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캄보디아 현지 쓰레기통에서 다수의 외국인 여권이 발견된 사진이 최근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대상 납치·감금·취업 사기 범죄가 급증한 가운데, 현지의 심각한 치안 실태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해하면 무서운 사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확산했다.
게시물에는 캄보디아의 한 업무지구 쓰레기통에서 수십 개의 여권이 쏟아져 나온 모습이 담겼다. 해당 여권들은 대부분 태국 국적의 여권이었다.
이 사진은 지난 6월 한 태국인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캄보디아 국경 도시 포이펫(Poipet) 인근 도로변 쓰레기장에 수많은 여권이 버려져 있었다”며 게시한 것이다. 그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돌아올지, 아니면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포이펫은 태국 국경과 맞닿은 캄보디아 서부의 국경 도시로, 태국 내 도박 금지 정책으로 인해 많은 태국인이 국경을 넘어 카지노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선 “납치 피해자의 여권 아니냐” “도박하다가 전당포에 맡긴 여권들 아니냐” 등의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사진을 접한 국내 누리꾼들도 “여행객이 여권을 버릴 이유가 없는데 섬뜩하다” “외국인 납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거냐” “캄보디아 여행은 조심해야겠다” “이 정도면 각국에서 무력 개입해도 할 말 없는 수준 아닌가” “더는 쓸 수 없는 여권인가 보네” 등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납치·감금·취업 사기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해당 사진이 더욱 재조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8월 기준으로 이미 330건에 달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에 속아 범죄조직에 납치된 사례로 파악됐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캄보디아 박람회를 다녀오겠다며 출국한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범죄조직에 납치돼 고문을 당한 끝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사망 원인을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발표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수도 프놈펜 도심에서 50대 한국인 남성이 납치돼 고문을 당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 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외교부는 지난 10일 오후 9시부로 프놈펜 지역의 여행경보를 기존 ‘2단계(여행자제)’에서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도 현지 수사 역량 강화에 나섰다. 경찰청은 오는 23일 캄보디아 경찰과 양자회담을 열어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주재 경찰관 증원 방안을 논의한다.
코리안 데스크는 현지 경찰청 내 한국 경찰이 상주하며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현재 필리핀과 태국 등에서도 운영 중이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는 경찰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 근무 중이다. 정부는 사건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려 2교대 근무가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현지 경찰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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