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취재> LG 두얼굴 2탄-LG전자 리콜 이중잣대

2010.01.12 09:26:17 호수 0호

외국고객은 ‘왕’ 한국고객은 ‘봉’



폭발, 화재 등 대형사고 잇달아…리콜 요청 묵살
해외에선 “너무 친절” 작은 결함도 발 빨리 수습

LG전자의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코 경미하지 않은 폭발, 화재 등 잇따른 제품 대형사고에도 불구하고 보상이나 무상수리, 리콜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반면 해외 소비자에겐 굉장히 ‘친절’하다. 작은 결함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대부분 발 빠른 움직임으로 사태를 수습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얼굴’을 숨기고 있는 LG전자의 이중적인 면을 들춰봤다.



LG전자가 지난해 12월21일 발생한 세탁기 화재 관련, 보름이 다 되도록 정확한 사고 원인은 물론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로선 부담스럽고 예민한 사안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느긋하다 못해 여유롭다. 구체적인 사고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한 채 ‘조사 중’이란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엔
왜이리 야박하나”

제품 결함이란 결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보상이나 무상수리, 리콜 여부도 답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원 등 국내 소비자단체에 LG전자 세탁기에서 불이 났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등 그동안 세탁기 화재 사고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서둘러 사고를 덮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일부에선 불이 난 세탁기를 생산자인 LG전자가 수거한 후 사고 원인을 축소하거나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LG전자 세탁기 화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말썽이 된 적이 있다. 다른 점은 작은 결함도 그냥 넘기지 않고 대부분 발 빠른 움직임으로 사태를 수습했다는 사실이다. LG전자는 세탁기 화재에 대해 국내에서 단 한 차례도 리콜 조치를 내린 전례가 없지만 일본, 호주 등 해외에선 즉각 회수에 나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본지 730호 참조).

LG전자는 이번 세탁기 화재뿐만 아니라 폭발, 화재 등 다른 제품들의 대형사고 때도 이중적 잣대를 들이댔다. 국내 소비자들의 리콜 요청을 묵살로 일관하는 것과 달리 해외 소비자들의 요구엔 즉각 행동에 나서고 있다.


LG전자의 ‘두 얼굴’이 가장 잘 드러난 사고가 바로 ‘냉장고 화재’다. LG전자도 삼성전자의 냉장고 폭발과 비슷한 사고가 국내에서 일어난 것. 삼성전자 냉장고 폭발의 경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된 반면 LG전자 사건은 조용히 묻혔다.

LG전자 냉장고에서 불이 난 것은 지난해 8월. 모 대학 연구실에서 LG전자의 130ℓ용량의 냉장고에서 발화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냉장고 주변만 타고 불은 자연 진화됐다. 연구실 담당 교수는 LG전자 서비스센터에 화재 신고를 했고, 이를 접수한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LG전자 직원들이 냉장고에 화인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뒤 배상액 등을 제시한 피해보상 합의서를 내밀었다”며 “이 과정에서 화재 원인 등 구체적인 사고 내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LG전자 측은 사고 직후 “사고 제품을 수거해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의 한 가정집에서 삼성전자의 지펠 양문형 냉장고가 폭발했을 때 삼성전자의 대처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폭발 사고가 터지자마자 즉각 21만 대에 달하는 해당 모델의 리콜에 나섰고, 담당 사업부장은 옷을 벗었다.

눈에 띄는 점은 LG전자가 2008년 12월 일본에서 일부 냉장고 모델에 화재 위험이 있어 자발적인 리콜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LG전자 냉장고로 인한 화재는 총 7건이 보고됐다. LG전자는 “일본에서 출시된 일부 냉장고 모델에서 콘덴서 불량으로 연기나 불이 나는 사례가 보고됐다”며 총 4만8500대에 달하는 해당 제품에 대해 무상 리콜을 결정했다.

LG전자는 ‘휴대폰 폭발’사고 때도 겉과 속이 다른 안일한 대처로 국내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중국 베이징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김모씨는 지난해 1월 자신의 LG전자 휴대폰이 폭발하는 피해를 입었다. 김씨는 언론과 블로그 등을 통해 “휴대폰을 책상에 올려놓고 1시간가량 충전하다가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배터리가 튕겨져 나가면서 타기 시작했다”며 LG전자의 휴대폰 배터리 폭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LG전자 고객센터가 제품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일체의 사과 없이 폭발 사고가 난 제품이 보증기간이 지났고 오래 사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회사가 제품 결함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보단 돈으로만 해결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고는 피해 보상금 등을 두고 양측의 공방전으로 번졌고 LG전자는 폭발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LG전자는 앞서 2004년 1월 발생한 LG전자 휴대폰 배터리 가열 사고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LG전자는 휴대폰 배터리가 폭발해 이불을 태웠다고 주장한 이모씨가 소비자보호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함에 따라 소보원, 배터리 공급자인 소니와 공동으로 원인규명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수차례의 재조사 끝에 “그동안 국내에서 휴대폰 배터리가 가열돼 사고를 일으킨 사례가 없을 뿐더러 배터리가 불에 탄 것은 맞지만 누구의 과실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정황 증거가 부족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결론 냈다.

