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내란 특검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국민의힘의 민낯이 다시 까발려지고 있다. 정국에 대응할 능력·방법이 없는 국민의힘을 향해 특검·민주당·개혁신당의 협공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내란 특검이 지난 3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추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고, 표결은 오는 27일 진행될 예정이다. 추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지난해 12월엔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
좌우 협공
몸살 앓아
비상계엄 선포 직후엔 국회가 긴급 소집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시 대표는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했지만, 추 원내대표는 중앙당사로 소집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의원 18명만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표결에 참여했다.
당시 추 의원은 국회에 있었음에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계엄군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부수고 진입할 때도 추 의원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연락해 “표결을 30분 연기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추 의원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용산 대통령 관저에 다녀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추 의원은 이 같은 기묘한 행적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서도 공모자로 적시됐다. 내란 특검은 추 의원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국민의힘 의석수는 107석에 불과하다. 이들 중 권성동 의원은 현재 구속 수감돼있어 현실적으로 106명만이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추 의원은 최소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 의원 측은 “윤 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비상계엄 선포를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은 경찰의 국회 봉쇄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건 관계자 대부분 국민의힘 소속이라서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권 의원과 추 의원은 국민의힘을 지배하던 친윤(친 윤석열)계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추 의원까지 구속되면 국민의힘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도 아직 수사를 이어가고 있어서 영장 청구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민의힘엔 이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 방법도 없다.
국민의힘에 능력·방법 모두 없단 것은 다른 정당과의 관계 및 지난달 진행됐던 국정감사에서 잘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사실상 야당이 없는 정국을 만끽하고 있고, 개혁신당도 보수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두고 양 당의 협공이 이어지고 있다.
권성동 이어 추경호…영장 행렬 이어지나
연차·면담 거부로 ‘항의’ 가볍게 무시
의원들에 대한 줄줄이 체포 시도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국민의힘이 존재감·정책 대응 능력을 모두 잃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국은 ▲10·15 부동산 대책 통계 조작 논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는 민주당의 ‘독주’를 상징한다.
10·15 부동산 대책은 서울 전역과 서울 인근 일부 경기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취지의 정책이다. 주택법 시행령은 조정대상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할 때’를 제시한다.
따라서 지난달에 조정대상지역을 선정하려 했다면, 지난 7~9월 통계를 적용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재명정부는 지난 6~8월 통계를 근거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7~9월 통계를 적용하면, 서울 강북·금천·도봉·중랑과 경기 의왕·성남 중원·수원 장안·수월 팔달 등 8곳은 조정대상지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통계 조작 논란은 그 이후 불거졌다.
이 의혹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과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각각 제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구체적·체계적 행보는 천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천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전체 회의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김 장관은 이날 “10·15 부동산 대책은 추석 연휴 전부터 준비해 왔고, 9월 통계는 주거정책 심의위원들에게 공표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천 원내대표는 “그런 핑계를 댈 거면, 장관직을 내려놓고 심의위원을 하라”고 질타하면서 “민주당 정권엔 통계 조작 DNA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개혁신당은 지난 11일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이재명정부의 폭주를 법원을 통해서라도 제어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소속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소송대리인 명단에 포함했다.
3석 규모의 개혁신당이 지난 5일부터 소송 제기 방침을 밝히는 등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지난 10일에서야 취소소송 돌입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요즘은 개혁신당이 앞장서고, 국민의힘이 추종한다”며 “매번 이렇게 수동적으로 나서는 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드러나는
굴욕·민낯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국민의힘의 대응을 놓고도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김만배씨 징역 8년형·428억원 추징 선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징역 8년형·벌금 4억원·8억1000만원 추징 등을 선고했다.
그런데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공소 유지를 맡았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이준호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부터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장이 허가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항소 기한 만료 3시간 전 항소 불허 결정을 통보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에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징역 7년형을 구형받은 유 전 본부장에겐 징역 8년형이 선고됐고, 징역 5년형을 구형받은 정민용 변호사에겐 징역 6년형이 선고됐는데, 뭐하러 항소하느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씨는 징역 12년형을 구형받은 후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징역 10년형을 구형받은 정영학 회계사에겐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징역 7년형을 구형받은 남욱 변호사는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검찰의 관행으로 보건대, 김씨·정 회계사·남 변호사에겐 항소하는 게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장동혁 대표가 주도하는 조직적인 항의를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연이어 방문했다. 장 대표는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엉망으로 망가지는 대한민국을 구하는 방법은 이재명을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뿐”이라면서 후속 대책으로 국정조사와 특검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면담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대검은 정문을 봉쇄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왜 대검찰청에 못 들어가느냐”는 등 항의를 했지만, 끝내 들어가지 못했다. 어이없게도 이날 노 직무대행은 대검에 없었다. 연차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거부했다.
