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0순위’ 이재용 부사장 승진…‘JY 체제’ 임박
인사 화두 ‘세대 교체’…노장 대신 ‘젊은 피’ 수혈
재계 최대 이슈인 인사철이다. 그중에서도 삼성그룹의 지각변동은 큰 화젯거리다. 삼성그룹은 최근 물갈이를 통해 예상대로 ‘황태자 체제’ 전환을 위한 기본 틀을 재정비했다. 이번 인사를 보면 멀지 않은 ‘이재용 시대’의 ‘삼성호’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0년 후를 준비 중인 삼성그룹에서 10년 뒤 뜰 인사들은 누가 있을까. 2010년 정기인사에서 부상한 신진 세력들을 꼽아봤다.
매년 삼성그룹 정기인사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대목은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거취다. 이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승진과 동시에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1991년 삼성전자에 부장으로 첫발을 들여놓은 지 19년 만에 이른바 ‘C레벨’로 불리는 최고경영진 타이틀을 거머쥔 셈이다. COO는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기업 내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 전무가 COO를 맡은 건 명실상부한 그룹 경영의 승계자로 전면에 나선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해외에선 기업의 후계자나 최고경영자(CEO) 취임 직전 COO 직함을 단 경우가 많다.
‘전자 3인방’ 주목
삼성그룹은 지난해 4월 ‘특검 파고’에 걸려 이 전 회장과 함께 20년 이상 삼성일가의 절대적 신임을 받아온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 부회장(현 삼성전자 고문) 등 핵심 라인들이 컨트롤타워에서 내려왔다.
이 전무도 2007년 1월 전무로 승진하면서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았다가 당시 경영쇄신안에 따라 이 자리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했다. 이어 세대교체론이 강하게 불어 닥치면서 윤종용, 이기태 전 부회장과 김인주, 황창규 전 사장 등 간판 인사들이 줄줄이 올초 인사 태풍 때 휩쓸린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서도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상대 삼성물산 부회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 등 고참들이 경영 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대신 전진 배치를 앞둔 인사들이 급부상했다. 전체적인 인사 화두가 변화와 세대교체일 만큼 물갈이가 거센 것.
삼성그룹은 노장들이 물러난 자리에 ‘젊은 피’들을 대거 수혈해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를 예고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의 인사들이 50대다. 승진자도 지난해보다 늘어 ‘선수 교체’의 폭이 더욱 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옆에 늘 이학수가 존재했듯 이재용 곁에도 후견인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들이 있다”며 “이 전무의 부사장 승진은 이제 경영수업의 마지막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지금 부상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새 수뇌부가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단 외면상으론 당장 이 전무와 호흡을 맞출 인사는 최지성 사장, 이상훈 사장, 윤주화 사장 등 ‘삼성전자 3인방’이 꼽힌다.
최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단독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기존 이윤우 부회장과의 ‘투톱 체제’에서 ‘원톱 체제’로 전환한 것. 그만큼 최 사장의 파워가 세졌다는 얘기다. 최 사장은 이 전무의 ‘과외선생님’으로 불리며 후견인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최 사장이 ‘이건희 그림자’인 이학수 전 부회장과 자주 비교되는 이유다. 최근엔 이 전무와 해외 출장길에 동행하는 등 간격을 줄여 눈길을 끌었다.
‘리틀 최지성’으로 일컬어지는 이상훈 사업지원팀장은 2005년 전무와 2007년 부사장에 이어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비서실 출신인 이 팀장은 ‘그룹 곳간’을 총괄했던 김인주 전 사장(현 삼성전자 상담역)의 뒤를 이을 인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감사팀을 이끌어 온 윤주화 사장은 이번에 새로 생긴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까지 맡았다. 윤 사장은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경영관리 전문가다. 줄곧 경영지원 업무만 맡다가 올초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최초로 사장급 감사팀장에 올랐고 삼성전자의 안살림을 맡게 됐다.
‘이재용 승계 프로젝트’에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들도 눈에 띈다. 부회장으로 나란히 승진한 김순택-최도석이다. 김순택 삼성SDI 사장은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 부회장으로,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은 삼성카드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이들은 ‘이재용 시대’를 염두에 둔 사전정지 작업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진 세력들도 이 전무와 손발을 맞출 차세대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10명의 젊은 사장단이 그들이다.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삼성전자의 신종균·조수인·김기남·이상훈 부사장, 삼성디지털이미징의 박상진 부사장, 삼성생명의 김상항 부사장, 삼성엔지니어링의 박기석 부사장, 삼성경제연구소의 정기영 부사장, 삼성증권의 김석 부사장, 법무실의 김상균 부사장 등은 모두 50대 초반이다.
이 전무와 함께 부사장으로 진급한 인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그룹은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32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능력도 능력이지만 ‘이재용 체제’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란 점에서 유독 시선이 쏠린다.
신진 세력들 급부상
삼성전자는 지난 인사 때 7명에 비해 5명이 늘어난 12명의 신임 부사장을 등용했다. 이 중 남성우 컴퓨터시스템사업부장, 홍창완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사업부장, 이종석 글로벌마케팅실장, 김재권 무선 구매팀장, 전영현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김철교 생산기술연구소장 등의 부상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외에 다른 계열사에선 ▲삼성생명의 곽상용 법인영업 본부장과 한종윤 상품고객실장 ▲삼성전기의 이종혁 경영지원실장과 최치준 LCR(칩부품)사업부장 ▲삼성물산의 김창수 기계플랜트본부장과 김신 경영기획실장 ▲삼성중공업의 이현용 조선·해양영업실장과 박주원 미국법인장 ▲제일기획의 최인아 제작본부장과 임대기 커뮤니케이션팀장 등이 부사장 승진의 영예를 안아 삼성그룹의 서열지도를 새로 짰다.
또 삼성SDI, 삼성코닝정밀, 삼성테크윈, 삼성증권, 삼성엔지니어링, 에스원, 삼성라이온즈,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인력개발원, 삼성의료원 등도 부사장 승진자 1명씩을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