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권 사이클

2025.07.12 15:15:37 호수 1540호

3차 산업혁명은 1980년경부터 시작해 21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다. 이 시기엔 컴퓨터, 인터넷이 등장해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달했다.



그후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키워드로 제시돼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 시기엔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통해 기계와 인간, 사물과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며 혁신적인 가치를 만들어냈다.

3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중심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의 창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3D 프린팅 등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산업혁명은 이미 이뤄진 것을 토대로 평가해 1,2,3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렸지만, 4차 산업혁명은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이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변화에 대한 명칭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2017년 우리나라와 미국 대선서 대선 주자들이 선거용 멘트로 사용하면서 인지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삶과 일의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 특히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엔 우리나라와 미국의 유권자가 한 진영(정당)에 두 번의 기회를 줬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8년부터 1998년까진 노태우정부와 김영삼정부의 보수 정당에, 1998년부터 2008년까진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의 진보 정당에, 2008년부터 2017년까진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보수 정당에 기회를 주면서 국정 운영을 맡겼다.

미국의 경우도 1993년부터 2001년까진 클린턴 행정부의 민주당에, 2001년부터 2009년까진 조지 부시 행정부의 공화당에, 2009년부터 2017년까진 오바마 행정부의 민주당에 두 번 기회를 주면서 8년 동안 국정 운영을 맡겼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2017년 이후엔 우리나라와 미국의 유권자는 한 정당에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한 번의 기회만 주고 정권을 바꿨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부터 2022년까진 문재인정부의 진보 정당에, 2022년부터 2025년까진 윤석열정부의 보수 정당에, 그리고 2025년부턴 이재명정부의 진보 정당에 각각 한 번씩 기회를 주면서 국정 운영을 맡겼다.

미국의 경우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진 트럼프 행정부의 공화당에, 2021년부터 2025년까진 바이든 행정부의 민주당에, 그리고 2025년부턴 트럼프 행정부의 공화당에 각각 한 번씩 기회를 주면서 국정 운영을 맡겼다.

즉 우리나라와 미국 유권자가 3차 산업혁명 시대엔 한 진영에 두 번의 기회를 줬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한 진영에 한 번의 기회만 줬다.

생산성이 중요한 3차 산업혁명 시대엔 정부가 국정 운영을 수행하는데 최소 8~10년이 필요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엔 4~5년이면 충분하다고 우리나라와 미국 유권자가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냉정하게 평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소프트웨어, 컴퓨터, 온라인, SNS, 등에 의한 의사 소통이 빨라져 민주주의가 더 발전할 수 있었다.

2017년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치 사이클에 의하면, 다음 대선에선 우리나라의 보수 정당과 미국의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된다고 예측할 수 있다. 물론 이 사이클이 꼭 맞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이클이라는 점을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당이 간과해선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권 사이클을 염두에 두고 국정 운영 방향과 시기를 잘 조율해야 한다. 임기 내에 할 수 있는 정책과 임기 내에 할 수 없는 정책을 잘 구분해야 하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해 진영이 다른 정당에 정권을 넘겨주기 위한 자세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권교체를 노리는 야당도 정부 상대로 투쟁만 할 게 아니라, 다음 정부의 여당을 꿈꾸며 준비된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면서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을 여당이건 야당이건 잊어선 안 된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정당의 수준을 보고 투표할 것이다. 정당이 유권자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권 사이클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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