법무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바로 법무부로 이동해 다시 규탄대회를 열고 정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정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답을 하지 않는 ‘읽씹’으로 이들을 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해선 “진지하게 이들을 면담하려고 했겠느냐”는 조롱 섞인 비판이 나왔다. 이들의 항의 방문이 현실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이들이 원했던 것은 ‘항의하는 그림’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즉 국회를 벗어나 대검찰청·법무부를 방문했던 진짜 이유는 ‘언론 노출’이었을 개연성이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흔한 비판 중 하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의미는 ‘국회의원다운 일을 안 한다’는 것이다. 이번 항의 방문 사례만 보더라도 국민의힘의 이슈·정책 대응 능력은 사실상 모두 무너졌다. 국민의힘의 대검찰청·법무부 방문은 이슈·정책 대응 능력이 모두 무너진 제1야당의 오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야당이
사라졌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수와 특유의 조직력을 토대로 몰아치는 방법을 동원해 정국에 대응한다. 검찰 해체도 그렇게 성사시킬 수 있었고, 대법관 증원 등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의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서도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압도적인 의석수는 유권자가 국민의힘을 심판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당 특유의 조직력도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자들의 반감을 매개로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국회 의석수는 불과 107석에 그치고 있고, 각종 대응 능력도 모두 무너졌다.
민주당으로선 몰아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제1야당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므로, 당과 지지층이 원하는 각종 쟁점 법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 민주당이 오늘 가진 힘은 국민의힘이 과거에 만들어준 것이다.
이들의 무능력은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진행됐던 국감 중 가장 큰 화제가 됐던 인물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었다.
최 의원은 지난달 20일 “MBC의 일부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감 도중 박장호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지시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최 의원은 “민주당에 우호적”이란 평가를 받는 MBC를 일컬어 “친 국민의힘 편파보도가 언론 자유냐”며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언론계가 주도했으며, 국민의힘의 대응은 지지부진했다.
최 의원이 장녀 결혼식과 관련해 계좌번호와 카드 결제 링크를 첨부한 모바일 청첩장을 피감기관에 발송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에선 박정훈 의원만이 국회의원다운 대응을 했다. 박 의원은 결혼식이 진행될 국회 사랑재 대관 내역을 확인해 최 의원의 계정으로 예약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딸이 내 관여 없이 예약한 것”이란 최 의원의 해명을 반박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오로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게 집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원래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 실장을 국회 국정감사 의무가 없는 제1부속실장으로 옮기게 했다. 이어 민주당은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에 합의하지 않았고 김 실장은 끝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훤히 예상할 수 있었던 흐름이었지만, 김 실장에 대한 국민의힘의 집착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국감에 출석했더라도 국민의힘이 여러 의혹을 제대로 추궁할 수 있었을 거라고 믿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이러는 사이 이 대표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 대표는 추 의원까지 두둔하는 여유를 과시했다.
10·15 부동산 대책 치고 나가는 개혁신당
이준석은 오 친분 과시로 보수 이탈 시도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 특검의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표결과 부수적 행동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순간, 또 다른 삼권분립의 붕괴를 맛볼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각종 의혹에서 시장의 재량 범위란 논리로 방어하는데, 추 의원의 재량 범위는 왜 축소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일각에서 거론되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지방선거 연대설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연대 가능성은 긍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태도 변화가 없고, 변화하더라도 그게 어떻게 연대 대상이 되겠느냐”면서도 “오 시장과는 소통을 많이 하고 한 팀인 것처럼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도 결국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란 예상을 뒤집고 완주했다. 오 시장과의 친분·연대 가능성도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중도·합리적 보수를 국민의힘에서 이탈시켜 보수의 새 판을 짜는 것”이란 목표를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개혁신당은 국감에서도 꾸준한 정책 질의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충실한 정책 질의를 하지 않으면, 당원·지지자로부터 크게 비판받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중도·합리적 보수를 설득할 수 있다”는 평을 받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다양한 이슈에 의견을 밝히는 형태로 홀로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선 “장동혁 대표 당선 이후 생존의 갈림길에 선 상황을 언론 노출로 해결하려는 듯하다”는 평이 나온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호남과의 동행’을 강조하면서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지만, 거센 반발 때문에 짧은 묵념만 한 후 돌아와야 했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에선 국민의힘에 대한 또 다른 공세를 시작하려고 한다. 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지난 4일 특정 국가 및 집단에 대한 모욕·명예훼손 처벌법을 발의했다. 양 의원은 “전 세계 어느 나라와 어느 인종을 향하든 허위 사실을 유포해서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중국 비판을 막기 위한 법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반감이 깊어지는 보수 일각과 이 흐름을 타려는 국민의힘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또 다른
집중 공세
정치적 감각이 다 죽어가는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은 다양한 경로에서 이어지고 있다. 특검은 국민의힘 의원의 신병을 차곡차곡 확보하려고 한다. 개혁신당에선 합리적 보수를 자신의 기반으로 삼으려고 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겉으론 살려놓은 채, 사실상 무력화시키기 위한 몰아치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연 좌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협공에서 비롯된 몸살을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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