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시급한 국제 형사 공조 캄보디아 사건의 교훈

  • 이윤호 교수
2025.10.27 10:21:10 호수 1555호

최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현지 범죄 조직의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재외 국민은 물론이고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와 함께 숨진 대학생처럼 취업 사기 피해까지도 빈발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필리핀이나 태국에서 이 같은 유사 범죄가 주로 발생했으나, 해당 국가와 우리의 형사사법 공조가 튼튼해져 사람들의 주의도 각별해지면서 범죄 장소가 캄보디아로 대체된 셈이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이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 생각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한국인 관광객들은 급증한 곳이다. 이에 따라 범죄 조직에게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범죄자들은 범행을 위한 전제로 몇 가지 선택을 하게 되는데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범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고민한다. 범행 대상, 즉 표적이 많아져서 범행 기회가 많아지는 반면, 감시와 보호, 검거와 그로 인한 형벌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때 범죄자에게는 매력적인 범행 장소가 되는 것이다.

합리적 선택의 차원에서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가 증가했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까지만 해도 겨우 17건에 불과했던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가 지난해에는 무려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벌써 330건으로 작년의 건수를 훌쩍 넘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소위 암수 범죄(Dark Figures)까지 포함한다면 이 수치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최근 몇 년 동안 국제적 범죄는 물론이고 초국가적 범죄(Transnational Crimes)가 급증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대응책은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당분간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대표적인 국제형사공조기구는 인터폴이나 유럽 연합의 유로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와 관련된 인터폴은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인터폴은 회원국들에 공조를 강제할 수 없는 임의 기구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곧 회원국 스스로 타 회원국이나 인터폴의 공조 요청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거나 심지어는 충돌할 수도 있어서 자발적 공조와 협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에 결국 우리처럼 국제적 공조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국가가 해당 국가에 양국 간 형사사법 공조 협정의 체결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도 이런저런 형태와 역할과 기능의 다양한 국가 간 형사사법 공조 협정이 맺어져 왔지만, 대부분은 범인 인도 협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 사건처럼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초기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확실하고 신속하고 적극적인 공조 수사가 작동되게 하는 수준의 실질적인 공조 협정이다.

물론 상대국의 주권 침해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우리의 선진 과학수사 기법 등을 전수하거나 해당국 경찰관의 초청 훈련 등 가능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등 상호 호혜주의적 공조 협정을 이끌어내는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필리핀의 코리안 데스크도 형사 공조의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현재 우리 경찰은 외교부와 함께 주요국의 대사관이나 영사관 등 외교 공관에 경찰 간부들을 경찰 영사로 주재시켜서 재외 국민이나 관광 여행객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 경찰 영사들이 대체로 주요 국가, 대부분은 선진국가로서 치안이 비교적 안정적이거나 이번 캄보디아 같은 범죄나 사건사고가 별로 없는 나라의 대도시에 파견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개선돼야 한다.

경찰 자원은 치안 수요에 맞게 운용돼야 한다는 인사의 기본에만 따르더라도 선진국보다는 오히려 캄보디아를 비롯한 치안 수요가 많은 국가에 우선적으로 치안 수요에 맞는 인력 자원이 경찰 영사로 파견돼야 한다. 상식적으로 일본 동경보다 캄보디아나 필리핀이나 태국이 경찰 영사를 더 많이 필요로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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