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27탄] 미니골드 ‘액세서리’

2009.11.24 09:13:49 호수 0호

“사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 배짱 영업 “너무해”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 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금값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장롱 속에 금붙이들을 꼭꼭 숨겨둔 경우 더욱 그렇다. 금값이 하늘 높은지 모르자 금을 사야 하는지 아니면 팔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동네 금은방 고사직전

주얼리 매장은 ‘펄펄’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24K(3.75g·순금) 한 돈의 소매가격은 18만7000원이다. 18K는 16만7000원, 14K는 13만5000원 등의 시세로 거래됐다. 국내 금값은 지난 2월 24K가 20만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하락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국제 금값이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되거나 유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국내 금값도 더 상승한다는 쪽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당연히 귀금속업계는 죽을 맛이다. 금값이 오르자 금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간혹 금을 내다파는 소비자들이 오고가지만 이마저도 앞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로 팔기를 망설이다 돌아서는 사람이 태반이다. 반면 이른바 ‘금은방’의 후신 격인 프랜차이즈 주얼리업체들은 순금에 비해 순도가 떨어지는 다양한 제품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금값 고공행진 속에서 가격이 저렴한 ‘물건’들을 판매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 귀금속업계에 따르면 ‘14K·18K 골드’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주얼리 프랜차이즈업계 규모는 3000억원 정도로 매년 약 10∼20%씩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부터 금값이 오르면서 폐업하는 업소가 속출하는 등 금은방들은 하나같이 모두 타격을 입고 고사직전”이라며 “대신 저렴하고 젊은 층에 눈높이를 맞춘 브랜드 주얼리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얼리 브랜드 시장 개척… 국내 최초 론칭
매출, 점포, 점유, 인지도 단연 업계 선두

금은방 위주였던 국내 주얼리 시장에 프랜차이즈화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부터다. 18K와 14K 제품의 디자인을 강조한 주얼리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한 것. 미니골드가 바로 이 시장을 국내 최초로 개척한 패션 주얼리 브랜드다. 1996년 첫선을 보인 미니골드는 중저가인 18K, 14K 금제품을 주력으로 명품 백화점 브랜드와 영세한 동네 금은방의 틈새를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미니골드는 이를 위해 젊은 층을 겨냥한 개성 있는 디자인과 세공에 역점을 뒀다.

전문 디자이너들을 양성하는 동시에 디자인 수준과 보석세공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첨단기계를 들여오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레이저 각인 시스템과 함량측정 시스템 등을 개발해 제품경쟁력을 높였다. 오히려 지금은 국내 디자인 제품을 세계 각국에 역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13만원 시세 14K 제품
매장서 23만원에 팔아

공격적 마케팅과 선진화 서비스도 주효했다. 미니골드는 김희선, 장동건 등 톱스타 모델들을 내세운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깊이 각인, 업계 선두권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업계 최초로 고객관계관리(CRM)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에게 미소를 드린다는 뜻의 마일리지제도인 ‘스마일리지’서비스를 실시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노력 결과 미니골드는 주얼리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시장점유율, 매출, 점포수, 성장률, 인지도 등에서도 단연 업계 선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와 대한상공회의소 기업 정보 등에 따르면 미니골드(에이치오엔) 매출은 출점 초기인 1999년 29억원에서 해마다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400억원으로 늘어났다. 

연매출이 10년 만에 14배 정도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007년에 비해 각각 늘어난 19억원, 2억원을 올렸다. 총자산 역시 2007년 225억원에서 지난해 247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부채는 같은 기간 173억원에서 167억원으로 줄어 재무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장은 1996년 1월 서울 신림동 1호점을 시작으로 2002년 4월 100호점을 넘어섰고 현재 전국에 150여 개의 직영점 및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미니골드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2004년부터 6년 연속 패션 주얼리 전문점 부문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한 설문조사에선 여대생이 가장 선호하는 보석류 1위로 꼽히기도 했다. 

