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찬 돌에 포르쉐 손상⋯가해 부모는 현장 이탈

2025.10.13 16:41:58 호수 0호

경찰 “고의성 없으면 처벌 어렵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아이의 철부지 같은 행동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무책임한 태도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아이의 인성 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차된 차량에 흠집을 낸 아이가 부모와 함께 현장을 떠난 사연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주차 중 아이 장난으로 인한 재물손괴, 조언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7시45분께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고 귀가하려던 그는 한 아이가 돌을 주워 발로 차는 모습을 목격했다. 처음엔 부모가 제지하리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잠시 뒤 ‘퍽’ 하는 소리가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그는 “타격음을 듣고 앞 유리와 루프 글라스를 먼저 살폈지만 어두워서 확인이 어려웠다”면서 “가해자 부모는 뒤에서 남 일인 듯 지켜보다가 내가 확인하던 도중에 차를 타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에 돌아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해보니 돌이 제 차로 날아와 꽂혔고, 보닛엔 찍힌 흠집이 남아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엔 10세 미만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돌이 차량에 맞자 놀란 듯 멈춰 서고, 곧 부친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다가가 매달리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당시엔 내 차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 얘기하지 않았는데, 사실을 알고는 황당했다”며 “소리도 크게 나 모를 수가 없었을 텐데, 왜 그냥 현장을 떠난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후 대응에 대해선 “가해자 부모의 차량 번호를 영상으로 확보해, 연휴가 끝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다”며 “찍힌 자국이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소중히 아끼는 차량이기도 하고 무책임한 부모의 태도를 그냥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해 사건을 접수했다. 현재는 수사관 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해자가 어리고, 고의성이 없다면 형사 처벌이 어렵다’고 경찰이 안내했다”며 “이대로 (배상도 없이) 종결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처리하는 게 현명할지 조언 부탁드린다”고 자문을 구했다.

해당 글을 접한 다수의 회원들은 “차량 충격음을 듣고도 나 몰라라 하는 아빠의 수습 방식이 괘씸해서라도 배상받을 필요가 있다” “아이가 피해를 주는데도 왜 방치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부모가 몰랐을 리가 없다” “싫은 소리 안 하고, 혼내지 않는 게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등 부모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 회원은 “만약 만 10세가 안 된 아이라면, 고의성이 입증된다고 해도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형사 건은 잊어버리시고 민사로 처리할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회원은 “일반적으로 부모가 차주에게 연락해 수리비를 물어주고, 자녀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맞다. 부모가 아이를 교육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저라면 아동 학대(방임) 고발 조치를 고려할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사건을 아동학대죄로 처벌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부모의 행동이 타인에 대한 무책임일 수는 있어도, 자녀를 방임하거나 해한 행위로까지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은 ‘재물손괴’와 ‘손괴 후 도주’ 여부다. 만 10세 미만 아동은 형법상 형사미성년자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감독자인 부모에게 부과될 수 있다.

민법 제755조 ‘감독자의 책임’에 따르면 미성년자를 관리·감독할 지위에 있는 자가 그 책임을 다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때 감독 의무엔 사고를 예방하는 것뿐 아니라, 손해 발생 후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사후적 조치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의 행위를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한편 <일요시사>는 이날 A씨에게 구체적인 상황과 수리비 규모, 가해자 부모와의 접촉 여부 등을 묻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처럼 아동의 행위로 발생한 피해를 부모가 대신 배상한 사례는 적잖게 발생해 왔다.

지난 8월, 서울북부지법은 자전거를 타다 친구와 충돌해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과 모친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가해 아동의 부모에게 6788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가해 아동은 책임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라며 “부모가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지 못한 이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도 지난해 1월, 초등학생 간 다툼으로 한 아동이 골절상을 입은 사건에서 가해 아동과 부모에게 공동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했다. 법원은 아동이 일정한 판단 능력을 갖춘 나이였더라도, 부모가 폭력 행위를 예방할 지도·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치료비와 위자료 등 304만원의 지급을 명령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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