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터지는 방송국 PD 사칭 사기사건<속으로>

2009.12.08 10:22:17 호수 0호

“드라마 여주인공 시켜줄게~”

서울 동작경찰서는 강제추행과 특수절도 등 혐의로 K씨를 구속하고 공범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들은 보도전문 방송사에서 훔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방송국 PD를 사칭, 촬영을 빙자해 여성 재연배우를 성추행하고 모델을 승용차에 감금한 혐의다. 최근 방송사 PD를 사칭한 사기 사건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어 연예인 지망생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스타 만들어준다” 유혹…돈 요구에 성추행까지
방송사 로고 찍힌 카메라 들고 다니며 PD 행세


경찰에 따르면 K씨는 최근까지 해당 방송사에서 계약직 오디오맨으로 근무하면서 지난달 14일 새벽 외워뒀던 비밀번호로 사무실에 침입해 카메라와 전지, 마이크 등을 훔친 뒤 PD 행세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K씨는 이전에도 다른 방송사에서 계약직 오디오맨으로 근무하면서 기자나 PD를 사칭해 연예인 지망생을 차에서 성추행하는 등 상습적으로 범행했다”고 말했다.

사건은 지난 11월14일 경기 부천시의 한 모텔에서 벌어졌다. 재연배우 A씨는 방송국 PD라고 자신을 소개한 K씨와 함께 모텔에 들어갔다. K씨가 베드신을 찍기 전에 리허설이 필요하다고 말했기 때문.

상습범들 많아



A씨는 K씨가 방송사 로고가 박힌 카메라를 사용해 가짜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K씨는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촬영을 한다면서 A씨의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했고 약속한 출연료 60만원도 주지 않았다. 이튿날 K씨는 운전 장면을 촬영한다는 핑계로 모델 C씨를 꾀어 렌터카에 태운 뒤 2박3일 동안 차안에 감금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 여배우들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재연 촬영이라고 생각했고 상대 남자배우가 없어 본인이 직접 연기를 하겠다는 피의자들의 말을 의심 없이 믿은 것으로 밝혀졌다. 피의자들은 특히 국회 임시 출입증과 방송사 로고 스티커가 붙은 카메라를 들고 다녔고 이런 요소들이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준 것으로 보인다. 또 피의자들은 자신들의 미니홈피에도 마치 카메라 기자인 것과 같은 사진을 게재해 충격을 더했다.

이렇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는 방송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피의자 K씨 덕분이라고 밝혔다. 2005년 방송사에서 계약직 음향 담당으로 잠시 근무했던 K씨가 치밀한 계획을 세웠기 때문. 하지만 현재 K씨와 그 일행은 성추행 행위를 부인하며 상대에게 죄를 전가시키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드라마 PD를 사칭해 여주인공 캐스팅을 미끼로 여성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J씨가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J씨는 서울 모 대학 연극영화과 사무실에 전화를 해 전화를 받은 조교 D씨에게 “새 드라마 여주인공을 찾고 있다”며 대학 인근 여관으로 유인한 뒤 성폭행 하는 등 2003년 8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여대생, 무용강사 등 여성 5명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했다. J씨는 배우지망생 여성들에게 끊임없이 접근했다 덜미가 잡혔다. 2003년 피해자인 E씨는 우연히 대학 조교로 재직 중인 연기학원 후배 F씨에게 “모 드라마 PD가 여주인공 추천을 의뢰해 와 선배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잠시 뒤 J씨에게 전화가 왔고, 약속장소에 나간 J씨는 멀리서 ‘그때 그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해에도 연예인을 꿈꾸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에게 방송국 PD를 사칭하며 접근한 뒤 방송출연을 미끼로 성상납을 해야 한다고 속여 성관계를 가진 파렴치한 30대 L씨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L씨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O씨에게 자신을 방송국 유명 PD로 사칭했다. O씨가 관심을 보이자 L씨는 “오디션을 보자”며 서울 수유전철역으로 불러낸 뒤 술집으로 데려가 술을 함께 마셨다. 그 자리에서 L씨는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톱스타 ○○○과 ○○○이 주인공으로 내정됐는데, 그 드라마에 출연할 신인 연기자를 찾는다”고 귀가 솔깃한 말로 현혹시켰다. L씨는 그러면서 “연예인들은 고위층 인사나 PD들에게 성상납을 한다.

너는 오늘 오디션에 합격했으니 오늘 밤 나와 보내고 내일 아침에 부모님과 함께 방송국으로 가자”며 자신과 잠자리를 가질 것을 요구했다. 드라마에 캐스팅될 것에 들뜬 O씨는 L씨의 말을 믿고 순순히 모텔에 따라 들어갔고 L씨의 요구대로 성관계를 가졌다. L씨는 성관계 후 O씨의 휴대폰(58만원 상당)을 갖고 유유히 모텔을 걸어 나왔다.

이후 L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져 갔다. L씨는 지난해 모 미인대회에 출마했던 대학생 P씨에게 전화해 “대학 취업실인데 SBS PD가 미인대회에 나간 장면을 보고 맘에 들었다고 하니 잠시 후 연락이 갈 거다”라고 말했다. 곧이어 L씨는 P씨에게 전화해 PD를 사칭하며 인터뷰를 하겠다는 식으로 P씨를 서울 수유지하철역 인근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이 자리에서 L씨는 대뜸 “미인대회에 참가했던 다른 후보자들보다 열정이 부족하다”며 마치 관심 있게 지켜본 것처럼 행세했다. 그러면서 L씨는 “내게 잘 보이면 금방이라도 인기 드라마에 출연시켜주겠다”고 현혹시키면서 P씨를 인근 술집으로 데려갔다. 그런 다음 L씨는 “방송국 인기 드라마 주연급 조연 역으로 출연하게 해주겠다. 너는 오늘 밤 나와 보내고 내일 아침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거다”라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L씨가 워낙 자연스럽게 PD행세를 했기에 P씨는 믿을 수밖에 없었고 이에 술을 마시고 새벽 2시30분쯤 인근 모텔로 함께 들어갔다. 그러자 L씨는 본색을 드러나 P씨와 5회 성관계를 가진 뒤 P씨가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해 P씨의 핸드백에서 현금 3만원을 꺼내 달아났다.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반복하다가 경찰에 붙잡힌 L씨는 위계간음,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 PD를 사칭하는 사람이 많다. 드라마 대본을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홀리기도 하고 명함을 내밀기도 한다.

신원확인 확실히 해야

모 방송국의 한 관계자는 “나도 두 번 정도 나를 사칭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 PD에게 연락이 오면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 누구인지 이름을 사전에 묻고 인터넷을 통해 얼굴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대본이나 명함은 사방으로 흘러 다니는 것이니 그것이 신원을 확인할 만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방송국에서 만난 것도 신원을 확인하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대부분의 가짜는 방송사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출입을 쉽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을 빙자로 금품이나 접대를 요구하는 신호가 오면 적당히 끊고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방송사의 소속 부서나 감사팀에 신고를 하는 것도 더 이상의 피해를 막는 방법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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