회사 측은 “금 함량을 줄인 14K, 18K 중저가 제품이 급부상하는 흐름에 맞춰 진주, 컬러스톤 등 다양한 상품 개발에 매달린 것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상승한 500억원 수준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미니골드가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안 사도 그만’식의 배짱영업으로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것. 특히 미니골드 각 지점은 본사 측이 정한 지침에 따라 금 매입 시 현금이 아닌 자사 상품으로만 교환해 주고 있어 매출을 올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소비자가 금을 내다팔 경우 들고 간 금의 가격만큼 미니골드 제품을 사야 한다는 얘기다. 

‘벌써 초심 잃고 꼼수 부리나’
제품 판매시 중량 측정 거부
금 매입시 상품으로만 교환 

반대로 미니골드로선 금 매입에 대한 차익과 제품 판매에서 얻은 매출로 ‘꿩 먹고 알 먹는’일석이조의 이익을 거두는 셈이다. 주부 석모(56)씨는 최근 세 살배기 손자의 선물을 사러 서울 미니골드 한 지점에 들렀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을 경험했다. 우선 너무 비싼 가격이 황당했다. 금값이 오른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금 시세와 크게 차이가 났던 것.

석씨가 고른 상품은 순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14K 미아방지용 목걸이로 가격은 23만원이었다. 14K 한 돈의 시세가 13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10만원이나 비싼 꼴이다. 잠시 고민 끝에 제품을 구입한 석씨는 종업원의 어이없는 태도에 또 한 번 놀랐다. 석씨는 평소 금은방에서 하던 대로 제품의 무게를 달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종업원은 “회사 방침상 안 된다. 우리 브랜드는 돈당 개념으로 팔지 않고 상품에 붙은 소비자가격으로 판매한다. 상품의 원가 공개는 물론 손님 앞에서 상품의 무게를 달아주지도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석씨가 다시 “그럼 목걸이 가격이 왜 이리 비싸냐”고 묻자 종업원은 “디자인 값으로 보면 된다. 이 제품은 그나마 우리 매장에서 가장 싼 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석씨는 “일반 금은방으로 가려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서 아들·며느리 취향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미니골드 매장을 찾아갔다”며 “할 수 없이 제품을 사긴 했지만 금 시세의 두 배 가까운 폭리를 취하고 충분한 설명 없이 사려면 사고 말라면 말라는 식의 종업원 행동에 잔뜩 화가 치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 김모(31)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금값이 금값’이란 소식을 접하고 아들의 돌잔치 때 선물로 받은 금반지 등을 내다팔 생각으로 자주 찾던 미니골드 한 지점을 방문했다. 그러나 김씨는 금반지 등을 팔지 못했다. 미니골드의 이상한 방침 때문이다. 김씨가 “금을 팔러왔다”고 방문 목적을 밝히자 이 지점 직원은 대뜸 “돈으론 안 되고 대신 금액에 맞춰 매장 제품으로 교환만 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직원은 이어 “그래도 팔려면 팔고 아니면 그냥 가져가라”고 외면했다. 김씨는 “금값이 많이 올라 들뜬 마음에 금을 들고 미니골드에 갔지만 기분만 상하고 돌아왔다”며 “금을 돈으로 바꾸어 주지 않고 상품으로 가져가라니 말이 되냐. 매출을 늘리기 위해 꼼수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흥분했다.

미니골드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무성의한 답변을 내놓았다. 일반 매장에서 제품 판매 시 중량 측정 거부와 금 매입 시 현금이 아닌 상품으로만 교환 가능한 시스템을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별 상관없다는 투다.

금, 현금 교환 불가 


차익·매출 일석이조

회사 관계자는 “(미니골드는) 일반 금은방과 달리 중량을 측정해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제품마다 소비자가격이 있으므로 판매전에 제품의 중량을 체크할 의무가 없다”며 “다만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매장별로 대처할 뿐 이와 관련 본사에서 별도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 매입 시 해당 점포 상품으로만 교환 가능한 것은 본사에서 정한 지침이 맞지만 이 또한 현금을 꼭 내줄 의무가 없다”며 “미니골드 브랜드는 일반 금은방이 아닌 패션 주얼리 업체이므로 정책적으로 현금교환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