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또다른 로열패밀리 살아있다

2009.11.24 09:14:10 호수 0호

<재계뒷담화> A그룹 ‘휴전선 소송’ 긴장 까닭

북한서 월남 부모 유산분할 소송 잇따라
 창업주가족 북 생존…오너일가 바짝 신경



A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북한에 있는 이산가족이 월남한 부모의 재산을 달라는 상속 소송이 잇따르고 있는 탓이다. A그룹도 창업주의 가족들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나 ‘휴전선 소송’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예사롭지 않은 A그룹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최근 ‘휴전선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이복형제들을 상대로 월남한 부모의 재산을 달라는 상속 소송이다.

북한에 사는 윤모씨 등 남매 4명은 지난 2월 한국전쟁 때 월남한 부친으로부터 100억원대 재산을 물려받은 새어머니 권모씨와 이복동생을 상대로 재산을 나눠달라며 유산분할 청구 소송을 냈다. 윤씨 등은 부친을 따라 남한에 내려와 살고 있는 장녀를 법정대리인으로 정했다.

경영권 분쟁 우려도

이들은 소장에서 “아버지 윤씨가 한국전쟁 때 북한에 2남3녀와 아내를 남기고 월남했고 남한에서 권씨와 결혼해 따로 2남2녀를 낳았다”며 “1987년 숨진 아버지가 남한에 100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남겼으니 이 가운데 북한 자녀들의 몫을 달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해 말 권씨 가족의 부동산 처분을 금지해 달라는 윤씨 등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이어 지난 11일 친자확인을 위해 윤씨 등과 이복동생들에게 유전자 검사 지시를 내렸다. 법원은 윤씨 등이 고인의 자녀들이란 사실이 입증되면 본격적인 심리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현재 북한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도 남한 법원에서 소송을 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게 지배적이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2001년과 2005년에도 각각 북한 주민들이 남한에 사는 부친의 재산을 물려받은 이복가족들을 상대로 상속 소송을 냈다가 법원의 조정과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국전쟁 세대들이 세상을 떠나는 시기인 만큼 북한에서 제기하는 재산분할 등의 이른바 ‘휴전선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당사자들은 처음엔 그냥 웃어넘길 만한 작은 소동쯤으로 여겼지만 법원이 심도 있게 다루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A그룹은 이런 현상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창업주의 가족들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A그룹 일가로선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돈 문제는 물론 자칫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탓이다.

A그룹 창업주는 1900년대 북한에서 태어났다. 20대에 사업을 시작한 그는 북한에서 결혼해 부인과 자녀들을 두고 있었다. 이후 해방 직후 홀로 월남해 1950년대부터 서울에서 기업을 키워 재벌 반열에 올랐다. A그룹은 창사 이후 단 한 해도 적자를 내지 않는 등 재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는 북한에 있는 본부인 외에 2명의 아내와 또다시 결혼해 배다른 자녀들을 뒀다. 이복형제들은 창업주가 1970년대 세상을 뜬 뒤 그룹 경영권을 두고 심한 불화를 겪은 끝에 뿔뿔이 흩어졌다. 이 다툼은 이복형제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세 줄기’서 자식 둬

당시 그룹도 완전 분리됐지만 2세 중 1명이 물려받은 A그룹이 그중 가장 잘나가며 창업주의 적통을 이어가고 있다. A그룹은 몇 년 전 선대 회장의 작고 후 3세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경영권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결국 만약 창업주가 생전 낳았던 북한 가족들이 유산 또는 상속권을 주장한다면 A그룹으로 화살이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A그룹이 잇따른 ‘휴전선 소송’에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 변호사는 “창업주의 친자가 맞다면 북쪽에서 추후 상속권을 내세워도 A그룹 일가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 100억원대 분할 소송 결과가 이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호사가는 “창업세대가 물러나고 경영권이 2·3세로 넘어가면서 친형제간 진흙탕 싸움이 비일비재한 판에 서로 알지도 못한 채 사전에 지원이나 합의가 없었다면 갈등은 언제라도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A그룹의 시가총액과 후손들의 지분 등을 따지면 소송금액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귀띔했다.

A그룹 측은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다. 한마디로 옛날 일을 왜 끄집어내냐는 투다.

회사 관계자는 “북한에 창업주의 가족들이 있다는 증거가 없을 뿐더러 창업주와 그의 아들인 선대 회장이 사망한 지 한참이 지난 상황에서 휴전선 소송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며 “북한에서 월남한 창업주가 어디 우리 회사뿐이냐. 호사가들의 어이없는 입방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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