‘조사 중’ 말만 되풀이
나중엔 꿀먹은 벙어리

LG전자는 휴대폰 문제 역시 국내 소비자들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반면 해외에선 설설 기고 있다. 미세한 결함도 지나치는 법이 없을 정도다.
LG전자는 지난해 2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인사이트(CT810)’휴대폰을 자진 수거한 데 이어 한 달 뒤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에 출시한 휴대폰 ‘스파이더830’모델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인사이트 휴대폰은 일부 기기에서 호환되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일부 지역에서 문자메시지가 전송되지 않은 현상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스파이더 휴대폰은 911긴급전화 사용 시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 결함이 발생했다는 게 리콜 이유다.

같은 해 1월엔 캐나다에서 판매한 ‘LG-150’제품 4만5000대 전량을 리콜하기도 했다. 캐나다 정부는 무작위로 실시한 전자파 검사에서 LG-150 휴대폰이 안전기준을 초과해 제품인가를 취소했고, 이에 LG전자는 서둘러 사태 수습을 위해 자발적으로 리콜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LG전자의 휴대폰 해외 리콜이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에선 단 한 건도 없다”며 “해외 시장의 규정이 엄격한 점도 있지만 유독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고 홀대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필이면 모 언론사 취재기자가 소지한 제품이 터져 큰 소동을 빚은 ‘노트북 폭발’사고 때도 LG전자의 고질병이 그대로 드러났다.

LG전자는 2008년 1월 경기도 이천 화재사고 생존자들이 치료를 받던 병원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의 노트북 배터리가 폭발해 곤욕을 치렀다. 곧바로 서울에 사는 한 대학원생의 집에서 동일 기종 모델이 다시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 악재가 엎친 데 덮쳤다. LG전자는 ‘연쇄 폭발’로 거의 1년 내내 진땀을 흘렸다.


소비자단체들은 “노트북 배터리 폭발과 관련한 소비자피해배상 기준을 마련하는 등 즉각 해당제품을 전량 수거해 안전검사를 실시하라”며 LG전자의 리콜을 요구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외면했다. LG전자는 노트북 리콜을 실시하지 않았다. 대신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 한해 제한적으로 노트북 배터리만 교환해주는 점검 및 무상교환 서비스를 제공했다.

LG전자는 “원인 조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서비스가 리콜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LG전자가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 카드’를 꺼낸 것은 일단 소비자들의 불신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LG전자는 수개월에 걸쳐 조사에 나섰지만 끝내 발화, 폭발 등의 뚜렷한 이상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사고원인 미발견’으로 종결했다.

더욱이 LG전자의 노트북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은 미국에서 두 차례 배터리 리콜을 실시해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원성을 샀다. LG화학은 2004년 8월 미국 애플사에 공급한 ‘파워북 G4’모델의 배터리 2만8000여 개를 전격 리콜했다.

애플 측은 “LG화학이 납품한 노트북 배터리가 과열됐다는 신고를 4건 접수했다”며 “배터리 내부의 단락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리콜 배경을 설명했다. LG화학은 같은 비유로 2005년 5월 애플의 ‘아이북 G4’와 ‘파워북 G4’배터리 12만8000여 개에 대해서도 2차 리콜을 단행했다.

국내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LG전자의 세탁기, 냉장고, 휴대폰, 노트북 이외에도 전자레인지, TV 등에서도 화재 또는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과 달리 국내에선 사고 덮기에 급급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업으로선 자사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인 리콜이 존립마저 휘청거릴 수 있는 만큼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지만 오히려 소비자 불만을 미리 잠재우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인 동시에 브랜드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탁기, 냉장고, 휴대폰,
노트북, 전자레인지, TV…


물론 LG전자의 국내 리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2003∼2004년 내부의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해 밥솥이 폭발하거나 갑작스럽게 뚜껑이 열리는 등의 사고가 잇따르자 압력밥솥 동종 모델 6만1000여 대에 대해 즉시 리콜을 진행했고 이후에도 압력밥솥 폭발이 계속되자 밥솥사업에서 아예 손을 뗐다.

LG전자 관계자는 “리콜 기준은 신속보다 정확한 원인이 우선이기 때문에 추정만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해외에서 리콜된 제품이 국내에 판매된 제품과 동일하다면 당연히 똑같은 조치를 취하겠지만 공장과 부품 등이 모두 달라 ‘차별한다’는 지적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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