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19탄] 에쓰오일 ‘휘발유’

2009.09.08 09:28:58 호수 0호

기름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S-Oil은 국민 무서운 줄 모른다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기름값이 또 요동치고 있다. 한마디로 너무 비싸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가계를 압박하는 시중 휘발유 가격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일 ‘고공행진’이다.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름값이 당분간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연중 최고치 경신
ℓ당 2000원 육박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값 평균은 ℓ당 1694.29원이다. 올 초(1298.89원)보다 30% 이상 뛰었다. 서울 시내 주유소는 2000원 선이 곧 도미노식으로 무너질 기세다. 이상한 점은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정유사들의 단골 변명인 국제 원유가가 내림세란 사실이다.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한창 기름값이 오르던 지난해 4월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지만 최근엔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졌다. 

반면 국내 휘발유값은 당시 전국 평균 가격이 평균 1700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국제 유가가 30% 정도 내릴 동안 국내 휘발유값은 거의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가 오를 땐 즉각 가격을 올리면서 유가가 떨어질 땐 찔끔찔끔 내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안달이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을 원화가치 하락(환율 인상) 탓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결국 휘발유에 부과되는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과중한 유류세로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국제 유가가 치솟자 서민생활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유류세 10% 감면제도를 실시했으나 올 1월부터 다시 환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 유가환급금 지급 등 비장의 카드도 내놨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현재 휘발유 소비자가격에 붙는 유류세 비중은 58%에 달한다.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이라면 1160원이 세금이란 얘기다. 휘발유 차 1대를 갖고 있으면 개인마다 부과되는 자동차세와 별도로 한해 평균 100만원 이상의 유류세를 낸다는 조사도 있다. 


시중 휘발유 가격 또 요동…서민들 불만·불안 가중

‘국민 원망’ 정유사 화살 집중 “에쓰오일 유독 싸늘”

정부로선 유류세 인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세수감소를 우려해 섣불리 손대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유류세 비중은 OECD 24개 회원국 가운데 18위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유류세가 많지 않다”며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제 유가 등 가격 동향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유류세를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서민들의 원망은 자연스레 정유사들에 쏠린다. 정부가 할 수 없다면 정유사들이 자발적으로 마진을 줄여서라도 기름값을 내릴 수 없냐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외국계 회사인 에쓰오일을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싸늘하다 못해 차갑다. 우선 이번 기름값이 막 오르기 시작할 때 나온 정부의 발표가 그 원인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5월 정유사들이 4월 다섯째주(4월26일∼5월2일)에 대리점과 주유소 등에 공급한 주간 평균 가격(세전 기준)을 처음으로 공개했는데 국내 4개 정유사 중 에쓰오일이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보통휘발유의 ℓ당 가격은 에쓰오일(542.29원), GS칼텍스(542.25원), 현대오일뱅크(539.96원), SK에너지(525.50원) 순으로 비쌌다. 세후 공급가격도 에쓰오일(1416.35원), GS칼텍스(1416.30원), 현대오일뱅크(1413.79원), SK에너지(1397.89원) 순이었다. 이후 매주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에쓰오일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낙인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최대주주, 사우디 아람코
매년 수천억 고배당 챙겨

“공급가격과 판매가격은 엄연히 다르다. 단순한 공급가격 비교만으로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을 판단할 수 없다”는 에쓰오일의 해명과 “각 사별로 대리점, 주유소, 일반판매소 등지로 가는 유통 경로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정유사간 공급가 격차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근 한 언론의 보도는 뿔난 서민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각 정유사들의 수출용 휘발유 가격과 내수용 휘발유 가격을 비교한 결과 에쓰오일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는 내용이다. 

물론 국내 내수용이 해외 수출용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실제 올 상반기 정유사들이 공시한 내수·수출 단가(세전 기준)를 보면 에쓰오일의 수출용 휘발유는 ℓ당 510.21원, 내수용은 이보다 51.39원 비싼 561.6원이었다. 

GS칼텍스와 SK에너지는 내수용이 수출용보다 각각 38원, 34.03원 높았으며, 유일하게 현대오일뱅크만 수출용이 내수용보다 4.71원 비쌌다. 그동안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과 이들의 이익단체인 석유협회는 “내수용이 수출용보다 싸다”고 주장해왔다. 

