남 구자열 LS전선 회장의 아들 동휘(28)씨는 ㈜LS 지분 40만8980주(1.27%)와 E1 지분 8000주(0.12%)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377억2900만원에 이른다. 그의 장녀 은아(29)씨의 지분 평가액은 54억3600만원(㈜LS 5만9740주·0.19%), 차녀 은성(23)씨는 54억3700만원(㈜LS 5만9750주·0.19%)으로 드러났다.

구자열 회장 첫째동생 구자용 E1 부회장의 두 딸 희나(26)·희연(21)씨는 ㈜LS 지분 9만80주(0.28%)씩 소유해 각각 81억97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희나씨는 1억9200만원가량의 E1 지분(3000주·0.04%)을 소유한 주주이기도 하다.



“유교적 가풍 LG집안,
대물림은 구별 없다”

둘째동생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의 두 딸 소연(25)·소희(24)씨는 각각 117억500만원(12만8630주·0.40%), 111억8100만원(12만2870주·0.38%)의 ㈜LS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도 E1 주주다. 소연씨는 5억6400만원(8820주·0.13%), 소희씨는 3억800만원(4820주·0.07%)의 E1 주식을 사들인 상태다. 이외에도 수십억원대 지분을 소유한 30세 미만의 LS일가 자녀들은 ▲구자명 LS동제련-예스코 회장 딸 윤희(28)씨 85억6700만원(㈜LS 9만4140주·0.29%) ▲구자철 한성 회장 아들 본권(26)씨 33억8500만원(㈜LS 3만7200주·0.12%) ▲구자은 LS동제련 전무 딸 원경(17)양 27억3000만원(㈜LS 3만주·0.09%) 등이다.

이들은 모두 구자열 회장의 조카뻘이다. 구인회 창업주 첫째동생 고 구철회 창업고문의 후손들이 포진한 LIG일가도 빠지지 않는다. 구자원 LIG넥스원 회장, 고 구자성 전 LG건설(현 GS건설) 사장,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 등의 손자·손녀들이 주인공이다. 재계 정보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LIG손해보험 최대주주인 구자준 회장의 친인척으로 주주명부에 오른 미성년자는 5명이다. 영모(8), 창모(8), 준모(6), 한주(5), 준희(4) 등으로 이들은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계 관계자는 “대가족인 LG일가 구성원들은 거의 모두 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다른 대기업보다 어린 자녀들의 지분보유율과 평가금액이 높다”며 “상장사 주식 외 비상장사 주식까지 더하면 인원과 지분,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고 말했다. 모 시민단체 간사는 “부모 잘 둔 덕에 날 때부터 호강하는 재벌집 아들·딸들은 일종의 ‘선물’과 같은 의미로 특별한 날에 맞춰 지분을 물려받고 있다”며 “외국 속담에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말이 우리나라에선 ‘주식을 물고 태어났다’로 통한다”고 지적했다.

“외국 부자 자녀들은 은수저를…
한국에선 주식 물고 태어난다”


재벌그룹의 어린 주식부자들은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받아 보유 중인 경우가 많다. 오너일가의 지분 이동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나 계열분리, 재산분배 등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LG일가 3∼4세들도 대부분 증여·상속을 통해 지분을 넘겨받았다. 주가가 많이 내렸을 때 대물림하는 방식이다. 절세 차원에서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갈수록 주주 연령이 낮아지는 것은 부유층들이 사후 상속보다 사전 증여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며 “후계자가 확정되지 않은 기업들은 골고루 후보군에게 지분을 나눠줬다가 나중에 특정 인물이 결정되면 지분을 몰아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문제될 게 전혀 없다. 하지만 주식 증식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불거지기 일쑤다.

비상장사 지분 매입으로 막대한 시세 차액을 거두거나 매입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가 그렇다. 특히 ‘먹튀’의혹도 자주 제기된다. LG카드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LG카드는 2002년 4월 상장해 구씨일가를 돈방석에 앉게 해줬다. 당시 LG카드 주식을 소유한 LG가 미성년자들은 민정(4만2955주), 성모(6999주), 소연(9만2842주), 소희(5만4800주), 수연(2만9200주), 연수(9333주), 은성(3600주), 희나(3만8042주), 동휘(9만562주), 윤희(5만7000주) 등 10여명이었다. 이들이 소유한 LG카드 주식 시가총액은 한때 약 300억원이 넘었다.

‘LG카드, LG이노텍…’
먹튀 논란으로 시끌

이도 잠시. 이듬해 11월 경영 악화로 서비스가 중단되자 LG카드 주가는 곧바로 폭락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서 구본무 회장과 친인척들은 주식을 몽땅 팔아치워 ‘사전에 사태를 감지하고 주식을 매각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LG가는 LG이노텍 주식을 상장 뒤 동시에 팔아 수십배의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 30여 명은 지난해 8월 LG이노텍 신규 상장(2008년 7월) 6개월 의무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지 7개월여 만에 총 143만1883주를 매각해 약 1500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액면가 5000원에 각각 LG이노텍 주식 3만주(0.35%)를 매입한 웅모, 형모 등 20대 2명도 주식을 팔아 35억2500만원씩의 수익을 거뒀다. 주당 매각가가 11만7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20배가 넘는 차익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구씨일가의 지분 매각 사실이 알려지면서 LG이노텍 주식은 현재 9만원 안팎의 시세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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