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검은돈 챙기기 백태

2009.12.15 09:19:46 호수 0호

기막힌 수뢰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착착’

현대산업개발의 ‘기막힌 수뢰’가 적발됐다. 회사 간부들이 별의별 수법을 동원해 ‘검은돈’을 챙긴 사실이 드러난 것. 리베이트 수수는 전국 공사장을 무대로 영화 또는 소설 같은 첩보전을 방불케 할 만큼 기상천외하다. ‘수수 노하우’ 없이 불가능할 정도로 하루 이틀 받은 솜씨가 아니다. 물론 갖다 바치기도 했다.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현대산업개발 임직원들의 ‘뇌물수수 작전’ 백태를 들여다봤다.

협력업체서 상습 리베이트 수수…간부 17명 적발
술집 종업원·직원 부인 등 동원…돈세탁 수법도

현대산업개발 간부들이 상습적으로 리베이트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수 수법은 거의 프로급에 가까울 만큼 노련하게 이뤄졌다. 또 사건 무마를 위한 로비 시도 사실도 밝혀졌다. 수억원의 거액을 쏟아 부었고 브로커까지 동원했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9일 하청·협력업체들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로 현대산업개발 공사현장 임원을 포함한 간부들을 무더기 적발했다.

검찰은 지역 한 협력업체의 진정을 접수받아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꼬리가 잡힌 현대산업개발 간부들은 상무, 현장소장, 공무부장, 토목부장, 공무과장 등 모두 17명이다. 검찰은 이 중 울산 북구 공사현장 간부 고모씨 등 6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상무 3명을 비롯해 간부 10명을 불구속 기소, 달아난 나머지 1명은 기소 중지했다.



노하우 없이 불가능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4년부터 지난 6월까지 울산과 부산, 서울 등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전국 6곳의 공사현장에서 하청·협력업체 6곳으로부터 모두 30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했다.  현대산업개발 임직원들은 한 명당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11억원까지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리베이트를 건넨 업체가 모두 70여 개에 달했으나 금액이 많은 6개 업체만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챙긴 ‘검은돈’은 대부분 협력업체인 하도급업체의 공사금액에 비례했는데 공사금액이 많은 골조나 토목공사 업체의 리베이트 금액 역시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주로 공무부장이 리베이트를 수수해 현장소장, 상무 등에게 분배했지만 현장소장과 상무도 직접 협력업체를 압박해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밝힌 현대산업개발 간부들의 ‘검은돈 챙기기’는 한마디로 기막히다. 공사대금 부풀리기 등의 옛 방식뿐만 아니라 노골적으로 거액을 뜯는 등 악질수법과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기상천외한 신종수법이 동원됐다. 우선 공사대금을 결제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은 수법의 경우 한 간부는 “공사금액을 10억원 증액시켜줄 테니 3억5000만원을 리베이트로 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직원은 “공정이 바뀌어 협력업체의 공사금액이 12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어들었는데도 원래 계약한 12억원을 지급할 테니 차액 2억원 중 1억원을 내놓으라”고 손을 내밀었다. 합법을 가장해 리베이트를 받기도 했다. 어떤 간부는 “아파트 준공 후 하자 발생 시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 하자보수비용을 달라”고 청했다. 100m 골조공사를 한 협력업체에 110m 공사를 하게 한 뒤 후속공사를 맡은 다른 업체엔 10m 구간의 공사비가 절감됐으니 절감한 만큼의 돈을 달라고 강요했다.

뻔뻔한 수뢰도 있었다. 건축자재 품질검사를 위해 해외에 나가는 검품 비용을 대납하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여행 실비뿐 아니라 따로 여행 용돈으로 2500만원 상당을 받았다. 공사현장을 떠난 뒤에도 동료 간의 골프비용을 대납하라고 요구했다. 리베이트 수수 과정엔 대부분 친·인척, 술집과 마사지업체 종업원, 부하 직원의 부인 등이 동원됐다. 현대산업개발 간부들은 이들의 명의로 개설한 차명계좌를 통해 금품을 받았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인 등 여러 사람을 동원해 수표와 현금 출금을 반복하면서 자금 세탁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리베이트는 골프회원권 구입이나 전세자금, 거액의 술값 지급 등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됐다. 심지어 공사와 관련 뇌물로 다시 전달되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가 문화재 발굴문제로 중단되자 이 회사 상무가 지역 정치인에게 공사 재개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넨 것.

앞서 검찰은 현대산업개발 상무로부터 3억1000만원을 받은 전 울산시의회 의장 김모씨와 김씨를 소개하고 1억3500만원을 받은 건설업체 대표 정모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한 상태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사건 무마를 위해 브로커 등을 동원, 전방위 로비까지 시도됐다.

검찰은 청와대와 국회의원 등에 부탁해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접대비 등으로 2억7000만원을 받은 울산의 모 건설업체 전무 박모씨와 중간에서 소개 명목으로 2억2000만원을 받은 브로커 서모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에게 사건 무마비용 등의 금품을 건넨 현대산업개발 협력업체 대표 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대형 건설업체의 새로운 비자금 조성방법이 드러났다고 공개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상무가 이미 구속된 전 울산시의회 의장 김씨에게 뇌물을 건네는 과정에서 김씨가 지정한 건축사 사무실이 용역한 것처럼 허위 용역계약서를 만들어 용역대금을 지불하고 다시 빼내는 돈세탁을 거치는 방법이었다”고 강조했다.

수사무마 로비 시도

현대산업개발 측은 지난 9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 “아직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둘러대다 혐의가 드러나자 발뺌하기 바쁘다. 이미 사직서를 냈다는 이유로 전직 간부들의 개인 비리로 일축한 것. 회사 관계자는 “검찰에 적발된 간부들은 모두 이미 퇴직한 상황”이라며 “개인적으로 저지른 비리로 회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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