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 직원 자살 미스터리 공방전 쟁점4

2009.12.01 09:28:09 호수 0호

애정문제? 업무문제? …진실은 ‘오리무중’

유족 “리베이트 영업강요” 주장…공정위 조사 착수
회사 “전혀 사실무근…여자친구와 결별 비관” 반박



LG생명과학 직원의 자살을 두고 유족과 회사간 공방전이 한창이다. 이 사건은 6개월 전 벌어진 일로 조용히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유족 측의 의혹 제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리베이트 영업 압박 의혹이 논란거리다. 회사 측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한마디로 돈을 뜯어내기 위한 엄포용이란 것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양측의 주장들을 쟁점별로 정리해 봤다.

LG생명과학 대전지점에서 일하던 영업사원인 임모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지난 5월14일. 29세인 임씨는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다. 당시 경찰은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신병비관으로 인한 자살로 수사 종결했다.

<쟁점1>진짜 자살 이유는?

유족은 임씨가 유서를 따로 남기지 않아 그대로 수긍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최근 유족이 임씨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자료들을 발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LG생명과학이 병의원에 전달한 ‘리베이트’로 추정되는 내용의 서류였다. 이때부터 유족과 회사간 공방전이 시작됐다. 유족 측은 회사의 리베이트 영업 강요 등의 압박을 임씨의 자살 원인으로 단정하고 있다.


유족은 “2007∼2008년 영업 내용이 기록된 서류엔 대전 의료기관의 명단과 입금 사항 등이 담겼다”며 “지난 9월 보건복지가족부에 문건을 넘겼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다시 지난달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의뢰했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 측은 임씨가 여자문제로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임씨의 자살 직후 동료들에게 확인한 결과 여자문제를 비관했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임씨가 죽기 직전 여자친구를 처음 만난 댄스동호회에 다녀온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반박했다.

<쟁점2>애정문제? 회사문제?

결국 임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유족이 주장한 회사문제 또는 회사가 주장한 애정문제로 좁혀진다. 그의 사인은 양측의 재반박으로 이어진다.

유족 측은 임씨가 여자친구와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것.
유족은 “(임씨의 여자친구가) 장지까지 같이 갈 정도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며 “애인도 결별을 부인하고 있는데 오히려 회사 문제로 임씨가 애인에게 고민을 털어왔다”고 단언했다. 임씨의 여자친구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2주 전 다툰 것은 사실이지만 말다툼에 그쳤다”며 “사고 3개월 전부터 남자친구가 (회사 문제로) 지쳐 있었다”고 증언했다.

LG생명과학 측은 임씨의 회사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약 1년6개월 전부터 대전지점에서 근무한 임씨가 평소 근무태도와 실적이 좋아 근무평가에서 A를 받고 대리로 진급하는 등 회사생활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며 “만약 리베이트 등으로 사내에서 갈등이 있었다면 사직이 먼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쟁점3>리베이트 의혹 실체는?

이번 임씨 자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리베이트 부분이다. 현재 LG생명과학의 리베이트 영업 의혹과 관련해 유족의 접수로 대전지방공정거래소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유족은 확보한 리베이트 정황이 담긴 자료들도 함께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임씨의 유족이 제출한 자료를 검토하고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우선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 고발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대전지역의 리베이트 의혹은 이미 불거진 바 있다. 제약사가 의료기관에 처방액의 25%를 선지원하는 방식이다. 물론 임씨가 소속된 LG생명과학 대전지점도 도마에 올랐었다.


LG생명과학 측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회사 관계자는 “리베이트 영업 의혹은 유족의 음해다. 임씨가 보관한 자료도 구체적인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본사의 자체 조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결론 났다. 공정위 조사도 무혐의로 밝혀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2007년과 2008년엔 리베이트가 아닌 의약품 시판후조사(PMS)에 따른 합법적인 수수료만 제공했다”며 “리베이트 영업을 했다면 회사는 마땅한 처벌을 받겠지만 만일 아니라면 누군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쟁점4>위로금 100억 요구 왜?

LG생명과학은 유족이 돈을 뜯어내기 위한 엄포용으로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LG생명과학 측은 당초 “대기업에서 개인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상대할 수 없다”고 무시했지만 파문이 단순 자살 사건에서 리베이트 의혹 조사로 확대되자 대응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임씨가 죽은 뒤 장례 지원 등 회사에서 할 도리를 다했는데 누가 부추겼는지 몰라도 갑자기 유족이 100억원가량의 금액을 위로금·합의금 조로 요구했다”며 “일반적으로 생각해도 너무 황당한 금액이 아니냐. 흥정가가 아닌지 의심된다. 당연히 회사로선 들어줄 수 없어 거절했고 유족들이 곧바로 이를 언론에 제보한 데 이어 공정위에 사건을 접수했다”고 토로했다.

유족 측은 100억원을 요구한 것은 맞지만 의미가 다르다고 전했다.

유족은 “임씨의 장례 등에 단돈 10원도 지원하지 않을 정도로 회사에서 무관심한 것도 모자라 임원들이 허위사실 유포시 가만두지 않겠다고 수시로 협박했다”며 “참다못해 100억원을 달라고 했지만 개인 보상이 아닌 임씨의 모교에 기부하는 조건이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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