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방송된 <더 커뮤니티>를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물론 젊은 층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탔고, 해외 시청자들까지 다양한 소감을 전해오는 등 성별과 연령, 국가를 넘어 호응을 이끌어냈다. SNS가 소통과 여론 형성의 중심 무대가 된 오늘날, 확증편향을 통해 기존 생각이 강화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체감하고 있으며 전문가들 역시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다. 면 대 면 소통을 늘리는 것이 민주주의의 회복에 중요하다는 석학들의 진단은 <더 커뮤니티>가 기획되는 주된 기반이기도 했다. 저자 역시 예능 피디로서 온라인 공론장이 되레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저해하고 민주주의에 큰 위기를 가져왔음을 체감해 왔다.
책의 1부 <서로 만나지 않는 세상>에는 이렇듯 저가가 프로그램을 기획하기까지 품어온 문제의식을 담았다. 온라인 소통 환경에서는 단순한 논리로 무장한 극단적인 의견이 두드러지며, 무엇보다 한 사람의 의견이 형성되는 다양한 맥락과 역사가 지워진다. 저자는 서로가 서로를 ‘비인간화’하기 시작하면 소통과 타협 속에서 건강한 여론이 형성되고 더 나은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온라인의 댓글은 현실 여론과 얼마나 비슷할까? 사람들은 실제로도 온라인에서처럼 치열하게 갈등하고 반목할까? 나의 SNS에 선별되어 제공되는 정보는 과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것과 얼마나 다를까?
이 책은 미디어 속 갈등과 소통 양상을 조명하며 우리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연결된 세상에서 되레 얼마나 좁고 조악한 울타리에 갇히게 되었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프로그램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출연자들의 정치 성향을 확인하는 도구인 ‘사상검증 테스트’였다. 시청자들도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개된 이 테스트에는 지난 1년간 약 120만명이 참여해 방대한 데이터를 누적했다. 비공식 조사인 만큼 별도로 결과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이 책은 그 유의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인된 사실과 통찰에 기반해 사상검증 테스트를 구성하는 네 가지 차원, 정치(좌파와 우파), 계급(부유와 서민), 젠더(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 개방성(전통과 개방)의 주요 쟁점에 다가선다.
책의 2부 <각자의 입장을 점검 하기>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는 정치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의 분류,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여섯 가지 도덕 기반 등의 논의를 두루 살피며 좌파와 우파 개념의 역사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당파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보’와 ‘보수’라는 납작한 분류 아래 존재하는 수많은 입장들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는 이렇듯 갈등의 한복판에 놓인 사안들에 조금 더 폭넓은 각도의 해석을 시도한다. 그 복잡함 속에서 서로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틈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글들을 읽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은 물론, 독자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형성된 배경과 맥락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