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석탄공사 사장 후보 재공모 내막

2010.02.09 09:25:38 호수 0호

“오너 빈자리 누굴 위해 남겨두나?”

대한석탄공사가 후임 사장 후보 선정 문제를 놓고 업계의 도마에 올랐다. 석탄공사가 최종면접까지 거쳐 걸러낸 후보군을 남겨둔 채 돌연 후보자 재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힌 탓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선 석탄공사가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위해 자리를 비워두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은 그동안 석탄공사 사장직이 주로 정부 낙하산 인사를 위한 보은의 자리로 활용된 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석탄공사는 능력 있는 수장을 찾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추천위, 사장 후보단 선정 최종면접까지 마치고 돌연 재공모 선언
낙하산 ‘단골코스’ 석탄공사…정계 인사 위한 ‘자리비워두기’ 의혹

석탄공사가 사장 선임을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 12월 말부터다. 석탄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조관일 전 사장이 오는 6월에 있을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 선언과 함께 사퇴하자 후임을 뽑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실제 임원추천위는 조 전 사장의 퇴임식이 있던 지난해 12월31일부터 2주간 후보자 모집에 들어갔고 그 결과 약 10여 명의 후보가 명함을 내밀었다. 임원추천위는 이들 중 서류 심사를 통해 걸러낸 7인의 후보자들에 대해 최종 면접을 거쳐 5명의 후보군을 선정했고 평가보고서 작성까지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장 맡을 인물이 없다(?)

규정대로라면 이들 후보군의 명단과 평가보고서는 주무기관인 지식경제부로 전해져 장관의 제청을 받은 후 최종 선택된 1인이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게 된다. 약 한 달간에 걸친 후임 사장 선임에 대한 검증 작업이 모두 마무리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임원추천위는 지난달 18일 후보자 선임에 관한 대부분의 절차가 끝난 상황에서 느닷없이 이 모든 과정을 백지화한다고 선언했다. 임원추천위는 석탄공사를 혁신적으로 이끌어갈 역량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후보자 공모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석탄공사 한 관계자는 “공사는 현재 최대 적자 상태로 사정이 여느 때보다 어려운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능력의 리더가 필요하다는데 추천위가 뜻을 모아 결정한 사안이다”고 밝혔다.

실제 석탄공사는 지난 5년 동안 43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자본금이 바닥나 지난해에만 1324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살림을 꾸려갔다. 그러나 경영개선을 위해 능력 있는 수장이 필요하다는 석탄공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후보자 재공모 선언은 업계 관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종 면접을 통과했던 후보자들은 ‘낙하산 인사’를 염두에 둔 석탄공사의 꼼수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석탄공사가 이미 내정된 특정 인사를 사장직에 앉히기 위해 재공모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석탄공사의 재공모 선언이 오는 2월로 늦춰진 지경부 인사 때문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조만간 지경부 고위공무원들의 대규모 인사이동이 예정된 만큼 이들 중 누군가가 산하기관인 석탄공사의 수장으로 옮겨올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석탄공사의 재공모 추진으로 사실상 오는 3월까지 사장직이 공석으로 남겨지게 된 만큼 낙하산 인사를 위한 자리 보존이 가능해졌다고 꼬집는다.

석탄공사는 말도 안 된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석탄공사 한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의 재공모 결정은 위원회 구성원들에 의한 결정으로 법 규정에 의해 적법하게 처리된 것”이라며 “외부의 압력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적극 부인했다. 그는 “일부의 낙하산 인사 의혹은 황당할 뿐이다”며 “재공모 문제는 경영 개선을 위한 공사측의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해 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석탄공사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공사 노조측 한 관계자는 그 원인이 석탄공사에 있다고 말했다.

공사 노조 관계자는 “업계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그동안 석탄공사가 정부 낙하산 인사의 둥지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석탄공사는 29대 이병길 전 사장을 비롯해 최근 퇴임한 조 전 사장까지 총 6명의 인사가 거처를 옮겨갔다. 실제 이들 대부분은 선임 때마다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이 함께 했다.


특히 조 전 사장은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로의 정권 교체에 맞춰 김원창 전 사장을 대신해 임명됐다. 조 전 사장은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전력이 있다. 이에 당시 국정감사에서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사장 임명을 두고 공천 탈락자를 달래기 위한 현 정부의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철새 인사에 앓는 소리만

2007년 1월에는 김 전 사장이 민간기업과 공기업 최고경영자 출신 후보들을 제치고 사장에 선정되자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권의 낙하산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방만 경영 등의 이유로 해임된 29대 이 전 사장을 대신해 2001년 4월 선임된 자민련 지구당 위원장 출신의 유승규 전 사장과 2002년 9월 선임된 유필우 전 사장도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유필우 전 사장의 경우 당시 석탄공사 임원추천위를 통해 단독 후보로 선임 결정이 나자 전경련은 이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전경련은 성명을 통해 “유 위원장은 석탄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전무한 인사로 낙하산 인사가 분명한 만큼 재공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사 노조 한 관계자는 “석탄공사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지적은 사장 선임 때마다 반복되어 온 고질적인 문제”라며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외치는 임원추천위의 사장 후보자 재공모 결과가 어떻게 나오게 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석탄공사 관계자 <일문일답>
“낙하산 인사 의혹 황당하고 화난다”

- 사전 후보군에 대한 선정 작업이 이미 마무리가 됐다던데.
▲ 후보 인선에 대한 내용은 규정상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 갑작스레 후보 재공모를 선언했는데. 이유는.
▲ 공사는 현재 최대의 적자 운영 상태다. 더 나은 능력의 수장을 영입해 공사의 적자경영 해소를 꾀하자는 임원추천위의 결정이다.


- 1차 선정된 후보군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데.
▲ 일부 불만에 대해 잘 안다. 하지만 공사의 경영 혁신이 우선 과제인 만큼 이해해달라.

- 후보 재공모시 앞선 후보자들의 명단도 포함되는 것인가.
▲ 아직 재공모의 기준과 일정 등 어떤 것도 논의된 것이 없다. 1차 공모 통한 상위 후보자들이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 없다.

- 재공모 결정이 낙하산 인사를 염두에 둔 결정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데.
▲ 일부의 의혹에 대해 공사측에선 황당하고 화도 난다. 경영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해 달라. ‘내정된 낙하산 인사가 있다’는 등의 소문은 말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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