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탐구> 패션모델 A양이 말하는 모델의 세계

2009.12.01 09:50:08 호수 0호

"화려함에 감춰진 고통…압박감 만만치 않다"

요즘 10대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를 사로잡는 패션모델을 꿈꾸는 이가 많다. 하지만 무대에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모델의 실생활도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름답기만 할까. 고 김다울은 2008년부터 진행된 패션앤과의 인터뷰를 통해 “빡빡한 쇼 스케줄에 항상 시달린다. 비오는 날 아침 7시부터 자정까지 오디션을 보느라 뛰어다니기도 했다. 무대가 주는 압박감도 만만치 않았다”고 고백해 패션모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세계적인 모델을 목표로 패션모델의 길로 들어선 A양을 통해 백조 같은 모델의 세계를 조명해 보았다.

아카데미에서 4개월간 연수과정 거친 후 테스트
통과되면 소속 모델로 전문관리…일 따긴 어려워

멋진 옷을 입고 선 무대에서는 오직 나에게만 스포트라이트와 시선이 집중된다. 나를 향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도도하게 성큼성큼 걷는다. 외모 지상주의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에서 모델만큼 부러운 존재도 없다. 이것이 모델 세계의 전부일까.

아카데미·모델학과·오디션
선발대회 등 진출로 다양



세계적인 모델을 목표로 패션모델의 길로 들어선 지 이제 만 1년에 접어든 초보 모델 A양의 생활은 어떨까.
A양은 모델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1년 전 국내에서 손꼽히는 모델 양성기관에 들어갔다. 아카데미에서는 보통 4개월간 연수가 진행된다.
아카데미에서는 패션모델의 핵심인 워킹 클래스를 비롯해 표정으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연기 클래스, 아름다운 몸매와 유연성을 가꾸는 재즈댄스, 맵시를 뽐내는 스타일링, 멋진 모습을 담기 위한 사진 클래스, 자신을 표현하는 메이크업 등의 과목을 수강한다.

“모델 출신의 교수님께 강의를 듣고, 선배 기수들의 워킹을 따라하며 연습장을 끊임없이 왔다갔다했어요. 잠시 쉬는 시간엔 땀 범벅이 된 부은 다리를 주무르느라 정신이 없었죠. 워킹 수업을 받고 나면 진이 다 빠져요. 높이 7~8㎝ 굽의 구두를 신고 1시간 내내 걸어야 하는 것은 고역이었죠.”
최근엔 2년제 대학에서 운영하는 모델학과에 입학하거나 모델 선발대회, 기획사·의류회사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통하거나, 매우 드문 경우지만 길거리 섭외로 패션모델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과정을 마치면 자체 평가를 한다. 평가에 통과해 모델에이전시 소속 모델이 되면 전문적인 관리를 받게 되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다면 ‘고생 끝 행복 시작?’ 천만에, 생각만큼 일거리가 들어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패션모델계는 척박하다. 대표적인 모델에이전시인 ‘모델라인’과 ‘모델센터’에 소속된 패션모델은 각 100여 명. 패션모델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000여 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무대에 설 기회는 대부분 에이전시 소속 모델에게 돌아간다.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한데 세계무대는 얼마나 치열할까. 모델의 세계는 비정한 무한경쟁 탓에 압박감이 상상을 초월한다. 톱 모델 김다울의 사망을 두고 패션 전문가들은 ‘무한경쟁’에서 오는 압박감이 컸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패션쇼 무대 서기 위해
크고 작은 오디션 거쳐

한 패션 전문가는 “패션중심도시 뉴욕, 파리 등에는 16~18세 정도의 전 세계 여성들이 톱 모델을 꿈꾸며 몰려든다. 이들이 유명 패션쇼 무대에 한번 서기 위해 늘 크고 작은 오디션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잘나가다가도 주저앉는 모델을 수시로 목격해야 하는 비정한 곳이 패션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모델이라 해도 심리적 압박감은 결코 덜하지 않다”며 “자아가 강한 친구들은 때로 자존심을 버려야 하는 모델 일에 환멸을 느낀다. 그 때문에 자살과 약물중독에 빠지는 모델이 많다”고 덧붙였다.

운이 좋아 패션쇼 무대에 서는 날은 하루가 분주하다. 
“패션쇼가 있는 날은 하루종일 분주해요. 오후 7시에 쇼가 있어도 아침 7시에 일어나 오전 중에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를 만진 뒤 피팅하고 리허설에서 무대를 두세 차례 돌죠. 아직 2년차라….”

모델이 고고한 백조처럼 멋진 옷을 입고 누비는 순간은 무대뿐이다. 리허설부터 쇼를 끝낼 때까지 모델보다는 옷이 먼저다.
“옷에 조금이라도 구김이 갈까 봐 앉아 있지도 못해요. 특히 벨트를 맨 바지를 입은 남자는 더하죠. 옷이 뜯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옷에 냄새가 밸까 봐 끼니를 거르기도 해요.”

비정한 무한경쟁 탓 ‘압박감’ 상상 초월
예쁜 몸매 유지·체력 관리는 필수항목


점심 도시락을 먹는 둥 마는 둥 해치우고 입고 나갈 옷들을 정리한다. 이렇게 3~4시간을 준비한 쇼가 진행되는 시간은 길어야 30분. 쇼가 끝나면 긴장이 탁 풀린다. 이제 지친 몸을 달래는 게 급선무다. 찜질방이나 목욕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나 하루의 피로를 푼다.
키 174㎝, 몸무게 50㎏ 안팎으로 충분히 마른 A양은 옷태가 흐트러질까 봐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단다. 길을 걸을 때도 무대인 것처럼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완벽한 몸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늘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관리의 끈을 놓는 순간 프로의 길은 멀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끊임없는 자기관리가 필수인 모델은 컬렉션 기간에는 하루에 5~6개의 쇼에 설 때도 있기 때문에 건강한 체력도 필수다. A양은 패션쇼가 없는 날은 운동으로 몸매를 관리하거나 요가로 마음을 다스린다. 전신운동에 좋은 줄넘기도 하루에 1000개 이상을 한다.
화장을 수없이 지웠다 했다 하는 덕분에 피부가 뒤집어지는 것은 다반사, 수시로 바꿔줘야 하는 헤어스타일 때문에 탈모 증세에도 시달린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모델을 할 것이라 말할 정도로 애착이 깊다.

생동감·활력 있는 직업
여자로서는 매력만점

“모델로서 가장 큰 장점은 라이브라는 거죠. 어떤 것도 이만큼 생동감 있고 활력적인 건 없을 거 같아요. 또 여자로서는 매력만점이죠. 나를 이만큼 내보일 수 있는 직업이 흔히 있는 건 아니잖아요.”
A양은 단순히 옷을 입고 무대를 걷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가 옷에 담은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에 쇼가 없는 날에는 책을 들춘다. 잡지, 컬렉션 동영상, 인터넷 등에서 포즈, 표정 등 이미지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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