무엇보다 에쓰오일이 국내에서 단물만 빼먹는 외국계 기업이란 부정적인 인식도 적지 않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35%)다. 1975년 쌍용양회와 이란 국영석유공사(NIOC)가 합작한 쌍용정유가 전신으로 1991년 아람코가 자본을 투자한 데 이어 1999년 쌍용그룹 해체 때 완전 인수했다. 


‘쌍용맨’에서 ‘아람코맨’으로 변신한 김선동 전 회장이 아람코의 전폭적인 지지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에쓰오일의 사령탑을 맡았다.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불법정치자금 등의 혐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 한진그룹이 2007년 에쓰오일의 자사주(28.41%)를 2조3900억원에 매입해 2대주주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에이 에이 알 수베이 사장을 비롯해 등기임원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으로 채워져 있다. 

그만큼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매년 도마에 오르고 있는 에쓰오일의 고배당이 그것이다. 에쓰오일은 2004년 1888억원, 2005년 1515억원, 2006년 2037억원, 2007년 5337억원, 2008년 5822억원을 아람코에 배당했다. 아람코가 지난 5년 동안 1조6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긴 셈이다.

하지만 아람코는 국내 투자엔 소극적이다. 아람코 측은 지난해 고배당 논란이 일자 “에쓰오일의 지속적인 성공과 확대를 위해 배당금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이렇다 할 ‘베팅’은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지난 2일 울산시 온산에 1500억원을 투자해 청정휘발유 원료인 ‘알킬레이트’ 생산설비 공장을 준공한 게 고작이다. 2006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하던 충남 대산공단 정제공장 설립도 지지부진하다.

국내투자 미미·사회공헌 인색 ‘단물만 쪽’
내수용, 수출용보다 가장 큰 차이로 ‘비싸’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들이 고도화시설, 연구개발(R&D) 등 국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올 상반기(1∼6월)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각각 0.25%, 0.07%다. 반면 에쓰오일은 0.05%에 그쳤다. 외국계 지분이 70%에 달하는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올해 고도화설비 등에 들어갈 투자규모를 지난해 2600억보다 크게 늘어난 7000억원으로 잡았다. 

에쓰오일은 사회공헌에도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 몰라라’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나눔 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핵심 경영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영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에 기업들의 온정은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다. 

에쓰오일은 임직원이 참여한 사회봉사단 활동을 통해 소외이웃, 어린이, 사회영웅, 지역사회, 환경 등 사회공헌 5대 중점분야에 지원하고 있으나 든든한 주머니 사정에 비해 미비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2007년 매출(15조2187억원)의 0.032%에 불과한 48억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회공헌 실태를 보면 국내 기업들이 2007년 지출한 사회공헌활동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0.22%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35억원으로 사회공헌활동비를 대폭 늘렸지만 이 역시 매출(23조원)에 비해선 0.059%밖에 되지 않는 비율이다. 에쓰오일은 재무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 23조원, 총자산 8조원대를 올린 에쓰오일은 ‘정유 투톱’ SK에너지(매출 46조원·총자산 22조원)와 GS칼텍스(매출 34조원·총자산 18조원)에 비해 매출과 총자산 등 몸집에선 밀리지만 재정 수익성과 건전성에서 이들을 앞선다.


평균 매출 0.22% 기부
에쓰오일 0.059% 그쳐

에쓰오일은 지난해 순이익률 1.94%, 부채율 125.58%를 기록해 ▲SK에너지(순이익률 1.94%·부채율 206.95%) ▲GS칼텍스(순이익률 -0.24%·부채율 184.36%) ▲현대오일뱅크(순이익률 -1.72%·부채율 226.28%) 등보다 탄탄한 내실을 보였다. 에쓰오일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포함돼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됐다. 

또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을 2조1000억원 보유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현금성 자산 순위에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전 직원의 50% 정도인 1100여 명으로 사회봉사단을 조직해 연간 80여 개 프로그램에 봉사시간만 1만2000시간에 달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부금을 점차 확대하는 한편 꼭 기부금만 내는 사회공헌이 아니라 임직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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