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교육개혁과 방송개혁을 눈앞에 두고 양 이진숙 때문에 골치 아픈 모습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저녁 보수 언론인 조갑제, 정규재와 저녁을 함께한 자리서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며 야당의 공세 대상이 된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에 대해서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딱하다"고 말했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아마 곧 어떤 정치적 선택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한 바 있다. 그래서 집권 초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지난 대선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제안하고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이진숙 충남대 총장을 교육부 장관 후보로 내정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전국의 9개 지역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에 준하는 수준으로 육성해 국가 균형 발전과 고등교육 개혁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논문 표절 등으로 야당의 거센 반대와 함께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아, 이진숙 후보를 교육부 장관으로 밀어붙이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이 대통령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비공개 국무회의 (대통령의) 발언을 자기 정치에 이용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날렸고, 그럼에도 지지 않고 "한 말씀 드리겠다"고 하니, 이대통령은 "그만하세요"라며 격노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 방통위원장에게 다음 국무회의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방송법 개정 주요 내용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바꾸고(이사수를 KBS는 11명에서 15명으로, MBC와 EBS는 9명에서 13명으로 증원), 사장추천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며 사추위원을 100명으로 구성해 사장을 뽑도록 하는 안이다.
원래 이 대통령은 당선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취임 초엔 방송법 개정에 속도 조절을 했다. 자칫 여론을 자극했다간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국정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경 편성으로 국민 1인당 15~55만원씩 지급 방안에 큰 반대가 없고, 상법 개정으로 주가가 오르고, 내각 구성에 대한 평가도 괜찮으면서 지지율이 60%중반까지 오르자, 당정이 방송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고, 현재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놓고 있다.
방송법 개정엔 3개월 내에 KBS 이사진 교체가 들어있다. 빠른 시일 내애 현 KBS 사장과 임원들을 교체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사추위 100명이 새 사장을 뽑아도 방통위서 최종 결재를 해야 하는데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버티고 앉아 있으니 이 대통령의 심기가 좋을 리 없다.
전현희 의원이 윤석열정부 초반 1년간 국민권익위원장 자리에서 버틴 것처럼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계속 버티고 있으면,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려는 이 대통령의 방송개혁에 차질이 생기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금요일(10일) 필자가 찾은 식당에선 “이진숙이 사퇴해야 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자세히 들어보니 한 쪽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 사퇴를, 다른 한 쪽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사퇴를 외치고 있었다. 같이 동석했던 선배는 아내가 “양 이진숙이 참 진(眞)자에 맑을 숙(淑)자로 좋은 이름을 가졌는데 이름값도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며, 선배도 화를 참지 못했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는 1960년 7월에,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1961년 7월에 태어났다.
대전 출생인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는 충남대 건축공학교육과를 졸업했고, 일본 도쿄공업대에서 건축환경계획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9년 충남대 첫 직선제 총장 선거에 당선돼 2020년부터 4년간 총장을 지냈다.
경북 성주 출신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했고, 상경해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6년 MBC 기자 공채에 합격해 MBC 보도본부장을 거쳐 2015년 대전MBC 사장까지 올랐다. 방통위원장엔 지난해 7월 임명됐다.
이들은 둘 다 서울 명문대가 아닌 지방 국립대를 졸업했지만, 이들의 직장인 대학과 방송국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 존경받을 만한 커리어우먼이 확실하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걸까? 왜 한 명은 보수 진영에 치우쳐 보수를 대변하고, 한 명은 진보 진영에 치우쳐 진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일까?
이들이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때 정치권이 이들을 영입했는지, 아니면 이들이 정치권에 기웃거렸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이들이 오래전부터 정치와 깊이 연결돼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우리 국민이 보기에 국가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한 쪽 진영만 대변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이들이 현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금요일 만난 선배의 아내 말처럼 진짜 맑은 ‘이진숙’이라는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차라리 둘 다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부 장관이 아니어도 방통위원장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정부를 도울 수 있고,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장관이나 장관급 인사는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과 인품이 있어야지 한 쪽에 치우쳐선 안 된다. 물론 어느 정부나 정부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전사 같은 리더십을 가진 인사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더 중요한 건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국가 전체를 볼 줄 알아야 국가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버티고 있는 양 이진숙을 보면서 우리 정치가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성공한 전문가를, 특히 성공한 커리어우먼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