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30탄] 프랜차이즈 ‘매출 부풀리기’

2009.12.15 09:16:03 호수 0호

“실체 숨겨라”…구제불능 고질병 ‘실적 뻥튀기’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한국경제의 큰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높은 투자 효과와 고용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의 측면에서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1978년 롯데리아가 처음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래 프랜차이즈업계는 외형적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GDP 대비 8.3% 규모

대기업 잇달아 진출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의 전체 매출은 약 77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930조원) 대비 8.3% 규모다.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프랜차이즈가 자리 잡고 있다는 대목이다.
현재 설립된 가맹본부는 2400여 개, 여기에 소속된 가맹점은 26만여 개다. 2002년(가맹본부 1600여 개, 가맹점 12만여 개)과 비교하면 시장 규모가 6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났다. 이 중 약 40% 이상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개설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투자 효과와 고용창출도 크다. 점포당 평균 초기투자액은 1억3000만원으로 연간 1만개 신규개점 시 약 1조3000억원의 투자 촉진과 소자본창업확대 효과를 얻는다. 또 프랜차이즈업의 고용인원은 국내 전체 도소매업체 종사자(242만명)의 45%에 달하는 100만명 정도다.
대기업들의 진출도 갈수록 활발하다. 롯데, 신세계, 오리온, CJ, 두산 등 많은 대기업들이 계열사 등을 통해 외식·서비스 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대기업이 신규 사업으로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만큼 ‘규모의 경제’가 갖춰졌다는 의미다. 프랜차이즈업이 갈수록 대형화·전문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벌기업들이 손을 뻗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다. 한마디로 투자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업은 1990년대 이후 매년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해오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위축되는 추세지만 앞으로 연평균 6%대 성장률은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가맹업 ‘경제축’ 급부상…고용창출·지역활성화
매출 77조원, 가맹점 26만개, 종업원 100만명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2010년 87조원, 2013년 103조원, 2016년 123조원에 근접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가맹본부도 증가해 2010년 2700여 개, 2013년 3200여 개, 2016년 3900여 개로 늘어날 전망된다. 가맹점과 고용인원 역시 2016년까지 각각 41만개, 160만명으로 증가가 기대된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측은 “경기 침체에도 최근 3∼4년 사이 성장기에 진입한 프랜차이즈가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서 주목받는 것은 다양한 장점을 갖춘 비즈니스 형태이기 때문”이라며 “외식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 250여 업종의 다양한 분야에서 가맹사업이 펼쳐지고 있어 향후 고부가가치 산업은 물론 유통부문의 지배적인 사업 방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도 산더미다. 외식업 등으로 업종 편중이 심하고 대부분 영세하다. 또 ▲가격경쟁 심화 ▲사업구조 불안정 ▲인프라 취약 ▲가맹본부 난립과 경영관리 미흡 ▲무분별한 브랜드 확대 ▲전문인력 부족 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런 지적은 낮은 생존율과 직결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평균 수명은 4.1년에 불과하다.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이 미흡한 결과다.
특히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크고 작은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자주 발생하는 대립 쟁점은 ▲영업지원 ▲사업방식 ▲인테리어 비용 ▲상권보장 ▲광고비용 등이다.
무엇보다 가맹점주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가맹본부가 과장된 매출액을 제시하는 경우, 이른바 ‘매출 뻥튀기’다. 대부분의 가맹본부는 가맹점으로부터 재료비, 신규가맹비, 로열티, 인테리어 비용 등의 명목으로 거둬들인 부가수입을 매출로 신고한다. 따라서 가맹점 매출과는 전혀 별개다. 본사는 이를 근거로 각종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세금은 본사 수입으로

홍보는 전체 수익으로

하지만 다수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예비 사장님’들을 모으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는 형편이다. 독자적인 가맹점의 매상을 본사의 실적으로 잡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가맹본부의 허위·과장광고 유형도 매출 부풀리기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 희망자로선 업계의 고질병인 ‘감언이설’에 쉽게 현혹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업은 직영점과 가맹점으로 나뉜다. 직영점은 본사에서 자본, 인력, 재료 등을 직접 경영하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직영점의 매출은 본사로 귀속된다.
반면 가맹점은 본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이 사업자권을 갖는다. 본사는 가맹점을 각자의 ‘독립채산제’로 인정하고 있다. 한 가맹본부당 평균 가맹점은 108개. 이에 비해 직영점은 평균 4개가 채 못 된다. 직영점을 하나도 운영하지 않는 업체도 수두룩하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수의 본사가 가맹점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매출이다. 이를 홍보 등 외부에 알릴 땐 부풀리는 경향이 심하다”며 “본사 매출과 가맹점 매출은 엄연히 따로 분리해야 하지만 외형을 커 보이기 위해 가맹점의 매상을 본사의 실적으로 산정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예비 사장님’에 과장 매출액 제시

가맹점 매상, 본사 실적으로 산정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당시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따라 회사의 정보등록을 의무화했다. 창업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업체들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보공개서엔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매출, 부채 등 재무제표를 비롯해 가맹점 해지율, 직영점 현황, 초기 창업비용 등 창업 희망자가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들이 담겼다.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고 가맹점을 모집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만약 본사가 허위·과장정보를 제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공정위 측은 “본사가 자사의 정보를 제공할 때 허위 사실이나 과장된 내용의 정보를 제공해 가맹점 희망자와 사업자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보공개는 사업자가 본사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사전에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정보등록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공개 업체들이 많은데다 설사 공개를 했더라도 부실 정보를 제공한 업체들이 적지 않은 탓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권택기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10월 밝힌 공정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가맹본부는 모두 1700여 개다. 국내 가맹본부가 2400여 개란 점을 감안하면 700여 개가 아직 정보공개서를 등록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피해사례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최근 6년간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시정조치한 내역을 보면 ‘정보공개서 제공 의무 위반’(34.6%)이 가장 많았다. 또 ‘정보공개서 갱신 및 수정의무 위반’(13.2%)이나 ‘허위·과장 광고 및 정보 제공’(7.4%)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의원은 “사업 운영의 노하우, 매출 및 시장 분석, 고객 서비스 등에 대한 실증자료가 부실하거나 허위로 작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보공개서 등록시 가맹희망자에게 계약체결을 위한 판단자료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국내 프랜차이즈업 현황’보고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가맹계약시 회사의 정보공개서를 가맹본부로부터 제공받았다’는 응답이 48.1%에 그쳤다. 44.5%가 ‘제공받지 못했다’고 답했다(‘무응답’7.4%). 절반가량의 가맹점주가 회사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한 것이다.

정보등록 실효성 의문

미공개·부실 수두룩

한 업체 임원은 “매출 뻥튀기는 프랜차이즈 전체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며 “사업자도 신중하게 검토할 부분이지만 이에 앞서 프랜차이즈업계 내부적으로 뼈를 깎는 자성과 변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알림


‘대박의 비밀’다음 편에도 ‘프랜차이즈 매출 부풀리기 실태’기획이 계속 이어집니다. 

실적을 뻥튀기한 업계별, 업체별 사례들을 하나하나 짚어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의견과 제보 부탁 드립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